환락과
풍요의 절정의 도시에서 한순간에 죽음과 비탄의 도시로 변한 폼페이.
우리에겐 일순간에 화산재아래로 잠들어버린 끔찍한 지옥의
고도(古都)지만,
한 시대의 문화가 변할 틈도 없이 날카롭게 잘려나가 그대로 시간의 저편으로 잊혀졌다면 후세에겐 바래서는 안될 행운일
것이다.
이것은 폼페이의 벽화로 남은 아름다운 프레스코화이다.
틀어올린 여인의 목덜미 선이 아직도 아름답다.
이 옷의
이름을 무어라 하는지 모르겠다.
로마시대의 사람들이 입었던 토가의 모양같다.
슬쩍 걸친 한쪽 어깨로 다른 팔뚝의 중간선까지 흐르는
옷선이 부드러운 천의 질감을 보는이까지 느끼게 한다.
오른발로 딛고 왼발을 살짝 뗀 맨발이 더할 수 없이 청순하다.
풀밭을 맨살로
딛고 가는 저 여인의 발을 만져보고 싶다.
왼팔엔 꺾은 꽃이 담긴 바구니 (혹은 꽃병?)를 안고 오른 손은 풀숲의 꽃을 금새라도 꺾을듯이
잡았다.
앞모습을 보지 않아도 기쁨과 희망으로 넘치는 미소를 만날 것 같다.
단순한 여인의 뒷모습이 이다지도
청량한가.
원근법의 원리를 모르면서도 맨발로 풀숲을 누비는 이 여인의 앞에 펼쳐진 봄의 향기까지 수천년을 넘어 뒷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기분좋은 손님이 오는걸까.
그리운 그 분이 오시는 걸까.
아니면 디오니소스축제가 가까워지기라도
한걸까.
나도 맨발에 풀물들이며 봄 들판을 누비고 싶다.
봄바람에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을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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