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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프리카

[스크랩] [ITALIA (1)] 이탈리아 개관

鶴山 徐 仁 2005. 7. 21. 08:27

통일 이탈리아의 상징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로마, 피아차 베네치아, 1911년 완공)


우선 이 도시순례칼럼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칼럼은 축구팀 연고 도시들을 둘러보는 내용인데, 주요 리그의 현 1부 리그 팀들을 중심으로 보게 되겠지만 현재 1부에 없으나 유명한 팀들이 추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팀 소개와 그 도시의 역사, 문화 등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축구를 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연고지역의 역사나 언어, 문화 등을 아는 것도 축구를 더 잘 이해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제 칼럼을 읽어 오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이탈리아를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먼저 이탈리아부터 둘러보려고 합니다(제가 가 본 나라란 것도 이유 중의 하납니다^^). 첫번째로 이탈리아 전체 개관을 하고 다음 칼럼에서 도시별로 소개하는 순서로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Azzurri

이탈리아 축구협회(FIGC, Federazione Italiana Giuocco Calcio)의 문장. 월드컵 3회 우승(34, 38, 82년)으로 세 개의 노란 별이 달려 있습니다.

 

먼저, 유명한 이탈리아 대표팀부터 살펴볼까요? 이 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Azzurri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탈리아어로 Azzurro(복수형이 azzurri입니다)푸른색을 뜻하는데요, 하늘빛과 짙은 청색의 중간쯤 되는 푸른빛이랍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이 푸른색 저지를 입었기 때문에 붙은 별칭인데 이렇게 팀 저지의 색깔을 따라 별칭을 붙이는 것은 그대로 클럽 팀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유벤투스 같은 경우 흑백 줄무늬 때문에 비안코네리bianconeri라는 별명으로 불리죠.

 

전통적인 푸른색 저지를 입고 있는 아주리 선수들. 왼쪽은 유로2000 당시, 그리고 오른쪽은 웨일즈와의 유로2004 예선전 모습인데 지금의 푸마 유니폼도 나쁘지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전의 카파 저지를 더 좋아합니다. 스트레치 소재가 아주 스타일리쉬하죠.


유럽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들이 철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축구를 풋볼로 부르는 반면 이탈리아에선 축구를 칼치오Calcio라고 부릅니다. 이 칼치오는 중세시대부터 토스카나 지방에서 즐겨 온 공놀이의 이름인데 지금도 6월에 피렌체에서는 이 전통적인 칼치오 축제Calcio Storico Fiorentino가 열린다고 합니다.

 

칼치오 스토리코 피오렌티노 축제 장면.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광장Piazza di Santa Croce에서 6월에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16세기 복장을 한 악대와 전통적인 칼치오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탈리아인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경기의 전통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축구가 영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리구리아의 해안도시 제노바-상업적 항구로서 중세시대부터 유명한 곳이었습니다-에서 19세기 말에 영국인들이 축구 클럽을 창설한 것이 근대 축구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20세기 들어서면서 리그와 협회를 갖추게 된 이탈리아 축구는 이후 월드컵 3회 우승으로 독일과 더불어 유럽 내 최다 우승국이 되었고 세리에 A라는 유럽 최고 축구 리그를 가진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Lega Calcio

 

왼쪽은 레가 칼치오, 오른쪽은 세리에 A의 마크

 

오랜 전통을 가진 리그들이 모두 그렇듯이 이탈리아의 축구 리그인 레가 칼치오 역시 여러 단계로 나뉘어진 리그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보게 되는 1부 리그가 세리에A Serie A 이고 그 밑으로 세리에B, 세리에C1, C2, 그리고 세리에D로 이루어져 있어서 업다운 제도를 통해 시즌별로 상승, 강등권 팀들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죠. 세리에C부터는 전국 리그가 아니라 지역 단위 리그를 치르는데 최하위인 세리에D 같은 경우엔 9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하니 팀 수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 같습니다.

세리에A의 경우 잘 아시겠지만 18개팀이 속해 있고 해마다 최하위 4개팀이 강등되고 세리에B의 상위 4팀이 올라오게 됩니다. 20개 팀 중 3개 팀이 강등되는 잉글랜드나 에스파냐보다 한결 경쟁이 치열한 리그죠. 우승팀은 다음 시즌에 방패 모양의 이탈리아 국기를 유니폼에 부착하게 되는데 이것을 스쿠데토Scudetto라고 부릅니다. 스쿠데토는 이탈리아어로 방패라는 뜻인데 이런 이유 때문에 종종 세리에A우승을 스쿠데토 달성으로 부르기도 하죠.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세리에A를 10번 우승하면 클럽 문장에 별을 달 수 있는데 별을 달고 있는 팀은 현재 세 팀입니다. 유벤투스, 밀란, 인테르. 그 중 유벤투스는 무려26번의 우승으로 유일하게 별 두 개를 달고 있는 팀입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유벤투스 주장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가운데의 방패 문양이 바로 스쿠데토 입니다. 사진은 지난 1월의 시에나와의 경기 모습인데 눈이 펄펄 내리네요.


리그 역사를 간략히 살펴 보면 1898년부터 Campionato Nazionale라는 챔피언십 경기를 시작으로 리그가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리그는 29/30시즌부터라고 합니다. 이차대전으로 인해 44년과 45년 두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중단 없이 리그가 이어져왔으며 긍래엔 특히 클럽들의 경쟁적인 우수 선수 영입으로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최근엔 클럽들의 경영난으로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죠.


Italia

지도상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는 알프스로부터 시작해 지중해 한가운데로 길게 뻗어 있는 굽 높은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와 두 개의 큰 섬, 사르데냐와 시칠리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아피아 가도. 잘 정비된 도로는 거대한 제국의 동맥으로서 제국 통치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로마에서 브린디시까지 이르는 이 가도는 가장 먼저 만들어져 ‘가도의 여왕’으로 불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돌들이 둥글어지고 사이에는 잡초들이 자라고 있지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접합면이 딱 맞게 만들어져서 포장도로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고 합니다.

 

이 땅에 산 사람들로서 최초로 알려져 있는 것은 토스카나라는 이름의 어원이 된 에트루리아인입니다. 약 기원전 9세기경부터 토스카나, 라치오, 움브리아 등 주로 이탈리아 반도의 중부지방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시칠리아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는 기원전 800년경 무렵부터 그리스인들이 정착했죠. 전설에 의하면 BC 753년에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설한 것으로 되어 있죠. 이 도시 로마는 이후 공화정과 제정을 거쳐 지중해 세계의 패권자가 됩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수도를 콘스탄티노플(현재의 터키 이스탄불)로 옮기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 제국은 동로마와 서로마로 쪼개지게 되고 게르만 민족의 유입으로 제국의 분해는 가속화됩니다.

 

제정 로마의 대표적 건물인 판테온Pantheon의 내부.

건물 현관의 아키트레이브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장군이었던 아그리파가 지었다는 내용이 써 있지만 현재 우리가 보는 돔 형태의 건물은 2세기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지은 것입니다.

만신전(萬神殿)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원래는 고대의 신들에게 바쳐진 신전이었으나 로마가 기독교화 한 후 교회로 바뀌게 되어 현재는 라파엘로와 왕들의 무덤 등 여러 무덤들이 있습니다.

이 기념비적 건물의 43.5미터에 이르는 돔은 19세기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이었고 바로 이 돔을 연구하여 브루넬레스키는 후일 피렌체 두오모의 돔을 완성시킵니다.

돔의 안쪽은 소란반자로 장식되어 있고(안으로 들어가면서 움푹 파인 이 장식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돔의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돔의 한가운데에는 ‘오쿨루스Oculus(‘눈’이라는 뜻이랍니다)’라고 불리는 구멍이 뚫어져 있어 채광을 담당하는데 다른 곳엔 창이 없습니다. 유리 없이 그냥 뚫려 있는 이 창으로 비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오쿨루스 바로 아래쪽에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만든 홈이 있어서 물이 내부에 흘러 넘치지는 않습니다.

 

중세 이후에는 이탈리아라는 국가로서의 정체성보다 지역별로 각기 다른 정치체계를 갖춘 도시국가로 존재하게 됩니다. 교황청이 있는 로마가 있었고, 프랑크 제국, 더 후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이 집착했던 땅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황제파와 교황파로 나뉘어 대립했고 심지어는 한 도시 국가 내에서도 내분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도시의 상징인 13개의 탑 때문에 유명한데 이 독특한 스카이 라인은 중세 때 여러 가문들이 경쟁적으로 더 높이 건축한 탑들 때문입니다. 이 탑들은 요새이자 집이었고 방어 거점이었습니다.


피사Pisa의 ‘기적의 들판Campo dei Miracoli’에 서 있는 피사 대성당과 종탑-유명한 ‘피사의 사탑’의 모습. 지금은 본당 건물보다 기울어진 종탑이 더 유명해졌지만 두 건물 모두 피사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입니다. 블라인드 아케이드(막힌 벽 앞쪽에 장식적으로 늘어 놓은 열주)로 장식된 두오모의 파사드(건물의 정면)는 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날렵해 보입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이 앞쪽으로는 레이스 보석상자처럼 아름다운 세례당이 있어서 완벽한 삼중주를 이루죠. 이렇게 성당과 종탑을 따로 짓는 것은 이탈리아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도시국가들 사이의 반목과 대립은 외세를 불러들이는 한 이유가 되었고 19세기 중반까지도 프랑스와 에스파냐,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이런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외교 정책을 이용해 점차 세력을 확장하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사보이아 왕국과 시칠리아를 해방시키고 북상하던 가리발디 군대의 활약으로 이탈리아의 대체적 통일이 이루어지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를 국왕으로 하는 이탈리아 왕국이 1861년에 수립되었습니다.

통일된 이탈리아는 그러나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는데, 자유무역주의로 인한 남부의 취약한 산업 기반 붕괴(그것은 지금까지도 가난한 남부의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1, 2차대전의 참가(한 번은 전승국으로, 한 번은 파시스트 정권의 패전국으로)와 경제 불황, 정치적 불안정 등이 그런 문제들입니다. 1946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하였지만 아직도 그러한 문제점들은 현존하고 있고 정당와 기업들간의 유착, 부정부패 등의 문제들은 아직까지도 이 나라를 괴롭히는 문제들입니다.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의 카메라 델리 스포시Camera degli Sposi(결혼의 방)의 천장화(팔라초 두칼레Palazzo Ducale, 만토바Mantova).

용병대장으로 유명했던 곤차가Gonzaga가의 궁전이었던 팔라초 두칼레에는 이 도시 출신 화가인 만테냐의 멋진 프레스코들이 남아 있습니다.

우물 위에서 천사들이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을 주는 이 15세기 작품에서 만테냐는 능숙한 단축법으로 르네상스 미술이 이룩한 성과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굴곡 많은 역사를 가진 나라이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이탈리아의 문화적 면모일 것입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인 만큼, 거리 전체가 문화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제국의 핵심이었던 로마 시대로부터 중세, 르네상스기를 거쳐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근대에 프랑스 파리에 유럽의 문화적 수도로서의 위치를 넘겨 주기 전까지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요리도 이탈리아를 유명하게 만든 것 중 하나입니다. 특히 스파게티를 비롯한 파스타는 피자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상징인데 왼쪽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색상, 크기, 모양이 다양한 파스타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듀럼 세몰리나라고 하는 글루텐 함량이 높은 밀가루를 반죽해 압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파스타는 올리브유와 잘 익은 토마토, 그리고 신선한 치즈, 향신료와 어울려 이탈리아의 맛을 만들어냅니다.

 

03/04 A/W시즌 밀라노 컬렉션의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쇼 장면.

밀라노는 파리, 뉴욕과 더불어 세계 패션 산업을 주도하는 주요 도시입니다.

 

이런 문화적 토양은 현재까지도 이 나라 디자인 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구치와 프라다,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의 세계적 디자이너 브랜드로부터 페라리 같은 고급 스포츠카, 알레시 등의 주방기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 감각은 산업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왔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본격적으로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돌아보게 될 텐데 저는 남부로부터 시작해 북부로 올라가는 여정을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화의 앞코 부분, 칼라브리아의 레지오 칼라브리아부터 시작하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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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탈리아의 상징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로마, 피아차 베네치아, 1911년 완공)


우선 이 도시순례칼럼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칼럼은 축구팀 연고 도시들을 둘러보는 내용인데, 주요 리그의 현 1부 리그 팀들을 중심으로 보게 되겠지만 현재 1부에 없으나 유명한 팀들이 추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팀 소개와 그 도시의 역사, 문화 등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축구를 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연고지역의 역사나 언어, 문화 등을 아는 것도 축구를 더 잘 이해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제 칼럼을 읽어 오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이탈리아를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먼저 이탈리아부터 둘러보려고 합니다(제가 가 본 나라란 것도 이유 중의 하납니다^^). 첫번째로 이탈리아 전체 개관을 하고 다음 칼럼에서 도시별로 소개하는 순서로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Azzurri

이탈리아 축구협회(FIGC, Federazione Italiana Giuocco Calcio)의 문장. 월드컵 3회 우승(34, 38, 82년)으로 세 개의 노란 별이 달려 있습니다.

 

먼저, 유명한 이탈리아 대표팀부터 살펴볼까요? 이 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Azzurri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탈리아어로 Azzurro(복수형이 azzurri입니다)푸른색을 뜻하는데요, 하늘빛과 짙은 청색의 중간쯤 되는 푸른빛이랍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이 푸른색 저지를 입었기 때문에 붙은 별칭인데 이렇게 팀 저지의 색깔을 따라 별칭을 붙이는 것은 그대로 클럽 팀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유벤투스 같은 경우 흑백 줄무늬 때문에 비안코네리bianconeri라는 별명으로 불리죠.

 

전통적인 푸른색 저지를 입고 있는 아주리 선수들. 왼쪽은 유로2000 당시, 그리고 오른쪽은 웨일즈와의 유로2004 예선전 모습인데 지금의 푸마 유니폼도 나쁘지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전의 카파 저지를 더 좋아합니다. 스트레치 소재가 아주 스타일리쉬하죠.


유럽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들이 철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축구를 풋볼로 부르는 반면 이탈리아에선 축구를 칼치오Calcio라고 부릅니다. 이 칼치오는 중세시대부터 토스카나 지방에서 즐겨 온 공놀이의 이름인데 지금도 6월에 피렌체에서는 이 전통적인 칼치오 축제Calcio Storico Fiorentino가 열린다고 합니다.

 

칼치오 스토리코 피오렌티노 축제 장면.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광장Piazza di Santa Croce에서 6월에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16세기 복장을 한 악대와 전통적인 칼치오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탈리아인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경기의 전통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축구가 영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리구리아의 해안도시 제노바-상업적 항구로서 중세시대부터 유명한 곳이었습니다-에서 19세기 말에 영국인들이 축구 클럽을 창설한 것이 근대 축구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20세기 들어서면서 리그와 협회를 갖추게 된 이탈리아 축구는 이후 월드컵 3회 우승으로 독일과 더불어 유럽 내 최다 우승국이 되었고 세리에 A라는 유럽 최고 축구 리그를 가진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Lega Calcio

 

왼쪽은 레가 칼치오, 오른쪽은 세리에 A의 마크

 

오랜 전통을 가진 리그들이 모두 그렇듯이 이탈리아의 축구 리그인 레가 칼치오 역시 여러 단계로 나뉘어진 리그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보게 되는 1부 리그가 세리에A Serie A 이고 그 밑으로 세리에B, 세리에C1, C2, 그리고 세리에D로 이루어져 있어서 업다운 제도를 통해 시즌별로 상승, 강등권 팀들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죠. 세리에C부터는 전국 리그가 아니라 지역 단위 리그를 치르는데 최하위인 세리에D 같은 경우엔 9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하니 팀 수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 같습니다.

세리에A의 경우 잘 아시겠지만 18개팀이 속해 있고 해마다 최하위 4개팀이 강등되고 세리에B의 상위 4팀이 올라오게 됩니다. 20개 팀 중 3개 팀이 강등되는 잉글랜드나 에스파냐보다 한결 경쟁이 치열한 리그죠. 우승팀은 다음 시즌에 방패 모양의 이탈리아 국기를 유니폼에 부착하게 되는데 이것을 스쿠데토Scudetto라고 부릅니다. 스쿠데토는 이탈리아어로 방패라는 뜻인데 이런 이유 때문에 종종 세리에A우승을 스쿠데토 달성으로 부르기도 하죠.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세리에A를 10번 우승하면 클럽 문장에 별을 달 수 있는데 별을 달고 있는 팀은 현재 세 팀입니다. 유벤투스, 밀란, 인테르. 그 중 유벤투스는 무려26번의 우승으로 유일하게 별 두 개를 달고 있는 팀입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유벤투스 주장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가운데의 방패 문양이 바로 스쿠데토 입니다. 사진은 지난 1월의 시에나와의 경기 모습인데 눈이 펄펄 내리네요.


리그 역사를 간략히 살펴 보면 1898년부터 Campionato Nazionale라는 챔피언십 경기를 시작으로 리그가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리그는 29/30시즌부터라고 합니다. 이차대전으로 인해 44년과 45년 두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중단 없이 리그가 이어져왔으며 긍래엔 특히 클럽들의 경쟁적인 우수 선수 영입으로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최근엔 클럽들의 경영난으로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죠.


Italia

지도상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는 알프스로부터 시작해 지중해 한가운데로 길게 뻗어 있는 굽 높은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와 두 개의 큰 섬, 사르데냐와 시칠리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아피아 가도. 잘 정비된 도로는 거대한 제국의 동맥으로서 제국 통치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로마에서 브린디시까지 이르는 이 가도는 가장 먼저 만들어져 ‘가도의 여왕’으로 불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돌들이 둥글어지고 사이에는 잡초들이 자라고 있지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접합면이 딱 맞게 만들어져서 포장도로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고 합니다.

 

이 땅에 산 사람들로서 최초로 알려져 있는 것은 토스카나라는 이름의 어원이 된 에트루리아인입니다. 약 기원전 9세기경부터 토스카나, 라치오, 움브리아 등 주로 이탈리아 반도의 중부지방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시칠리아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는 기원전 800년경 무렵부터 그리스인들이 정착했죠. 전설에 의하면 BC 753년에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설한 것으로 되어 있죠. 이 도시 로마는 이후 공화정과 제정을 거쳐 지중해 세계의 패권자가 됩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수도를 콘스탄티노플(현재의 터키 이스탄불)로 옮기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 제국은 동로마와 서로마로 쪼개지게 되고 게르만 민족의 유입으로 제국의 분해는 가속화됩니다.

 

제정 로마의 대표적 건물인 판테온Pantheon의 내부.

건물 현관의 아키트레이브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장군이었던 아그리파가 지었다는 내용이 써 있지만 현재 우리가 보는 돔 형태의 건물은 2세기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지은 것입니다.

만신전(萬神殿)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원래는 고대의 신들에게 바쳐진 신전이었으나 로마가 기독교화 한 후 교회로 바뀌게 되어 현재는 라파엘로와 왕들의 무덤 등 여러 무덤들이 있습니다.

이 기념비적 건물의 43.5미터에 이르는 돔은 19세기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이었고 바로 이 돔을 연구하여 브루넬레스키는 후일 피렌체 두오모의 돔을 완성시킵니다.

돔의 안쪽은 소란반자로 장식되어 있고(안으로 들어가면서 움푹 파인 이 장식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돔의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돔의 한가운데에는 ‘오쿨루스Oculus(‘눈’이라는 뜻이랍니다)’라고 불리는 구멍이 뚫어져 있어 채광을 담당하는데 다른 곳엔 창이 없습니다. 유리 없이 그냥 뚫려 있는 이 창으로 비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오쿨루스 바로 아래쪽에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만든 홈이 있어서 물이 내부에 흘러 넘치지는 않습니다.

 

중세 이후에는 이탈리아라는 국가로서의 정체성보다 지역별로 각기 다른 정치체계를 갖춘 도시국가로 존재하게 됩니다. 교황청이 있는 로마가 있었고, 프랑크 제국, 더 후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이 집착했던 땅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황제파와 교황파로 나뉘어 대립했고 심지어는 한 도시 국가 내에서도 내분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도시의 상징인 13개의 탑 때문에 유명한데 이 독특한 스카이 라인은 중세 때 여러 가문들이 경쟁적으로 더 높이 건축한 탑들 때문입니다. 이 탑들은 요새이자 집이었고 방어 거점이었습니다.


피사Pisa의 ‘기적의 들판Campo dei Miracoli’에 서 있는 피사 대성당과 종탑-유명한 ‘피사의 사탑’의 모습. 지금은 본당 건물보다 기울어진 종탑이 더 유명해졌지만 두 건물 모두 피사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입니다. 블라인드 아케이드(막힌 벽 앞쪽에 장식적으로 늘어 놓은 열주)로 장식된 두오모의 파사드(건물의 정면)는 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날렵해 보입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이 앞쪽으로는 레이스 보석상자처럼 아름다운 세례당이 있어서 완벽한 삼중주를 이루죠. 이렇게 성당과 종탑을 따로 짓는 것은 이탈리아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도시국가들 사이의 반목과 대립은 외세를 불러들이는 한 이유가 되었고 19세기 중반까지도 프랑스와 에스파냐,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이런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외교 정책을 이용해 점차 세력을 확장하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사보이아 왕국과 시칠리아를 해방시키고 북상하던 가리발디 군대의 활약으로 이탈리아의 대체적 통일이 이루어지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를 국왕으로 하는 이탈리아 왕국이 1861년에 수립되었습니다.

통일된 이탈리아는 그러나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는데, 자유무역주의로 인한 남부의 취약한 산업 기반 붕괴(그것은 지금까지도 가난한 남부의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1, 2차대전의 참가(한 번은 전승국으로, 한 번은 파시스트 정권의 패전국으로)와 경제 불황, 정치적 불안정 등이 그런 문제들입니다. 1946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하였지만 아직도 그러한 문제점들은 현존하고 있고 정당와 기업들간의 유착, 부정부패 등의 문제들은 아직까지도 이 나라를 괴롭히는 문제들입니다.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의 카메라 델리 스포시Camera degli Sposi(결혼의 방)의 천장화(팔라초 두칼레Palazzo Ducale, 만토바Mantova).

용병대장으로 유명했던 곤차가Gonzaga가의 궁전이었던 팔라초 두칼레에는 이 도시 출신 화가인 만테냐의 멋진 프레스코들이 남아 있습니다.

우물 위에서 천사들이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을 주는 이 15세기 작품에서 만테냐는 능숙한 단축법으로 르네상스 미술이 이룩한 성과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굴곡 많은 역사를 가진 나라이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이탈리아의 문화적 면모일 것입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인 만큼, 거리 전체가 문화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제국의 핵심이었던 로마 시대로부터 중세, 르네상스기를 거쳐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근대에 프랑스 파리에 유럽의 문화적 수도로서의 위치를 넘겨 주기 전까지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요리도 이탈리아를 유명하게 만든 것 중 하나입니다. 특히 스파게티를 비롯한 파스타는 피자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상징인데 왼쪽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색상, 크기, 모양이 다양한 파스타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듀럼 세몰리나라고 하는 글루텐 함량이 높은 밀가루를 반죽해 압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파스타는 올리브유와 잘 익은 토마토, 그리고 신선한 치즈, 향신료와 어울려 이탈리아의 맛을 만들어냅니다.

 

03/04 A/W시즌 밀라노 컬렉션의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쇼 장면.

밀라노는 파리, 뉴욕과 더불어 세계 패션 산업을 주도하는 주요 도시입니다.

 

이런 문화적 토양은 현재까지도 이 나라 디자인 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구치와 프라다,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의 세계적 디자이너 브랜드로부터 페라리 같은 고급 스포츠카, 알레시 등의 주방기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 감각은 산업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왔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본격적으로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돌아보게 될 텐데 저는 남부로부터 시작해 북부로 올라가는 여정을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화의 앞코 부분, 칼라브리아의 레지오 칼라브리아부터 시작하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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