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플라톤도 당황할 한국 대통령의 말
투표 독려하며 "최악의 저질들"
플라톤의 취지를 잘못 인용했고
갈라치기 화법은 너무 감정적…
더 신중하고 품위있게 말하기를
입력 2026.06.07. 23:38업데이트 2026.06.08. 08:34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플라톤의 말대로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 하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말이 간결하고 곧았으면 한다. 말재간을 자제하시고, 거친 말을 삼가시길 바란다. 그동안 대통령의 말은 품위의 하한선을 넘나들 때가 있었다. 스타벅스의 이벤트 논란과 관련, 대통령은 ‘저질 장사치’ ‘비인간적 막장 행태’ ‘인간의 탈’ 같은 과한 표현을 했다. 말도 힘 빼고 쳐야 멀리 간다. 상대를 비판할 땐 겸손해야 한다.
대통령의 투표 독려는 심했다. “투표 포기는 (…)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 했다. 누굴 거명하진 않았으나, ‘공동체를 해친다’는 건 무서운 말이다. 한 발짝 더 나가면 ‘반국가 세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제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대통령은 ‘공동체’란 말을 6번 썼다. “공동체를 배반한 이들을 단죄” 같은 표현이다. 이 말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 같은 표현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은 취임사 때부터 ‘대동 세상’ ‘공동체’를 강조해 왔고, 최근엔 ‘약탈 금융’이란 말도 하던데 운동권 콤플렉스로 오해받기 좋다.
대통령은 5월 31일 “투표 포기는 (…)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 했다. 어금니를 앙다문 말투였는데 논리 구성이 요령부득이다. 지금 ‘사익을 챙기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쪽은 집권 세력이다. 권력이 있어야 남용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대통령은 플라톤을 인용했다면서 “정치 무관심의 대가(代價)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 말했다. 순간 뜨악했다. 같은 편이면 선량하고, 반대편은 최악 저질인가. 마치 내부의 적을 상정한 듯 감정적이었다. 갈라치기를 해서 ‘정치적 스파크’를 일으키는 수법은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플라톤 인용이 어색했다는 점이다. 플라톤이 쓴 ‘국가’에서 관련 대목은 플라톤의 발언이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글라우콘과 대화 중에 한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사람들이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통치를 당하는 것일세.”(‘국가’ 제1권 347c)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최악의 저질’로 바꿨다. 영문법으로 지적한다면 ‘비교급’(worse)을 ‘최상급’(the worst)으로 바꿔 놓았다. 표현이 강하다고 메시지가 강력한 건 아니다. 억지 ‘최상급’보다 ‘진실’만을 말할 때 전달 효과가 크다.
게다가 플라톤은 ‘모든 시민이 꼭 투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대화를 전한 것이 아니었다. 플라톤은 참여 민주주의가 아니라 ‘철인 정치’를 주장했다. 플라톤이 전한 소크라테스의 말은 “통치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외면하면 자신보다 못한 부적격자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본투표 당일까지 “플라톤의 말대로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요?”라고 했다. 제발 적당히 하면 좋겠다.
대통령 메시지에는 이런 표현도 있다. “선출된 그들이 (…) 충직한 머슴이 될지, (…) 악성 지배자가 될지는 주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옛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3월 초 꼬맹이들에게 말했다. “내가 앞으로 순한 양이 될지 무서운 호랑이가 될지는 너희들 손에 달렸다.” 대통령이 국민을 초등생 취급한 건 아니겠지만,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말이 지나치면 화가 되어 돌아온다. 아무쪼록 오늘 회견을 하는 대통령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말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란다. 알고 있는 부분만 정직하게 답하면 된다. 그리고 비유법 좀 안 쓰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1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추념사에서 대통령은 ‘공동체’란 말을 6번 썼다. “공동체를 배반한 이들을 단죄” 같은 표현이다. /뉴시스
영문 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말이 간결하고 곧았으면 한다. 말재간을 자제하시고, 거친 말을 삼가시길 바란다. 그동안 대통...
[朝鮮칼럼]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민주당과 대통령의 두 갈래 길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12자리를 차지했다. 4년 전엔 국민의힘이 12군데서 이겼으니 그대로 되갚았다. ...
鶴山;
자고로, 오랜 세월 동안 전해 오는 옛말 가운데 틀리는 말은 거의가 없지 않은가요!
"빈 깡통이 소리가 요란하다"라고 하는가 하면, "무식한 놈이 큰 소리 친다"고들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한 두 번도 아니고, 상습적인 사람들은 고질병이니, 대다수가 다들 그려느니 하고들 지나치고 마는 세상이지 않겠습니까!
'Free Opin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정재학 칼럼] 부정선거, 젊음을 아프게 하지 말라! (0) | 2026.06.11 |
|---|---|
| [정우상 칼럼] '가장 오래 투표할 세대'와 오래 살기 시합할 건가 (0) | 2026.06.10 |
| [사설] 사상 최대 경상 흑자인데 환율 최악, 위험한 기현상 (0) | 2026.06.06 |
| 오세훈 막판 역전, 與 권력 행사 독주 말라는 民心의 경고[사설] (0) | 2026.06.04 |
| [만물상] 꽉 찬 소년원 (0) | 202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