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막판 역전, 與 권력 행사 독주 말라는 民心의 경고[사설]
문화일보
입력 2026-06-04 11:20
6·3 지방선거는 권력의 축제가 아니라 민심의 심판대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드라마 같은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을 차지해 “전국적 큰 승리를 거뒀다”(정청래 대표)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구·예산 규모만 아니라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압승’ 의미는 크게 퇴색됐다. ‘명 픽’으로 불리며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적 호감을 받았던 후보가 패배했다는 점에서 견제의 민심이 더욱 뚜렷하게 읽힌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14곳 중 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 4곳, 무소속 1곳을 차지했다. 애초 13곳은 민주당 의석이었는데, 4석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서 차출된 하정우 후보가 패배한 것 역시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다.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에 이 대통령이 ‘악성 지배자’ 등 독선적 언사와 함께 “검찰이 잘못하면 사과·취소해야”라고 하는 등 공소취소를 압박한 것처럼 비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집권 2년 차 국정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5일 제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독식’ 카드를 접지 않고 있다. 여전한 과반 의석으로 일방적 입법에 나설 태세다. 이 대통령도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더 속도를 높이고 폭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민석 총리가 곧 사퇴하고, 장관도 상당수 바뀔 것이라고 한다. 새롭게 구성될 이재명 2기 내각이 국정 운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민심을 오독하면 역풍은 필연적이다.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조작기소특검법’ 추진부터 민심을 거스르기 힘들 것이다. 검찰의 공소청 전환(10월 2일)에 맞춰 이뤄질 형사소송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8월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예상되는 김 총리와 정청래 대표의 일전은 정국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8년 총선까지 2년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사회 개혁과 경제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이다. 잔칫집 분위기에 취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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