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국가와 ‘불법 국가’의 갈림길[시평]
문화일보
입력 2026-05-19 11:59
|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국회의 헌법 준수는 특히 중요 법률 제정권 가지고 있기 때문 외국인 지방선거權은 위헌적 최근 개헌案 불성립 아닌 부결 공소취소 특검법은 헌법 침해 이런 법률 만들면 나치와 흡사 |
우리는 대한민국을 법치국가라고 한다. 법치국가는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지배를 배제하고 법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를 말한다. 법치주의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평등 등 정의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가권력이 작동돼야 하는 국가 구조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권력은 헌법 우위의 원칙과 법 우선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가권력 중에서도 특히 입법권은 헌법에 구속된다. 이는 헌법에 따라 입법권을 부여받은 국회가 법률제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헌법의 기본 원리와 원칙 등에 따라 법률을 제·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국회의 입법권은 헌법의 기본 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할 때는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헌법은 법치국가에 있어 법체계의 최고 위치에 있는 법이다. 국가의 모든 법률과 명령·규칙, 자치법규는 헌법이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다. 그래서 현대의 법치국가를 헌법국가라고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의지와 의사가 담긴 국가의 최고 규범이다.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해, 국민이 직접 선출하여 구성된 국가권력은 헌법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우리나라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 선거제도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직접 선출한다. 그리고 지방자치 제도에 따라 지역에서는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을 직접 선출한다. 그래서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는 주권 행사의 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이 규정한 지방자치 제도에 따른 지방선거 역시 국민의 자격을 가진 주민의 주권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가 15일 뒤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지방선거 제도가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지방선거는 지방의 영역에서 국민의 주권 행사이지만, 선거법은 3년 이상 그 지역에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에게도 선거권을 준다. 하지만 이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법치국가는 법이 통치하는 국가이지만, 이는 법의 내용과 그 절차가 정당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얼마 전 국회는 헌법 전문과 몇몇 조항을 개정하는 개헌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제1야당의 불참으로 국회의장은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지만, 개헌안은 부결돼 폐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헌 절차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개헌안에 관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못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헌법은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면서 개헌안을 제출하고 심의·의결함으로써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헌법이 국회에 입법권 등을 주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구성하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민주권국가에서 헌법적 정당성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국민이 만든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에게 복종해야 하며, 국민의 의지와 의사가 담긴 헌법은 준수돼야만 한다.
법치국가에서 국가의 활동은 형식적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다. 그런데 이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정권을 가진 국회가 정의롭고 정당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헌법에 구속되는 국회는 법률의 제·개정 절차에서 위헌 여부를 자체 검토하지만 대체로 형식적이다. 정당의 지배를 받는 현대 의회에서 법률 제정이 정치적 영향을 받더라도 정당한 법의 원리는 지켜야만 한다.
법률 제정권이 정치적 지배에 놓이게 되면 법치는 무너진다. 이번 국회는 2년 만에 1만8000건이 넘는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렇게 많은 법률안이 제대로 된 헌법적 검토를 받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에 발의된 특검법에는 재판 중인 사건까지 포함해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주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위헌 법률을 만드는 것은 법치국가를 과거 독일의 나치처럼 불법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헌법 준수는 국회의 의무이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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