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과세수 ‘국부펀드’ … 노르웨이처럼 제대로 해야[사설]
문화일보
입력 2026-05-22 12:08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20조 원+α 규모의 ‘국부펀드’ 조성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동안 더 들어올 최대 70조 원을 놓고 국가채무 상환, 국민배당(기본소득), 국부펀드 설립 등 여러 방안이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시경제에 막대한 부작용을 몰고 올 국민배당제를 비껴간 것만 해도 다행이다. 대규모 현금 살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원화 가치 절상을 유발해 국내 제조업 전반의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북해 유전이 발견된 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엇갈린 운명은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막대한 수입을 복지에 쏟아부은 네덜란드는 통화 가치 급등으로 제조업이 몰락하고 실업률이 12%를 넘어섰다. 반면 노르웨이는 국부펀드(GPFG)를 만들어 지난 30년간 연평균 6.6%라는 경이로운 복리 효과를 누렸다. 전 세계 상장 주식의 1.5%를 보유하며 현재 3000조 원 규모로 커졌다. GPFG가 ‘미래 세대의 화수분’이 된 비결은 철저한 원칙 준수와 뚝심에 있다. 원금에는 절대 손대지 않고, 예상 수익률(연 3%) 범위 안에서만 국가 예산의 부족분을 메워 주고 있다. 최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곳은 ‘반도체 경쟁국’ 대만이다. 지난 4년간 TSMC 등에서 89조 원의 반도체 초과세수를 거뒀지만 국민 1인당 48만 원씩 현금으로 뿌렸다. 정치권 포퓰리즘에 대만판 ‘네덜란드병(病)’을 우려할 정도다.
국부펀드를 하려면 노르웨이처럼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려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했고, 정치권은 툭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본소득·지역화폐 발행을 꺼내 들고 있다. 사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손질부터 시급하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내국세의 20.79%가 무조건 교육교부금에 배정된다. 올해 법인세·소득세·증권거래세로 100조 원 더 걷힌다면 국부펀드보다 더 많은 돈이 교육교부금으로 탕진된다. 일단 뻥 뚫린 구멍부터 막아 놓고 국부펀드를 논의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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