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20조원 팔아치운 외국인... 폭락 알고 있었나?
입력 2026.03.04. 08:00업데이트 2026.03.04. 09:54
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 6000선이 붕괴한 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뉴스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한국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세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일 하루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5조원 넘게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는데, 지난달에도 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순유출이 일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조정을 예상하면서 한발 앞서 투자 비율을 조절하고 있었단 얘기다.
◇‘매도 폭탄’ 던진 외국인
신고가를 연이어 돌파하며 6200선 위로 올라선 코스피는 지난 3일 7.24% 폭락하며 5791.91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강세를 이끌던 삼성전자는 9.88% 하락한 19만51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11.5% 떨어져 93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아침에 ‘20만전자(삼성전자 1주당 20만원)’와 ‘100만닉스(SK하이닉스 1주당 100만원)’를 반납한 셈이다.
이번 폭락은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공포가 확산하면서 외국인이 쏟아낸 ‘매도 폭탄’이 주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3일 코스피에서 5조148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코스피의 강세를 이끌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각각 3조2100억원, 1조22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기관도 8859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키웠다. 개인은 5조7974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폭락은 피하지 못했다.
그래픽=김성규
◇지난달에도 최대치 순유출
이날 폭락의 도화선은 ‘중동 사태’였지만, 한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를 의식한 외국인의 리스크 관리 욕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한국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 19조900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 달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순유출이다. 지난달 27일에만 하루 기준 역대 최대치인 7조1000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86%, SK하이닉스가 63% 상승하며 강세를 보여 차익 실현 유인이 커진 데다 포트폴리오 비중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채권 8조원어치를 순매수해 채권 보유 잔액은 전달보다 7조2000억원 늘어난 349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큰 주식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채권으로 몰려간 셈이다.
삭소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 전략가는 “(한국 증시의) 대규모 매도는 시장 심리가 재조정되고 포지션이 정리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메모리 시장의 상승 사이클은 분명한 흐름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노출을 줄이는 것으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견고하더라도 큰 규모의 자금 이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증시의 강세 랠리에 한국 투자 비중이 높아진 외국인들이 리스크 관리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매도에 나섰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투자사들이 한국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업별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도 물량이 나왔을 수 있단 예상도 나온다.
◇“가파르게 올라 조정도 커”
전문가들은 이번 역대급 하락은 한국 시장의 펀더멘털이나 성장 전망보다는 가파른 상승세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령 아시아 국가 중 중동 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약 70%)과 일본(약 90%)인데,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3.0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중동발(發) 충격의 정도와 별개로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하락 폭이 컸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라서 빠진 게 아니라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내리는 것”이라며 “한국 증시는 올해 상승 속도가 유독 가팔랐고, 조정도 그에 비례해 급하게 받는 것”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장 랠리의 메인 엔진이었던 이익 개선,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매력, 정책 모멘텀이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폭등장 이후 단기 조정으로 속도 부담을 덜고 가는 과정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수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린 첸 JP모건 아시아·태평양 신용·통화 영업총괄은 “고객들이 현재의 변동성도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기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 국가의 AI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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