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의에 문제 제기 검사들 강등 좌천, 불의가 이기는 나라
조선일보
입력 2025.12.13. 00:20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법무부가 지난달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반발해 경위 설명을 요구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 중 3명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좌천이다. 이들은 검사장 18명이 항의 성명을 냈을 때 발표를 주도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또 현 정권 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또다른 검사장 한 명은 고검 검사로 강등시켰다. 좌천된 검사장 3명 중 2명은 사의를 표명했고, 강등된 검사장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가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항소 포기에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것이 항명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애초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려 했으나 정성호 법무장관과 차관의 압박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이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은 수천억원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지금 정부 여당은 공무원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검찰청법에도 상급자의 사건 지휘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정권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들은 강등 좌천시켰다.
이런 인사를 한 목적은 검사들을 향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와 재판을 하고, 거기에 반기를 들지 말라는 뜻이다. 좌천 인사를 당한 검사장은 사직 인사 글에서 “권력자는 한결같이 검찰을 본인들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늘 자신과 측근들을 지키는 데 권력을 남용한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 겉으로는 ‘검찰 개혁’이고 뒤로는 ‘권력 보호’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민주당은 저항하는 검사들을 손보겠다며 이미 ‘검사 파면법’을 발의했다. 법관에 준하는 신분 보장을 받는 검사를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파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권과 민주당 행태를 보면 결국 이 법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정권이 인사와 징계라는 수단을 이용해 검찰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정권이 역대 다른 정권들과 크게 다른 점은 불의를 저지르고도 당당하며, 심한 경우엔 당당한 정도를 넘어서 공격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지지율이 높으니 기세가 등등하다. 불의가 판치는 나라를 넘어서 불의가 이기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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