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예고에 글로벌 제약사들 美생산기지 물색…韓은 구체 계획 없어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04-23 11:092025년 4월 23일 1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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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네론 본사 전경. 위키피디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수입 관세를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 기지가 있는 파트너사 물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에 생산 기지가 없는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은 일본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후지필름다이오신스바이오테크놀로지와 30억 달러(약 4조28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홀리스프링스 지역에 있는 후지필름의 생산 시설에서 상업용 바이오의약품의 원료의약품을 제조할 계획이며 올해 말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리제네론은 “이번 투자는 미국 내 제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 내 대규모 제조 역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리제네론이 후지필름과의 계약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밝힌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가 임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쟁사에 생산 규모 및 전략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CDMO 기업과의 계약 규모와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 이번처럼 리제네론이 계약 규모와 기간 등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에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며 “미국 의약품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 정부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끌어가는 동시에 관세가 부과될 시 빠르게 미국 생산 기지를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제네론은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한 CDMO 사를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뉴욕주의 태리타운 캠퍼스에 36억 달러(약 5조 1400억 원)를 투자하고 렌슬리어와 사라토가 스프링스 지역에도 생산 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같은 날 스위스 제약사인 로슈 역시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에 500억 달러(약 71조4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3개 연구개발(R&D) 센터를 확대하고 미국 제조 및 유통 역량을 확대하는 데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로슈는 “이번 투자로 미국 제조 역량을 지원하기 위한 1만1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수입하는 의약품보다 더 많은 의약품을 수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보다 앞서 일라이릴리는 270억 달러(약 38조58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내 새로운 제조시설 4곳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 역시 향후 4년간 미국 내 제조 및 R&D 등에 총 550억 달러(78조58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노바티스도 이달 초 향후 5년간 미국 내 10개 생산 시설을 새로 짓고 기존 시설을 확대하는 데 230억 달러(약 32조87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GC녹십자, 바이넥스 등 국내 주요 CDMO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기지가 없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모두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CDMO가 워낙 장기 계약이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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