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동아광장/허정]제2의 산업화 시대, 새 성장 전략 모색해야

鶴山 徐 仁 2025. 3. 9. 15:04

오피니언  >  동아광장

 

[동아광장/허정]제2의 산업화 시대, 새 성장 전략 모색해야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03-07 23:122025년 3월 7일 23시 12분 


 

 

보호무역-제조업 부활로 통상 환경 달라져
韓 도약 토대 됐던 모델로 더한 성장 어려워
수출 주도 경제 잇되 첨단산업으로 축 옮기고
기술 혁신 위해 중기 강화-인재 양성 힘써야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자유무역 체제는 약화됐고,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 또한 자원을 무기화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1990년대의 산업화 정책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세계 통상 환경 속에서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의 유례없는 성장을 이끌어냈다. 오늘날 보호무역주의 체제로 접어든 세계 통상 환경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다시 역동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2의 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경제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1990년대까지 산업구조를 빠르게 전환하고, 대기업 중심의 효율적인 경제를 구축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 전략은 한국 경제의 급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고 중화학공업,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원하면서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전략 산업과 수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인재 양성에 재원을 아끼지 않았다.

의료·복지 정책과 농업 근대화 정책도 동시에 추진됐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중화학공업, 반도체, 조선,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방산, 원전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한국의 세계 경제 내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정책 덕분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확립한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보호주의와 자국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한국 경제에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각국의 제조업 부활과 자원 안보 등 자국 중심 산업 정책이 강화되면서 한국은 과거와 같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소국 개방형 경제(Small open economy)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출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기존의 수출 주도형 모델을 단순히 계승하기보다는 변화된 세계 통상 환경과 산업구조 재편에 맞는 종합적인 제2의 산업화 정책과 수출 시장 다변화 정책을 포함한 마스터플랜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선,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을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반도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원전, 방산, 로봇 등 새로운 첨단산업을 수출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을 대표로 하는 디지털 전환을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기술 혁신과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 산업도 전기차, 배터리, 원전과 같은 고효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시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혁신 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국 산업 중심으로 변화한 세계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시장 다변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들과 경제 개발 동반자 협정, 첨단산업 개발 협정, 핵심 광물 및 에너지 협정 등을 체결해 기술과 자원 안보를 확보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소·중견기업들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에서는 기업 간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 경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동시에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교육 정책 역시 과거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 인재 양성과 보호에 더욱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고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은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반영할 수 있어, 노동시장 개혁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요컨대, 제2의 산업화 시대는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 모델을 계승하되 기술 혁신, 친환경 첨단산업 육성, 자원 확보,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칠어진 세계 통상 환경에 맞서 한국이 살아남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산업 정책이 요구된다.

#산업화  #보호무역주의  #수출 주도형 성장  #고부가가치 산업  #기술 혁신  #중소기업 지원 #인재 양성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