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섭취 줄면 ‘대장암’ 위험 껑충…왜?
동아닷컴 업데이트 2025-03-06 14:472025년 3월 6일 14시 47분 입력 2025-03-06 14:16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체중을 줄이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사람이 많다. 이른바 ‘저탄고지’ 식이요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섬유질이 풍부한 탄수화물을 줄이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장암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흔한 암으로 매년 약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국내의 경우 치명률이 낮은 갑상선암(2021년 기준 3만 5303명)을 제외하면 암 발생자 수 1위(3만 2751명)다.
대장암은 식단, 장내 박테리아, 염증, 유전학 등의 영향을 받아 생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저 섬유질 식단, 특정 장내 박테리아, 대장암 사이의 우려스러운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른바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과 같은 DNA 불일치 복구결함(MMR)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탄수화물 식단을 따를 경우, 연구자들이 암 발병에 있어 ‘완벽한 폭풍’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바꿔 말해 ‘대장암 폭탄’을 맞을 위험이 매우 커진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 3일(현지시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저탄수화물·저섬유질 식단이 특정 대장균(E. coli·이콜라이)과 결합하면 암 위험이 극적으로 증가한다.
정확하게 이콜라이 NC101이라는 박테리아가 콜리박틴(colibactin)이라는 독소를 생성한다. 이 박테리아는 대장암 환자의 약 60%가 보유하고 있다.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속하면 장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깨져 이콜라이 NC101이라는 박테리아가 번성한다. 이 대장균은 콜리박틴이라는 DNA 손상 물질(독소)을 생성한다. 이 독소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원인이 된 염증으로 인해 얇아진 대장 보호막을 뚫고 대장 세포에 침투해 용종(polyp) 발생을 촉진한다. 용종은 종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연구 세부 내용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대장암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 Bacteroides fragilis), 헬리코박터 헵파티쿠스 (Helicobacter hepaticus), 그리고 이콜라이 NC101(E. coli NC101)에 감염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쥐들에게 각각 균형 잡힌 식단, 저탄수화물 식단, 서구식 식단(고지방·고당분)을 먹이고 비교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단 하나의 조합, 즉 콜리박틴을 생성하는 특정 대장균에 감염된 상태로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했을 때만 대장암이 발생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쥐는 다른 식단을 섭취한 쥐보다 더 많은 대장 용종이 생겼다. 그 중 상당수가 암으로 발전하는 징후를 보였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다른 쥐들에 비해 대장의 점막 층이 얇아졌다. 보호막 역할을 하는 점막 층이 얇으면 독소인 콜리박틴이 대장 세포에 더 많이 침투해 DNA를 손상시킴으로써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서구식 식단은 나쁜 평판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암 촉진 효과를 일으키지 않았다. 핵심 요인은 고지방이나 고당분이 아니라 섬유질 함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콜리박틴을 생성하는 특정 대장균(E. coli NC101)은 대장암 환자의 60%, 장 질환 환자의 40%. 건강한 사람의 20%가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앞서 진행된 두 가지 인체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발견이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희망적인 점 발견
연구진은 저탄수화물 식단에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인 이눌린(inulin)을 추가할 경우 암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눌린을 식단에 추가한 쥐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계속 섭취하는 동안에도 염증과 용종 발생이 적었다. DNA를 손상시키는 독소를 생성하는 대장균도 줄어들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 후 연구원 부페시 타쿠르는“섬유질을 보충하자 저탄수화물 식단의 악영향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리 연구는 일반적인 체중 감량 식단인 저탄수화물, 저섬유질 식단을 장기간 실천하는 것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을 강조한다”라고 연구 책임자인 알베르토 마틴 교수(면역학)가 말했다.
특정 유전자 결함이 있을 경우 더 위험
DNA 불일치 복구결함이 있는 경우, 콜리박틴을 생성하는 대장균에 감염됐을 때 상당히 더 많은 용종이 생겼다. 불일치 복구결함은 선천적으로 MMR유전자가 결핍되어 잘못 결합된 DNA의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MMR결함이 있는 사람이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속할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극적으로 높아 질 수 있다.
아울러 염증성 장 질환(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베체트 장염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이콜라이 NC101 대장균 보유 확률이 높아 저탄수화물 식단을 따를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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