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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984(조지 오웰 지음)

鶴山 徐 仁 2024. 12. 29. 17:55

1984(조지 오웰 지음)

 

 

 아콩달콩 ・ 2024. 12. 13. 18:16


 

 

1984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저자조지 오웰출판코너스톤발매2020.07.15.



이번에 거실에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채우면서 남편이 가지고 있는 서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계속 눈에 밟혔던 빠알간 커버로 된 1984.

조지 오웰이라고 하면 [동물농장], [빅브라더] 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것 말고는 알고 있는 게 없어서 이번 기회에 알아볼겸 읽어봤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인생책이라고 꼽힐 만큼의 매력을 가진 소설이라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더 어렸을 때 읽었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고, 또 전체주의 사회의 어두운 잔상이 꽤 진하게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용도, 구성도 탄탄하고 전체주의 사회의 무서운 부분을 아주 처절하게 보여줘서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쓴 전체주의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도 아직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많이 들어서 익히들 알고 있는 조지 오웰이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라고 한다. 1903년 인도에서 영국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5년간 식민체제와 제국주의 생활을 경험했고, 파리와 런던에서 소설과 서평, 에세이를 꾸준히 발표했다.

[동물농장]으로 큰 명성을 얻었고, 또 1948년에 이 [1984]라는 책을 집필했는데 전체주의 속 개인의 저항과 파멸의 과정을 디스토피아적으로 묘사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작가는 제국주의 경찰로 일하면서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가하는 온갖 폐해를 목도하고 '반제국주의자'가 되었다.

그리고 1936년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한 경험을 통해 파시즘, 나치즘, 스탈린 주의로 대변되는 전체주의가 가하는 절망적 상황을 인식하면서 '반전체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웰은 "1936년 이후 내가 쓴 진지한 작품의 모든 구절은 하나같이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를 반대하고 '민주적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글이었다."라고 문학관을 밝혔다.

본인의 뼈저린 경험에서 우러나와서 그런지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어두운 민낯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것도 아주 처절할 정도로.

실제로 이 소설을 쓰는 당시에 작가는 폐결핵에 걸린 상태였는데 소설을 출간한 이듬해 숨을 거뒀다고 한다.

노동자 혁명을 일으켜 빅 브라더를 전복시키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가 나락으로 빠져버린 윈스턴과 작가의 모습이 얼핏 닮아 있는 듯하다.

 

 

소설의 줄거리를 말하기에 앞서 [1984]에 나오는 사회 구조부터 파악해보면, 세계는 병합을 통해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라는 3개의 초강대국으로 나누어진다.

그중 오세아니아(주인공이 속해있는 나라)의 정치 구조는 피라미드 형태로 '영사(영국 사회주의)'라는 무시무시한 당이 나라를 이끌고 그 정점에 '빅 브라더'가 있다.

실제로 본 사람은 없지만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한 빅 브라더의 존재

 

그 아래에는 전 인구의 2퍼센트 미만인 '내부당원'(고위급), 그리고 그 아래에는 '외부당원'이 있고 맨 아래에는 전 인구의 85퍼센트인 무지한 상태의 '프롤(노동자 계급)'이 있다.

빅브라더, 내부당원, 외부당원, 프롤 이렇게 4개의 피라미드 구조로 사회계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 중에 주인공인 윈스턴은 외부당원으로, 진리부에서 신문이나 잡지에 실렸던 과거의 기록을 날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 일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해서 당에 대한 반감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하고 줄리아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했던 오브라이언이라는 '내부당원'을 만나게 되는데 이 오브라이언이라는 사람은 일부러 형제단(빅브라더에 반하는 단체)의 일원으로 가장해 윈스턴에게 접근한다.

 

'소설 최고의 첫 문장 100'과 '소설 최고의 마지막 문장 100'을 뽑는 게 있는데 10위권 안에 동시에 [1984]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애정부(고문하는 곳)에서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을 끝까지 고문하면서 사상을 바꾸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결말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끝에는 조금의 희망이라도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마지막 문장에서 실낱같은 희망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게 결말을 받아들였다.

주인공인 윈스턴은 처음에 일기를 쓰는 것으로 당에 대한 의심을 조금씩 구체화시켜 나가게된다.

 

"당에서 세운 이상은 원대하고 굉장하고 찬란했다. 전사들과 광신도들이 완벽한 단결을 이루어 행진하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동일한 슬로건을 외치고, 끊임없이 일하고 싸우고 승리하고 박해하는 나라.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양배추와 지저분한 화장실 냄새가 누덕누덕한 19세기 주택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구멍 난 신발을 신고서 이리저리 발을 끌고 다니는 쇠락하고 우중충한 도시였다."

윈스턴이 바라보는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는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겉으로는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구중물이 넘치는 험악한 곳이다.

"그들은 감정을 바꿀 수는 없다. 그들이 행동, 말, 생각까지 모든 것을 상세하게 밝혀낼 수는 있겠지만, 자기 자신조차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는 신비한 속마음만은 쉽사리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윈스턴은 초반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나도 속으로 '그렇지. 사람의 속마음까지 어떻게 바꿀수는 없지.'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윈스턴의 생각이 점점 변하는 걸 볼 수 있다. (이것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사람이 고문으로 인해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져내리는지😭)

고문 당하기 전 윈스턴의 말

고문 당한 후 달라져버린 윈스턴의 생각

"제정신은 통계적인 게 아냐"(고문 전)

"제정신은 통계적인 것이다. 그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면 되는 문제일 뿐이었다. 그뿐이었다!"(고문 후)

제정신은 통계적인 게 아니라며, 자신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윈스턴이 고문을 한참 받고 난 이후에는 '제정신은 통계적인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며 당에서 주입시키는 생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고 기억에 남을 만한 구절.🏷

"진정 무시무시한 것은 어쩌면 자신 역시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요즘말로 표현하면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해야할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스라이팅하는 것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의 위험한 일인데 사회 전체가 사람을 세뇌시킨다면 얼마나 쉽게, 그리고 잔혹하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자기가 기억하는 것도 사회에서 "니가 알고 있는 것은 거짓이다. 실은 이게(가짜) 진짜다."라고 지속적으로 말한다면 그리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아마도 고문을 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런 사회에서 어떻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중간중간 나오는 당의 3대 슬로건이라고 하는 이 가스라이팅적인 멘트도 볼 때마다 가슴이 무거워졌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전쟁이 어떻게 평화이며 자유가 어떻게 예속일 수 있고 또 무지가 힘이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단어를 슬로건이라고 내놨는데도 대부분의 국민이 의심하지 않고 굴러가는 사회. 전체주의 사회는 정말이지 상상 이상의 무서운 사회다.

예전에 읽었던 '헤이트'라는 책에서 독일 나치 시절 가족들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사회에서 교육과 치료를 시켜주겠다고 홍보를 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고는 정부에서 장애인을 죽이거나 대량 학살을 했는데 이를 철석같이 믿고 보낸 가족들을 보면 현실이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훨씬 잔혹한 것 같다.

 

 

이중사고, 당이 하는 모든 것을 다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고행위

"이중사고. 과거를 재조명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단연 당의 완전무결함을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다. 당의 예측이 언제나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설, 통계, 각종 기록을 끊임없이 최신 상황에 맞게 고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1984]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 이중사고.

말그대로 전쟁은 평화라고 믿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도 거짓이라고 믿는 것이다.

단번에 이해하긴 어렵지만 사람들의 사고를 쉽게 지배하기 위해 "그냥 생각하지말고 우리가 말하는 걸 받아들여"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신어의 사용으로 사람들의 사고를 축소시킨다.

그리고 또 자주 나오는 게 신어인데 사람들이 다른 생각(이념)을 하지 않도록 언어를 축소하고 사고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통치 방법이다.

"이름을 축약함으로써 축약하지 않았을 때 뒤따를 수 있는 연상적 의미들이 사라지게 되므로 단어의 의미가 한정적이고 미묘하게 달라졌다. (...)

선택할 수 있는 단어가 적어질수록 생각의 유혹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보니 예전에 학생 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지, 사고가 언어를 지배하는지' 그 순서에 대해서 학자들이 의견을 펼쳐놓은 비문학 같은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결론은 둘 다 아직 논쟁 중인 거로 기억한다.)

순서가 어떻든 간에 언어가 사람의 사고를 지배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언어를 조작해서 사람들의 생각까지 지배해버리는 사회.

정말 무시무시한 사회다.

"오늘날 그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 각 지배 집단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키며, 전쟁의 목적은 영토를 점령하거나 방어하려는 게 아니라 사회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있다."

당의 3대 슬로건 중 가장 첫 번째 '전쟁은 평화'라는 구절이 이 부분을 읽으니 이해가 됐다.

당은 전쟁을 선동하면서(말로만 열심히) 국민들을 항상 긴장하게 만들고 당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신어 생산, 전쟁 이런 것들로 국민들의 사고를 흔들고 당의 최상위에 있는 빅브라더를 추앙하게 만드는 걸 보니 딱 북한의 모습이 떠올랐다.

뭔가 북한 뉴스에서 되게 공격적으로 단호한 언어들을 거침없이 말하는 아나운서와 그분(?)의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있는 모습이 뭔가...비슷한 느낌이다.😅 (이렇게 썼다고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권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일세.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 독재 정권을 세우는 게 아니라, 독재 정권을 세우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지. 박해의 목적은 박해야. 고문의 목적은 고문이네. 권력의 목적은 권력이고."

빅브라더 사회가 나치즘, 스탈린 주의, 파시즘보다 더 무서운 사회임은 분명하다. 박해와 고문, 권력 그 자체를 위해 사람들을 고문하고 박해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사회라니.

더 무서운 건 아래 오브라이언이 하는 말이다.

"우리는 이단자가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에 없애는 게 아닐세. 그들이 저항하는 힘은 결코 없어지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전에 머릿속을 완벽하게 바꿔놓네."

여태껏 있었던 전체주의, 사회주의, 식민주의는 그 사회에서 이단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이념에 순응하지 않으면 결국 죽이거나 불구로 만드는 식이었다.

그런데 빅브라더 사회에서 무서운 건 결국, 정말 결국에는 사상을 바꿔서 죽여버린 다는 것이다.

사상을 바꿀만큼의 고문을 행하는 것도 너무 잔인한데 종국에는 죽이기까지 하다니 자비라고는 없는 무서운 사회다.

나는 아마 이런 사회에 살게 된다면 바로 순응해버리고 설사 머릿속으로 순응하지 못한다고 해도 평생 순응하는 척 연기하면서 살지 않을까 ㅠㅠ

빅브라더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이해력이 부족한 덕분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받아들인 것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다.

옥수수 낟알이 소화되지 않고 새의 몸속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윈스턴이 사랑했던 줄리아의 사고 방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윈스턴 같이 당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아마 내가 빅브라더의 사회에 살게 되었다면 제정신을 유지하기위해 뇌를 빼놓고, 생각하기를 포기한 채 살아나가지 않았을까? 분명 그럴 거 같다.

의심하기에는 들킬까 두렵고, 들키는 즉시 고문에 죽음이니 나같은 소시민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생각을 멈추는 수밖에 ㅠㅠ 참 씁쓸한 결말이다.

1984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빅브라더는 대체 무엇인가. 궁금함을 가지고 읽었는데 궁금증이 확실히 해소가 됐다.

* 1984는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소설을 쓰면서 먼 미래에는 이런 디스토피아적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이 '먼 미래'를 1984년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덤으로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 태어난 게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 아빠 고마워요😭)

또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조작(?)하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친구가 "옛날에는 노예 제도가 합법이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처럼 아마 지금도 나중에 보면 정의가 아닌 것들이 있지 않을까?"라고 답을 해줬는데 수긍이 갔다.

요즘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등등 아주 사회가 혼란스럽고 속시끄러운 상황인데 나~중에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 이 시점의 상황을 분석한다면 대통령의 행동이나 발언이 정의로웠다고 분석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말로는 양쪽 다 본인들의 정의라고 주장하는데 역사가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윈스턴은 결국 고문에 의해서 사고방식을 바꾸고 죽음을 맞이하게 됐지만 우리는 생각을 반대로 했다고 고문하는 사회가 아니니, 충분히 사고하고 다같이 모여 힘껏 목소리를 내고 정의를 일으켜 세워야하지 않을까.

 

[출처] 1984(조지 오웰 지음)|작성자 아콩달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