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菽麥之亂(숙맥지란)

菽麥之亂(숙맥지란)

 Keen ・ 2024. 12. 26.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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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菽麥之亂(숙맥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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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菽麥(숙맥)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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菽(숙)은 콩이고, 麥(맥)은 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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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확연히 다른 곡식인데,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분별하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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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쑥맥!'이라고 욕하기도 하며, 숙맥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콩과 보리뿐이겠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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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비정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과 평상어를 구별하지 못하며,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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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고 달이라 하고, 달을 보고 해라고 하면, 낮과 밤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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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가 죽고 2세인 호해(胡)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때 그의 곁에는 환관인 조고(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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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조고는 진시황제의 가장 우둔한 아들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고 자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했다. 조고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조정 신하들의 마음을 시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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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신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사슴(鹿)을 호해에게 바치며 말(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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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해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 라고 하자, 조고는 신하들에게 물어보자고 했다. 신하들은 세부류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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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류는 '침묵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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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잘못 말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침묵을 선택한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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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부류는 '사슴파'였다. 분명 말이 아니었기에 목숨을 걸고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대답한 신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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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부류는 '숙맥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슴이라고 하는 순간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슴과 말도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이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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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맥들만 남고 모든 신하는 죽임을 당했다. 바야흐로 숙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숙맥의 시대는 채 몇 년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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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숙맥으로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봉기해 결국 진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 본기'에 전하는 "指鹿爲馬"(지록위마)의 고사가 나온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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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침묵하고, 거짓이 참이되고, 변명이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숙맥의 시대라 하고, 이런 시대를 "숙맥의 난(亂)"이라고 정의한다. 숙맥의 난맥상은 그 어떤 혼란의 시대보다 폐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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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몰락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도술(道術)이 성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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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술을 부리며 세상 사람들을 흘리는 도사들이 숙맥의 시대에는 주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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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세무민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능력으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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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맥파 교주들은 분별력을 잃은 숙맥들을 이끌고 허무맹랑(虛無孟浪)한 말로 사람들을 부추겨 그들의 잇속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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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좀비가 된 숙맥들은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교주들의 구호에 맞춰 절규하고 거품을 물고 욕을 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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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이 사람을 잡아먹고, 관념이 현실을 가린 숙맥의 난이 펼쳐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숙맥의 난(亂)으로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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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는 르네상스가 동양에는 성리학이 이성(理性)을 기치로 숙맥의 난을 평정하려 했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혀 좌절됐다. 진실은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너무 과분한 이상이었기 때문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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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숙맥의 난의 절정에 이르고 있다. 菽(숙)과 麥(맥)을 분별해야 할 언론과 권력기관은 숙맥의 시대에 기름을 부으며 부추기고 있고, 각종 권력은 그 위에서 마음껏 난세를 즐기고 있다. 콩과 보리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菽麥(숙맥)의 세상을 침묵파로 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일입니다.

 

[출처] 菽麥之亂(숙맥지란)|작성자 K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