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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英 기업과 치매 정복 나서…“뇌의 타우 폭탄 막는 신약 만든다”

鶴山 徐 仁 2024. 12. 25. 18:32

[Interview] 케이 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뇌과학 교수

日·英 기업과 치매 정복 나서…“뇌의 타우 폭탄 막는 신약 만든다”

염현아 조선비즈 기자

2024.12.16 11:00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 환자 5500만 명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단백질(이하 타우)이 비정상적으로 신경세포 안팎에 쌓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 타우 역시 신경세포 구조를 유지하는 이음새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지만,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내부에 쌓이면서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제약사들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줄이는 방식의 연구를 여러 번 진행했지만, 아직 근본적으로 치매를 고치는 치료제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의 레켐비나 미국 일라이릴리의 키선라는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를 제거하거나 만들어지지 않도록하는 신약이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두 약물 모두 초기 또는 경도 환자의 인지 저하를 늦추는 데 그친다.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뇌부종, 뇌출혈 등 부작용 위험도 있다.

케이 조(Kei Cho)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뇌과학 교수는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그가 집중한 건 바로 타우다. 지난해부터 영국의 바이오 기업 및 일본의 다국적 제약사와 함께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조 교수는 영국 브리스톨대, 킹스칼리지런던 등에서 15년 넘게 치매 분야를 연구한 세계적 석학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의대를 졸업했다.

2001년 장거리 비행과 뇌 크기 감소의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로 주목받은 조 교수는 뇌세포의 괴사를 일으키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10년 생명과학 저널인 ‘셀(Cell)’에 발표됐으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에는 영국왕립학회로부터 울프슨 연구 공로상(Wolf-son Research Merit Award)을 동양인 최초로 받았으며, 2013년에는 한국·영국 신경과학 컨소시엄을 공동 구성했다.

현재 영국 치매연구소(DRI)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 약화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조 교수를 만나 치료제 개발 배경을 들었다.

타우에 집중한 이유는 뭔가.

“치매를 유발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우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이라고 봤다. 알파, 베타, 감마 등 여섯 가지 타우 이형체가 우리 뇌의 시냅스에 붙어 쌓이면서 폭탄이 되고, 터진 파편이 또 다른 신경세포로 퍼지면서 치매가 진행된다. 타우가 신경세포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뇌 기능을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구조까지 완전히 무너뜨린다는 의미다. 이 화약이 모여 폭탄으로 터지지 않도록 완전히 막아버리는 게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의 원리다.”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밀로이드 베타로 단일 항체를 만드는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를 비롯해 6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 이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가면 경쟁력이 없다. 우리 연구진은 타우가 다른 신경세포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막는 것을 해법으로 보고, 그 열쇠로 나노바디 항체를 선택했다. 나노바디는 기존 항체의 10분의 1 크기로, 약물이 뇌혈관 장벽(BBB)을 잘 투과할 수 있고 부작용도 줄인다. 여러 항체를 다양한 표적에 동시에 붙여 치료 효능도 높일 수 있다. 현재 이 나노바디 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항체가 타우에 먼저 결합해 시냅스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거다.”

치료제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동물실험은 이미 마쳤는데, 알츠하이머병은 사실 동물에게는 없는 병이므로 인간 대상 실험이 필수다. 현재 건강한 사람에게서 채취한 iPS 줄기세포를 이용해 동물실험 결과를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약사는 동물실험과 인간 줄기세포의 상관성을 입증해 주기를 원하더라.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일본 교토대로부터 iPS 모델을 제공받고 있다. 이 밖에도 타우가 시냅스에 붙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펩타이드(단백질 조각)의 존재를 발견했고, 지금은 저분자 등을 이용한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항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저분자이고 안전하다. 바이오마커(생체 지표) 타깃도 돼서 장점이 있다.

우리 연구팀은 현재 일본 제약사와 합작해 개발 중이다. 내년 4월에 전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게 목표다.”

일본 제약사 외에 또 협업하는 곳이 있다면.

“연구기관 10곳과 인터넷에 가상연구소를 구축해 서로 시험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치매로 사망한 환자가 기증한 뇌로 연구할 수 있는 뇌 은행(브레인뱅크), 인공지능(AI) 기반의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정보 수집, 분석)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일이 논문을 검색하는 게 아니라 AI를 통해 휴먼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마이닝으로 정보를 얻는다. 특히 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하면 100명이 10년간 실험해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단 6개월 만에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활용한 데이터는 약 1만 명에 달하는 뇌 정보다.”

그렇게 AI로부터 도움받아 어떤 사실을 알게 됐나.

“그동안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신경세포에 쌓여 이상 현상이 발병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두 단백질이 엉겨 붙으면서 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인다는 거다. 그런데 실제로 타우를 관찰해 보니 자극을 주면 ‘PHF 단백질’이 반응하고 자극을 주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았다. 타우와 소통하는 시냅스가 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추가 연구를 했고, 시냅스가 약화하는 게 타우가 많이 붙으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걸 알아냈다.”

AI의 어떤 기능이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또 어떤 역할을 하는가.

“AI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 발전이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AI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연구진이 개발한 단백질 구조 예측·설계 모델인 알파폴드의 도움도 받고 있다. 알파폴드는 유전자 서열을 넣으면 병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와 그 확률을 다 알려준다. 알파폴드가 향후 3년간 제약·바이오 업계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원천은 뭔가.

“실패해도 된다는 믿음과 여유 같다. 현재 재직 중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은 ‘실패해도 된다’는 승인 카드를 준다. 실패해도 된다는 의미와 실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가 공존한다. 우리는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고,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다. 우리는 거기서 연구 혁명이 나온다고 믿는다. 영국 정부의 기조도 한몫한다. 영국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보면 치료에 신경 쓰는 것보다 질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데 방점을 둔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과 영국은 기술과 연구 인프라가 엄청난 국가다. 함께 힘을 합치면 못 할 게 없다.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인 비틀스가 합주로 레전드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한국과 영국이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만들어 바이오와 헬스케어 혁명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염현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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