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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급부터 만나는 사람까지…한국 '우주 사령탑' 존리, 美에 보고

鶴山 徐 仁 2024. 8. 9. 10:18

국제 미국

[단독] 월급부터 만나는 사람까지…한국 '우주 사령탑' 존리, 美에 보고

우주항공청 R&D 총괄하는 존 리, 美와 협력 위해 '외국 대리인' 등록

국내엔 관리할 제도 없어… "한미 상호주의 어긋난다" 지적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박지민 기자


 

2024.08.09. 05:04업데이트 2024.08.09. 09:47

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지난 4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성태윤 정책실장의 소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설립된 한국 우주항공청(KASA)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존 리(68)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미국 정부에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으로 등록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인 1938년 적국(敵國)의 선전을 막기 위해 제정된 미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른 조치다. 이 법은 미국에서 활동하며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홍보하는 사람은 법무부에 등록하고 관련 활동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활동’의 정의가 모호하고 광범위해 동맹국과의 통상적인 국제 교류까지 제한한다는 논란이 이는 법이기도 하다.

리 본부장은 한국계 미국 국적자로서 한국 정부의 우주 개발을 총괄하게 된 만큼 앞으로 미국과 협력할 때 문제가 되지 않게 대리인 등록을 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의 외국 대리인에 등록하면 외국(리 본부장의 경우 한국) 정부와의 계약 및 변경 사항, 활동 내용 등을 6개월마다 미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월급과 계약 조건, 정치 인사와의 접촉 내역(날짜·성격·장소 등), 활동 비용과 영수증 등이 신고 내역에 포함된다.

KASA 관계자는 본지에 ”내국인(한국인)과의 만남은 보고 대상이 아니고, 미국에서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를 만나거나 행정부와 정당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연락할 때는 보고한다”며 “한국의 기밀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미국에 자료 제출 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미 상호주의에 어긋나고 한국 정부 기관의 고위 인사가 정기적으로 미 정부에 보고하는 데 따른 보안상 우려가 있다는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 사천에 있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우주항공청

 

리 본부장이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한 이유는 NASA를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해 한국 기관인 KASA의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FARA 위반 가능성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FARA는 요구하는 정보가 굉장히 자세한 편인데 등록하지 않고 하나라도 어길 경우 추후 미 당국이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외교계 관계자들은 통상 미국의 로비 기업이나 법무 법인을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해 두고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내 활동을 하는 것과 달리 리 본부장이 개인 자격으로 대리인 등록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리 본부장의 외국 대리인 등록 서류는 지난달 29일 제출한 것이다. 월 보수액이 1원 단위(2124만4416원)까지 적힌, 한글로 된 ‘임기제 공무원 임용 약정서’가 첨부돼 있다. 외국 대리인 등록 60일 이내에 받은 보수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6월 25일, 7월 25일 급여 명목으로 총 3만6131달러(약 4975만원)를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KASA는 제출 내역을 사전 검사한다는 계획이지만 리 본부장의 활동 중 FARA에 따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내역을 KASA가 차단할 수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FARA를 위반할 경우 형량은 최대 5년의 징역 혹은 최대 25만달러의 벌금이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법무부 자료를 보면 리 본부장은 본인의 임무에 대해 “우주항공청을 대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개최되는 각종 회의·포럼에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고 미국의 NASA나 해양대기청(NOAA) 같은 정부 기관, 항공 우주 기업, 대학 기관들과 교류를 하게 된다”고 했다. 회의를 통한 미 정부 기관과의 R&D 프로젝트 수립·추진, 대학·연구 기관·기업 같은 비(非)정부 기관과의 협업, 제품·자산 인수를 위한 우주·항공 분야 기업과의 협력 등도 명시했다. 리 본부장은 “내가 직접 또는 양자 미팅을 통해 미 정부 여러 기관에 관여할 것”이라 했는데 이런 활동들은 미 정부가 FARA에 명시한 ‘외국 기관을 위한 활동’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백형선

 

지난달 미 검찰이 FARA 혐의로 기소한 한국계 대북 문제 전문가 수미 테리의 경우 외국 대리인 신고를 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 인사의 만남을 주선하고, 한국 당국자에게 식사 대접을 받았다는 등의 활동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런 활동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 미 당국이 FARA 위반을 문제 삼을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 검찰이 FARA 적용을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KASA 관계자는 본지에 “(테리 기소 전인) 5월 27일 개청 전부터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면서도 “테리 사태 이후 한동안 사문화된 것으로 생각됐던 FARA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우주항공청 입장에선 많은 인재 영입을 희망하는데 미국 출신은 기관 승인을 받고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해야 해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전직 정부 고위 인사는 “이제 막 발을 뗀 KASA 입장에서 미국과의 우주 협력이 필수적이고 우리가 더 얻을 것이 많지만, 한국 우주 항공을 총괄하는 리더가 미국 정부에 주기적으로 활동 내역을 보고하는 것은 상호주의에 어긋나는 일이고 보안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외국 정부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주체들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는 “서울에도 타국을 위해 활동하는 대리인·공작원이 많고 이들은 자국에 유리한 정보를 주입하는 등 우리 정치·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실정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나사(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해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 ☞FARA

‘외국 대리인 등록법’을 뜻하는 영어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의 준말. 외국인을 포함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이 외국 정부·기관·기업 등의 정책 및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미 법무부에 등록하고 활동도 보고하도록 하는 연방 법이다. 미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투명하게 파악하겠다는 취지로 1938년 제정됐다. 최근엔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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