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6.16. 05:28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정부가 동해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과 관련해 오는 12월부터 시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포항 영일만의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석유 탐사’ 논쟁은 이제 ‘과학’보다는 정치싸움이 되고 있다. 탐사 비용도 논란이다. 수심이 얕은 동해 대륙붕을 개발했던 소규모 가스전과 달리 이번에는 수면으로부터 1㎞ 이상 깊은 심해 유전을 개발해야 해 한 번 탐사 시추공을 꽂을 때마다 1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것도 5공의 시추가 필요해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11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만난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석유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셸·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이 분야 전문가다. 신 교수는 198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된 동해 석유·가스전이 이 시점에 ‘가능성’이 드러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는 대륙붕 안쪽을 탐사하다가 대륙붕에서 심해 더 깊은 곳으로 탐사 구역이 넓어진 것”이라며 “과거에도 이 지역을 탐사했으나 (탄성파) 해상도가 낮아 해석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쟁이 치열한 ‘성공확률 20%’에 대해서는 “자료의 품질, 분석자의 경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20% 근거를) 오픈하는 것은 다른 회사를 도와주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전문가의 평가를 신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이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에너지 자원 안보 차원에서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예산이 크게 들어가는 일이니까, 국정 수반으로 시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 매장량 '140억배럴'은 근거가 있나. "석유 개발 프로세스는 다 비슷하다. 원유나 천연가스가 지하에 모여 쌓여 있는 '저류층'을 일단 추정하는 것이다. 석유·가스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하는 암석 내의 '틈(공극)'에 스며 들어가 있다. 보통 10~30% 정도가 스며들어 있다. 모래로 되어 있으면 공극이 크지만, 만약 진흙이 많으면 공극이 작다. 이러한 요소까지 감안해 140억배럴을 추정한 것이다. 암석 지층 구조는 '탄성파' 자료 분석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성파 자료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슨 암석이 지하에 있는지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
- 왜 지금에서야 이곳에서 '탄성파' 탐사를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진작에 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까지 대륙붕 안쪽을 먼저 탐사했다. 더 시추하고 생산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륙붕에서 심해 더 깊은 곳으로 탐사 구역이 넓어진 것이다. 과거에도 이 지역에서 탐사를 했지만, 해상도가 낮아 해석이 쉽지 않았다. 기술이 발달되어 옛날에 보이지 않았던 구조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이번 시추 계획을 갑자기 올해 계획한 것이 아니다. 2년 전에 시작해 이번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 분석은 전문가마다 다를 수 있나. "그렇다. 경험에 따라 다르다. 군대 베테랑과 같다. 실전 전투 경험이 많은 사람이 현장에 더 잘 적응하듯이, 탐사 경험에 따라 분석이 달라질 수 있다."
- 140억배럴은 최대치인가. 간접근거란 무엇인가. "전체 광구에 석유·가스가 존재한다고 할 때를 가정한 수치다. 일반적으로는 가스가 위에 있고 석유는 밑에 있다. 경험상 그 지역은 가스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와 가스는 성분이 같다. 일반적으로 가스를 석유의 양으로 환산해서 발표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원유보다는 가스가 나오는 것이 좋다. 원유는 회수율이 낮다. 가스가 뽑아내기가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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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억배럴이 '한 세기에 한 번 발견될까 말까 하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석유 개발 역사상 그렇다. 한국이 1년에 10억배럴을 쓴다. 5억배럴이면 자이언트급, 10억배럴이 되면 슈퍼자이언트급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다. 그만큼 석유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은 것이다. 이것은 최대치다."
- '1㎞ 심해'의 경우 시추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제성이 없지 않을까. "바닷물 깊은 곳에서 시추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심해 1.5㎞에서 시추한 곳도 많다. 바닷물의 두께만 1㎞라는 것이다. 땅을 뚫고 들어가는 비용은 다른 것이다. 시추해서 석유가 얼마나 있는지 평가하는 일련의 작업은 '오일 서비스 회사'에 용역을 맡긴다."
- 성공확률 20%는 무슨 근거인가. "그것은 공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자료 자체가 기밀이다. 자료의 품질, 분석자의 경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높은 기술로 자료를 수집해 수준 높은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줘서 결과를 얻었는데 왜 그것을 오픈해 다른 회사를 도와주나. 궁금해한다고 공개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 그냥 믿으면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전문가를 안 믿는 사회가 이상한 거다. 얼마나 속았으면 그럴까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공개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과거 한국이 해외 유전을 개발할 당시 왜 비싸게 샀냐고 감사를 하고 그랬다. 그 자료를 다 오픈해서 석유공사가 해외 유전을 팔려고 할 때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고 그 결과 국익을 해치는 것과 같다."
-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은 적절했나. "에너지 자원 안보 차원에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본다. 예산이 크게 들어가는 일이니까, 국정의 수반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것보다 더 비싸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것이 경제성이다. 그러면 못 하는 거다. 예상되는 유가 폭이 있다. 이런 것을 고려해 수익성을 분석한다. 발견도 중요하지만, 많이 발견해야 하는 이유다."
- 한 번 시추하는 데 1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보통 5번 시추한다는데, 만약 발견되지 않거나 경제성이 없으면 5000억원은 그냥 사라지는 것인가. "1차 시추하면 일단 내부 지질정보와 형태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성공 확률이 다시 재조정된다. 꼭 다섯 번 시추할 필요는 없다. 심해 시추선을 계약할 때, 이동비용을 고려하면 동해까지 가져오는 비용도 크다. 그래서 비용 면에서 여러 시추공을 연달아 시추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한 번 시작했으면 이 지역의 가능성을 모두 확인할 때까지 시추하는 것이 옳다."
- '액트지오'는 은퇴한 사람들이 만든 회사라 의심스럽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아브레우 고문은 이 분야에서 유명한 회사에서 근무했으니 실무 경험이 많다는 것은 입증된 것이다. 미국 퇴적학회에서 회장까지 했다. 은퇴하고 자신의 경험을 활용한 경우다.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용역을 주고 그 결과를 석유공사가 나름 분석한 것이다. 내부 검증 과정을 거쳐서 발표한 것이다. 일단 내부 평가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시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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