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여성 키우고 '수상자 특강' 듣고...삼성의 '사업보국' 호암상
중앙일보 입력 2024.05.31 18:28 업데이트 2024.06.01 15:14
“좋은 과학자는 좋은 정치가이기도 해야 합니다. 협업도 협상도 홍보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으세요. 언제나 본질에 집중하세요. 연구의 목적은 논문 게재나 박사학위가 아닌, 인류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삼성호암상 사상 최초의 공학상 여성 수상자인 이수인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저의 호암상 수상에 영감을 받을 소년 소녀들에게 전한다”며 밝힌 수상 소감이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의 판단·예측 과정을 이해하고 결과를 설명하는 ‘설명 가능한 AI’ 분야의 선구자다. 지난 2002년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의 1기 장학생이었다가, 2024년 삼성호암상 수상자가 됐다.
3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기념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회봉사상 제라딘 라이언 수녀, 의학상 피터 박 하버드의대 교수 부부, 랜디 셰크먼 UC버클리 교수,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공학상 이수인 워싱턴대 교수, 예술상 한강 소설가,과학상 물리·수학부문 킴벌리 브릭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고 남세우 연구원의 배우자로 대리 수상),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혜란 다윈 뉴욕대 교수 부부. 사진 호암재단
“한인 과학자들이 호암상 기대하며 나아가길”
31일 호암재단이 ‘2024년 제 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었다. 삼성호암상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이 이병철 창업 회장의 인재 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려 지난 1990년 제정했다. 과학·공학·의학·예술·사회공헌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을 선정해 시상한다.
제 34회 삼성호암상 수상자들.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수상자 혜란 다윈 뉴욕대 교수는 미국 이민 2세대로, 결핵의 발생과 인체 감염 기전을 밝혀와 인류 결핵 정복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전 세계 한인 과학자들이 삼성호암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로 나아가기 바란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과학상 수상자인 고(故) 남세우 미국 국립 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세계 최고 효율의 광자 검출기를 개발해 양자과학 혁명의 가능성을 연 개척자로 꼽히는데, 심사 기간 중 작고했다. 배우자인 킴벌리 브릭먼 미 표준연 연구원이 대리 수상하며 “남세우 박사가 한국의 위대한 아들 중 하나로 인정받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DNA 유전 정보를 분석하는 기법을 개발해 의학상을 수상한 피터 박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더 연구를 잘하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 예술상은 한국인 최초로 부커상을 받은 한강 소설가, 사회봉사상은 50년간 목포 지역 장애인들을 섬긴 제라딘 라이언 수녀가 받았다. 이들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이 수여됐다.
기초과학, 여성 인사 키웠다
올해로 3년 연속 시상식을 찾은 이재용 회장은 삼성호암상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21년에는 ‘기초과학 분야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 회장의 제안으로, 1명에게 주던 과학상을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늘려 시상하기 시작했다. 호암재단 측은 “공학과 의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과학 지원을 늘려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호암상 수상자들이 31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혜란 다윈 뉴욕대 교수, 킴벌리 브릭먼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故 남세우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 대리 수상, 배우자), 이수인 워싱턴대 교수, 피터 박 하버드의대 교수, 한강 소설가, 제라딘 라이언 아일랜드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수녀 사진 호암재단
수상자는 다양해지고 젊어졌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올해 6개 부문 수상자 중 4분이 여성이며, 대부분 50대 젊은 분들”이라며 “우리 사회 변화의 발전의 한 모습을 보고 있어 반갑고 기쁘다”라고 말했다.
시상뿐 아니라 배운다
올해는 처음으로, 호암상 수상자들이 삼성 계열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각사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석학에게 배우고, ‘인재 제일과 기술 중시’라는 삼성 고유의 철학을 되새긴다는 취지다.
시상식 전날인 30일 이수인 교수가 삼성전자 임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AI에 대해, 혜란 다윈 교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500명 앞에서 미생물학에 대해, 피터박 교수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100명 대상으로 암 유전자 메커니즘에 대해 특강을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 회장 외에도 삼성전자 한종희·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경계현 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등 삼성 경영진 50여 명이 참석했다.
시상식에서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UC버클리 교수가 “한국인의 정신과 창의성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축사했고, 지난해 삼성호암상 예술상 수상자인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축하 공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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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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