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주정완 논설위원이 간다
“한국도 규모 6 이상 강진 올 수 있어, 지진 대비 강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4.05.24 00:38 업데이트 2024.05.24 02:03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창수 지진연구센터장의 한반도 지진 전망
#새해 첫날이던 지난 1월 1일 오후 일본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 반도. 일본 서해안에 위치해 한국 동해안과 바다로 연결된 이곳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바다가 아닌 일본 내륙에서 규모 7.5 이상 지진을 기록한 것은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약 100년 만이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최고 높이 5m의 쓰나미(지진해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NHK 방송에서 지진 속보를 전하던 아나운서는 “TV도 보지 말고 도망쳐라”고 외쳤다. 일본에서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령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13년 만이었다.
올초 일본 서해안 규모 7.6 강진 한국 동해안까지 지진해일 도달 지각판 내부에 스트레스 쌓이면 한국도 지각 균열로 지진 가능성 8년 전 경주 지진은 규모 5.8 기록 0.2 정도 더 큰 지진 발생할 수도 |
지난 10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 연구센터 상황실에서 조창수 센터장이 대형 모니터를 가리키며 한반도 주변의 지진 관측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일본 노토 강진은 한국 동해안의 바닷물 높이에도 즉각 영향을 줬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도 강릉시 남항진에선 지진 발생 두 시간도 안 돼 지진해일이 관측됐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는 최고 높이 85㎝의 지진해일이 발생했다. 항구가 길고 좁은 곳에선 지진해일이 빠져나가지 못해 수위가 더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당시 밀물의 영향까지 포함한 바닷물 높이는 최고 1m 넘게 상승했다.
#지난달 3일 오전에는 대만 동해안의 중소도시 화롄(花蓮) 근처 바다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대만에선 1999년 중부 난터우 대지진(규모 7.6)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 지진이었다. 대만도 태평양 가장자리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칠레까지 이어지는 ‘불의 고리’에 속해 있다.
이번 화롄 지진으로 대만에선 19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일부 건물이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25년 전 사망자가 2000명 넘게 발생하고 주택 10만여 가구가 파손됐던 난터우 대지진에 비해선 피해가 작았다. 난터우 대지진 이후 대만이 건물의 내진 설계와 재난 대비 시스템을 강화했던 덕분에 이번 지진의 위력에 비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반도 주변 지진, 24시간 탐지
지난 10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를 찾아갔다.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며 한반도 주변에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탐지하는 곳이다. 조창수 센터장의 안내를 받아 지진종합상황실에 들어섰다. 한쪽 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지진 발생 정보가 올라오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니 규모 0.9의 미세한 지진(경북 청도 부근)부터 규모 3.0의 지진(경남 통영 남쪽 먼바다)까지 표시돼 있었다. 규모 3.0의 경우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조 센터장은 “전국의 지진 관측망에서 규모 0.5 이상 지진을 탐지하면 즉시 이곳으로 정보를 보내온다. 그러면 사람이 관련 정보를 분석해 실제로 지진이 발생했는지 검증한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 규모 5.8이었다. 이론적으로는 당시 지진보다 0.2가량 높아진 규모 6.0 수준의 지진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경상도 남동쪽에 지진 잦은 편
Q.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데 정말 그런가.
A. “그렇다. 한반도는 일본이나 대만처럼 지구 표면의 거대한 지각판이 경계를 이루는 ‘불의 고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각판의 내부에서도 응력(지각이 받는 스트레스)이 쌓이면 활성 단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경주 지진도 있었고, 역사적으로도 한반도에서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옛 문헌을 보면 한반도 남동쪽이나 북한의 평양 부근, 옥천 습곡대(강원도에서 충북 옥천을 지나 호남으로 이어지는 띠 모양의 단층대) 등에서 지진이 비교적 자주 발생했던 것을 알 수 있다.”
Q. 최근 움직임은 어떤가. 한반도에서 지진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A. “기술의 발달로 지진 관측 횟수가 많아진 것과 실제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규모 2.0 이상 지진으로만 보면 최근 지진 관측 횟수가 증가한 것은 맞다. 예전에는 잘 모르고 지나갔던 지진도 이제는 관측 능력이 좋아져서 더 많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규모 3.0 이상 지진으로 범위를 좁히면 1980년대나 2000년대나 비슷한 모습이다. 연도별로는 약간 튀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인 흐름을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Q. 8년 전 경주 지진(규모 5.8)은 국내에서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비슷한 지진이 재발할 우려는 없나.
A. “지질학자들은 그만한 지진이 생기면 조금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때 지진의 규모는 0.2 정도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전문 용어로는 최대 잠재지진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런 지진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Q.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A. “평소에는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건물의 내진 설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가 지진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전파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건 피해 복구 시스템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여진으로 인한 추가 건물 붕괴를 가장 두려워한다.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고 할 정도다. 이런 이재민을 그냥 노숙을 시킬 순 없지 않나. 일정 기간 구호 시설에 수용하고 생필품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일본, 대지진 100년 주기설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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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A. “일본은 여러 지각판이 만나는 위치에 놓여 있다. 그중에서도 동쪽의 태평양판이 서쪽의 유라시아판을 연간 10㎝ 정도 밀어붙이고 있다. 만일 100년간 쌓이면 10m나 되기 때문에 굉장히 큰 힘이다. 지각판의 이동이 부드럽게 이뤄지면 괜찮은데 어느 순간 걸리는 지점이 있으면 내부에 응력이 쌓이다가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은 항상 지진의 위험지대다. 다만 최근 들어 갑자기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Q. 일본에는 대지진 100년 주기설이 있다. 어떻게 보나.
A.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지난해는 일본 간토대지진 발생 100년이었다. 언제든지 비슷한 위력의 지진이 재발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연구하고 대비하는 것으로 안다.”
Q. 지난달 대만에서도 규모 7.2의 강진으로 인명 피해 등이 발생했다.
A. “대만은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위치다. 이런 지각판의 충돌 때문에 땅이 솟구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만에서 산악 지형이 형성된 이유다. 이번 대만 화롄 지진이 지각판의 경계에서 생긴 것인지, 판 내부에서 활성단층이 생긴 것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그것과 별개로 규모 7.2의 강진에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도 1999년 큰 지진을 겪은 이후 재난 대비 의식이 한층 높아졌다. 사전에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8세기 경주서 강진 피해…평양 부근 6.3 지진도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은 옛 문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지진 기록은 서기 2년인 고구려 유리왕 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는 그해 8월에 지진이 났다고 간략하게 전한다. 779년(신라 혜공왕 15년)에는 “3월 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는 지진 피해 기록도 있다. 현대적인 관측 기준으로 보면 규모 6.7 수준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500건이 넘는 지진 기록이 남아 있다. 1643년(인조 21년) 7월에는 “울산에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으며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는 표현이 나온다. 해수면 변화에 대한 기록을 고려하면 당시 지진과 함께 해일도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계기 지진 관측은 1905년 인천에 기계식 지진계 한 대를 설치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1936년 지리산 쌍계사 부근에선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해 주변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6·25 전쟁 중인 1952년 평양 인근 강서군에선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로 지진의 위력이 강했다고 한다. 규모 6.0 이상 강진이 한반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기상청은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계기 지진 관측을 하고 있다. 이후 한반도 남쪽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 지진은 모두 9차례였다. 이 중에선 2016년 경북 경주 지진(규모 5.8)이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2위(규모 5.4)는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공동 3위(규모 5.2)는 2004년 경북 울진 앞바다 지진과 1978년 속리산(경북 상주) 지진이었다. |
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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