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선거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 준연동형 유지…이재명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
선거구 획정도 제자리, 중립적 제3 기구 결정 검토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과 관련해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공식화했다.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도 밝혔다. 위성정당 금지라는 대선 공약을 번복한 것은 물론 위성정당의 문을 더 활짝 열어놓았다. 선거제 당론 결정권을 위임받았다는 다수당 대표의 입장 표명에 따라 두 달여 남은 4·10 총선은 문제투성이인 채 치러질 상황이 됐다.
준연동형은 지난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군소 정당과 손잡고 강행 처리했던 제도다. 비례성·대표성 강화가 명분이었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거래와 합작이었다는 비판이 컸다.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배제됐고,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석 계산법이 복잡해졌다. 특히 지역구 의석이 많을수록 비례 의석을 적게 주도록 설계되자 거대 양당을 막론하고 비례만을 노린 위성정당이 난립했다. 그 틈에 김의겸·윤미향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 등 문제적 인사들이 등원했다. 이번에도 후진적 상황이 재연될 게 뻔하다. 야당 일각에선 “(야권연대를 위해) 비례정당 앞 순번은 소수 정당에 주고, 뒤 순번은 민주당 후보를 배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터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나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도 같은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할 길이 트인다. 군소 정당을 아우르는 연합정치가 거론되지만, 정책·비전 없는 ‘헤쳐모여’는 꼼수이자 야합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적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선거제가 다수 야당, 그것도 대표 1인이 급작스레 결정한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참사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항변과 달리 민주당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선을 거듭해 왔다. 결국 친명계 지도부가 ‘전 당원 투표’ 뒤에 숨어 병립형 회귀를 관철하려다 반발에 부닥치자 대표 한 사람에게 떠맡긴 초유의 비민주적 방식을 택한 것이다. 병립형 회귀만을 고수해 온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에 먼저 뛰어든 것도 국민의힘 쪽이었다. 선거제가 누더기로 전락한 데 대한 야당 비난에만 골몰했지 선거제 개선에 진지하게 임했는지는 모두 자성이 필요하다.
선거구 획정 또한 제자리다. 이마저도 시간에 쫓겨 나눠먹기로 흐를 공산이 크다. 유권자의 알 권리는 침해되고 예비 후보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대로는 선거제·선거구 논란이 매번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기의 규칙을 선수가 직접 만드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더는 이해당사자인 국회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차제에 의원 정수와 세비 문제까지 중립적이며 합리적인 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가 숙의, 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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