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만 청년들의 현실 감각
입력 2024.01.09. 03:00업데이트 2024.01.09. 06:27
7일 대만 타이난의 국민당 유세 현장에서 한 남성이 대만 깃발을 흔들고 있다./타이난=이벌찬 특파원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1년 남짓 하다 지난 3일 대만에 오니 중국 본토와 다른 점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에 띈 것은 5가지. 첫째, 인터넷의 자유. 중국에서는 VPN(우회 접속) 없이 구글·카카오톡 등에 접속할 수 없지만 대만에선 제한이 없다. 둘째, 숙박의 자유. 중국에서 외국인은 지정 호텔에서 투숙해야 하지만, 대만에선 어디든 묵을 수 있다. 셋째, 최고지도자의 동상 앞에서 춤추는 자유. 중국에선 천안문 진입조차 어렵지만, 타이베이 국부 기념관의 쑨원 동상 앞은 매일 저녁 댄스 연습장이 된다.
넷째와 다섯째는 선거와 관련됐다. 넷째, 투표의 자유. 오는 13일 대만에선 4년 만에 총통·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가 열린다. 반면, 중국에서 투표는 극소수의 권한이다. 작년 11월 베이징 한 아파트 단지의 관리 방식을 결정하는 ‘선거 현장’에 갔는데 참석자 50여 명 중에 투표용지 작성법을 아는 사람이 적었다. 다섯째, 집회의 자유. 대만 선거 유세 현장에서는 정치 구호와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 난무한다. 중국에서 집회는 개인 이익과 관련된 것만 허용한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6월 방문한 대만 타이베이 국부 기념관. 청년들은 공간이 넓은 이곳에서 매일 밤 국부 쑨원 동상을 마주 보고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베이징의 천안문 성루의 마오쩌둥 초상화 앞이 수시로 통제되고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그러나 가장 놀란 건 ‘본토와 다른 대만’을 지키기 위한 대만 청년들의 움직임이었다. 이들은 의외로 중국에 저항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선거 기간 주력하는 일은 기성 정치에 대한 견제와 대안 제시였다. 반중 민진당과 친중 국민당에 대한 관성적 지지에서 벗어나 ‘제3지대’인 중립 성향 민중당에 힘을 실었다. ‘호국신산’ TSMC에만 기대지 말고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현 정권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중당 청년 지지자들이 벌이는 ‘새싹 운동’ ‘백지 혁명’ ‘55계획(거실 혁명)’ 등은 대만 경제, 외교, 복지 등에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새싹 운동은 부패에 반대하는 신(新)정치를 위한 시작점이 된다는 뜻으로 초록잎 머리 장식을 착용하는 캠페인이고, 백지혁명은 바라는 각종 정책을 흰 종이에 써서 공개하는 행위다. 55계획은 5일 동안 매일 5분씩 부모와 정치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타이베이 민중당 경선 본부에서 만난 한 청년 봉사자는 “중국을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것에서 나아가 대만을 더 강하고 부유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외부 위협이 있어도 내부가 튼튼하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이들의 현실 감각이다. 신베이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양안(대만과 중국) 전쟁은 대만의 태도에 달린 게 아니라 중국 내부와 국제 정세에 달려 있다”면서 “전쟁 걱정할 시간에 산업 다양화와 국방력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은 중국 본토와 다른 점이 많지만, 그 중 최고는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열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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