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편입론 김포-구리-고양 입장 제각각
지자체 현실-주민의사 도외시한 메가시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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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서울의 한 현직 구청장은 “서울과 인접한 경기 기초단체장들이 서울시에 편입하겠다고들 하는데 속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 표심을 고려한 오버 액션”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시장 권한이 구청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지방자치법을 보면 시장은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재개발을 진행할 권한이 있지만 구청장은 그렇지 않다. 상하수도를 만들거나 도시공원을 만들 권한도 시장에겐 있지만 구청장에겐 없다. 경기 성남시장이 대장동 사업을 주도할 순 있지만, 서울 용산구청장이 용산정비창 사업을 주도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은 행사할 수 있지만 구청장은 행사할 수 없는 권한이 42개나 된다.
지금까지 지자체장이 서울 편입론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곳은 김포·구리·고양시 정도다. 그런데 시장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사람은 김병수 김포시장뿐이다. 김포시의 경우 서울과 인천 사이에 끼어 있다. 또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강 남쪽임에도 경기북도로 가든가, 서울 인천 경기북도에 둘러싸여 섬처럼 남아야 한다. 김포에 사는 지인은 “서울에 편입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경기북도나 경기남도, 인천이 되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결국 김 시장은 이달 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시장 권한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백경현 구리시장은 이달 13일 오 시장을 만나 “특별자치시 형태로 편입을 희망한다”고 했다. 서울 편입은 원하지만 시장 권한을 포기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정 기간은 자치시를 유지할 수 있지만 6∼10년 후엔 자치구로 완전히 편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양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인 특례시로 시장이 지방연구원을 만들 수 있고, 택지개발지구 지정도 가능하다. 주민 수가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송파구(약 65만 명)의 1.6배여서 자치구 하나로 편입되긴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이동환 고양시장이 이달 21일 오 시장을 만나 “종속적 편입이 아니라 대등하게 수도권 재편을 논의하자”고 한 것도 단순 편입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서울 편입에 긍정적인 기초단체에서도 각자 생각하는 ‘메가시티 서울’의 청사진은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또 서울 인접 경기 기초단체 중 김포·구리·고양시를 제외한 9곳 단체장들은 일부 주민의 편입 주장에도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각자 사정이 다른 건 시야를 전국으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최근 여권에서 거론하는 부산-경남 행정 통합은 지난해 10월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이 공식 무산된 직후 부산·경남 지자체장이 밝혔던 구상이다. 당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주민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차이로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주민 투표 방식으로 통합을 진행할 경우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단 뜻이다.
대전·세종·충남북 등 충청권 통합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일제히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당선되며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충청권 메가시티보다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위상 정립에 관심이 더 많다. 최근 4개 광역지자체 시도의회에서 충청권 초광역의회 구성을 위해 만났다가 의원 배분 방식에서 이견을 드러내는 등 주도권 경쟁도 만만치 않다.
메가시티가 세계적 흐름인 건 맞고,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에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개별적 상황과 지역 주민들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닥치고 메가시티’를 외치는 건 공허하고, 그래서 총선용이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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