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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미래는 파리인가요 싱가포르인가요?”

鶴山 徐 仁 2023. 7. 23. 12:00

사회 아무튼, 주말

“서울의 미래는 파리인가요 싱가포르인가요?”

[아무튼, 주말]

[김경민의 부트캠프] 역사적 가치와 미래가치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전공

입력 2023.07.22. 03:00


프랑스의 상징 에펠탑이 우뚝 서 있는 파리의 전경. 1925년 르 코르뷔지에는 파리 중심부의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초고층 건물을 짓자는 ‘부아쟁 플랜’을 발표했지만, 이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 Freepik

이번에 받은 독자의 질문은 많은 사람이 고민해야 할 만큼 진지한 주제였다. “서울은 프랑스 같은 저밀도 부티크 시티로 가야 하나요, 아니면 싱가포르와 흡사한 (초대형) 개발이 옳은가요?” 답이 어려운 까닭은 사람들의 시각과 그 도시가 처한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공유하는 어떤 원칙이 있다면, 이 어려운 물음에 다가갈 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갖게 될 것이다.

질문한 독자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이 재개발구역으로 묶였던 과거를 알고 있었다. 그는 만약 익선동이 고층 오피스텔촌으로 재개발되었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방문하는 매력적인 장소로서의 익선동은 소멸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미래 잠재력을 아예 밀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했다.

파리와 싱가포르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다. 그런데 두 도시가 매력을 부각하고 발산하는 원천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싱가포르를 보자. 역대 서울 시장들은 싱가포르에 다녀오면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초고층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용산과 여의도 통합 개발을 하면서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초고층 개발을 구상한다. 센토사 혹은 마리나베이를 보며 MICE 산업(회의, 여행, 컨벤션, 전시 등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일군 초고층의 매력적 건물들의 위용에 감탄했기 때문인지, 대중도 동의하면서 ‘서울의 경쟁력도 큰 건물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초대형 초고층의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파리는 (라데팡스를 제외하고)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물들이 100년도 더 된 건물들일까? 파리는 초대형, 초고층의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능력이나 자본이 없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선진국 프랑스가 싱가포르에서 보여주는 건물들을 못 지을 리는 없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차이다. ‘도시의 역사’ 그리고 이를 보존하면서 개발과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 때문이다. 도시 국가 싱가포르의 역사는 사실 일천하다. 13세기부터 테마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근대 싱가포르의 역사는 19세기 초반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옳다. 즉 역사가 짧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방문할 때 우리는 그런 건물을 보기 어려운 것이다.

고려시대 남경 이후 1000년, 조선시대 한양 600년의 서울과 비교하기에 싱가포르는 격이 맞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역사적 장소성이 깊지 않기에, 도시에 새로운 멋진 건물들을 세울 공간도 많고 세우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20년대, ‘근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는 파리 중심부에 법률회사·금융회사 등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이 몰려들고 거주민들이 외부로 이주하는 상황을 목격한다. 그는 파리 중심부를 대규모로 철거하고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업무 공간과 주거 공간을 위해 초고층 건물들로 채워야 한다는 획기적 도시 계획 ‘부아쟁 플랜(Plan Voisin)’을 발표했다.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업무가 단순히 파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파리와 런던, 파리와 베를린 등이 연결되고 있었다. 부아쟁 플랜은 파리 중심부에 비행장을 건설하는 대담한 계획이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집적경제 이익과 글로벌 경제시스템을 이해한 가운데, 도시를 혁신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르 코르뷔지에가 아무리 위대한 건축가여도, 만약 그의 계획대로 파리 중심부를 대규모로 철거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파리의 모습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2010년대 초반, 익선동 재개발을 비판하고 신문 연재와 책 출간을 통해 그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익선동 골목에는 쥐가 죽어 있었고 고양이가 기와집 담장을 넘어다녔고 쪽방도 있었다. 대중의 눈에는 부수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도심 안에는 100년 전 기농 정세권 선생 같은 선각자가 건설한 공간, 초고층 종로 오피스건물군과 대비되며 1층에서 낮은 하늘을 볼 수 있는 한옥 집단지구가 존재했다. 소중한 유산이었다. 익선동은 2017년부터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면서 그 가치를 증명했다.

서울의 역사적 공간인 한양성곽 내부는 가급적 가치를 지키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산시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국인들은 경복궁, 익선동 한옥, 도심 공장촌(한국의 브루클린) 을지로, 광장시장 등을 보러 온다. 이들은 초고층이 아니지만 도심 산업(도심 제조업과 리테일 상업)으로 서울의 경쟁력과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의 미래적 모습은 어디에서 구현해야 할까. 한양성곽 외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울의 미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지역들은 왕십리와 신촌 등지에서 진행해도 된다. 업무 공간과 아파트 단지들이 2호선을 따라서 종로·중구에서 우측으로 성수 쪽으로 확장하면서 2개 이상의 지역이 맞붙어 한 덩어리로 커지는 연담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종로·중구에서 좌측으로 충정로를 거쳐 신촌과 홍대·합정으로도 연담화가 발생할 것이다.

독자의 질문으로 돌아가 답하자면 서울의 역사적 가치를 남길 공간과 새로운 미래를 담을 공간을 정교하게 구분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서울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좋은 유산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도시 개발에서도 장점이 있는지를 과소평가하는지도 모른다. 서울은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