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노조 대통령’ 부패 고리 끊은 방법 [만물상]
입력 2023.03.03 20:46업데이트 2023.03.03 23:16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 보스였던 알 파치노는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 맨’에선 마피아와 결탁해 미국 노동계를 주무른 노조위원장 역을 맡았다. 1950년대 미국에서 ‘노동계 대통령’ 소리를 들었던 화물 트럭 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1913~1975)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조직 확장을 위해 마피아와 손잡고 전국에 유령 지부를 만들고, 기업인이 걸림돌이 되면 살인, 방화를 서슴지 않았다. 케네디 정부에 잡혀 감옥에 갔다 재기를 노리는 과정에서 행방불명된다. 노조 새 권력자가 복귀를 막기 위해 암살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거대 노조의 부패상에 놀란 미국 정부는 1959년 노조 회계 공개 등을 의무화한 ‘랜드럼-그리핀법’을 만들었다. 노조도 회계 감사를 받고 회계 보고서를 매년 노동부 장관에게 내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노조의 자산, 부채, 1만달러 이상을 지급한 임원 연봉 내역, 250달러 이상의 조합원 대부금 내용 등을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이후 미국 거대 노조는 마피아와 연결된 고리가 끊기고, 세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회계장부 제출도 거부하는 민주노총은 1997년 출범 직후부터 재정 비리로 얼룩졌다. 1980년대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지낸 권용묵씨 등이 작성한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에 따르면, 창립 1년 만에 대형 횡령 사고가 터진다. 민노총 재정위원회 간부들이 쟁의 용품 판매 등으로 모은 돈 5억여 원을 빼돌려 주식 투자 등으로 유용한 것이다. 당시 민노총 지도부는 일부 손해를 변상하는 선에서 쉬쉬했다.
▶채용 알선은 부패 노조의 ‘돈줄’ 중 하나다. 2005년 기아차 노조는 생산직 근로자 120명 채용을 알선하면서 뒷돈 24억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 19명이 구속됐다. 당시 민주노총은 “자정”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해고됐던 기아차 전 노조 간부가 2018년 취업 알선 명목으로 100여 명에게 37억원을 받아 챙겨 또 구속됐다. 그런데도 기아차 노조는 ‘고용 세습’ 조항 삭제를 거부하고 있다. 10년 만에 생산직을 뽑는 현대차에선 노조의 채용 알선 소문이 들끓자 노조가 ‘채용 청탁 사절’ 보도 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광주지검 재직 시절 기아차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한 윤석열 대통령은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노조 부패도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말한다. 약자들이 모여 약자를 대변한다는 노조는 다른 조직보다 훨씬 더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훨씬 더 부패했다. 회계 투명화로 부패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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