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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벨 '한국형 바이퍼’ 공식제안…文때 낙점 '무장형' 바뀌나

鶴山 徐 仁 2022. 9. 6. 21:08

[단독] 벨 '한국형 바이퍼’ 공식제안…文때 낙점 '무장형' 바뀌나

 

중앙일보 입력 2022.09.06 05:00 업데이트 2022.09.06 09:08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김상진 기자 구독

 

1조 6000억원을 들여 총 24대를 도입하는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에 새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해 국내 연구개발로 사업 방향이 정해진 가운데 당초 해병대가 원했던 기종으로 알려진 AH-1Z 바이퍼의 제조사인 벨이 국내 기술협력 생산을 정식으로 제안하면서다.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4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마린온(상륙기동헬기)을 개량한 무장헬기 도입으로 결정한 상태다. 군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해병대에 '충분히 실전성이 검증된 무기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사업 방향이 급선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벨은 지난 1일 미국 해병대가 상륙공격헬기로 운용하는 바이퍼(AH-1Z)의 국내 기술협력생산을 제안하는 공문을 방위사업청에 보냈다. 사진 미 해병대

 

 

5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미국의 방산업체인 벨은 지난 1일(현지시간) 대한항공(KAL)과 기술협력생산 방안을 명시한 공문을 방위사업청에 보냈다. 이 공문의 수신자는 엄동환 방사청장과 상륙공격헬기 사업 담당자 등 모두 4명이다.

 

앞서 엄 청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 벨이 방사청에 기술협력생산을 제안하는 e메일을 보냈는데, 방사청이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한 의원의 질의에 “방사청장이나 헬기사업부장한테 보내지 않아 공식적인 제안이 아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벨 측이 방사청이 원하는 형태의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한 의원실은 밝혔다.

 

벨이 제안한 기술협력생산은 쉽게 말해 공군의 KF-16 전투기처럼 국내에서의 면허 생산을 뜻한다. 국내에 설비를 이전해 ‘한국형 바이퍼’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협력업체인 대한항공이 구체적인 기술협력 생산 방안을 정리한 제안서를 조만간 방사청에 낼 예정이다.

 

문 정부서 세 차례 전력화 연기

 

상륙공격헬기는 해병대가 상륙작전에 필요한 전력이다. 해병을 태운 상륙돌격장갑차가 적 해안에 도착하기 전 출격해 적의 방어 진지 등을 파괴하는 임무를 맡는다.

 

병력 규모로는 세계 2위인 해병대는 현재 상륙공격헬기가 1대도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6월 처음 도입 계획을 세웠을 때만 해도 전력화 시기는 2022~2023년이었다. 당시 이 같은 일정을 맞출 수 있는 방식은 해외 기종 직도입뿐이었다.

바이퍼(AH-1Z).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 2017년 9월 국내개발이 가능하도록 전력화시기가 2026~2028년으로 늦춰졌다. 이후 KAI의 연구 개발 능력 등을 이유로 두 차례 더 전력화 시기가 밀리면서 최종 2028~2031년까지 헬기를 확보하기로 지난해 결정됐다.

 

그러나 이 같은 양산 일정이 재차 변경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의원실에 따르면 KAI 측이 정부에 개발 일정을 또다시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어서 전력화 시기가 더 연기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방사청은 KAI와 체계 개발 계약을 빨리 맺을 계획이었지만, 이런 논란 때문에 강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벨 측은 이번 공문을 통해 2029년까지 양산(2024년 1월 계약 가정)을 모두 마쳐 전력화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장헬기 아닌 공격헬기 달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해병대가 상륙공격헬기 도입 사업을 시작하면서 염두에 둔 기종이 미 해병대가 쓰는 바이퍼였다. 다른 공격헬기와 달리 해상작전에 특화돼 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실전 투입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해병대의 바람과 달리 문 정부에서 마린온 개량형으로 사업을 추진하자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무장을 추가한 개조형으로 상륙공격헬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마린온 무장형 이미지. 사진 KAI

 

 

수송 기능에 중점을 둔 수리온 헬기가 원형인 마린온 개량형은 2명의 조종사가 나란히 좌ㆍ우로 앉는다. 조종석을 전ㆍ후로 배치한 바이퍼 등 일반적인 공격헬기에 비해 기체 폭이 크기 때문에 적 공격 시 생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무장 능력도 공격헬기에 뒤진다는 평가다.

 

급기야 지난 2020년 10월 당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국회에서 “해병대에선 마린온 헬기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닌 공격 헬기로 운용되는 헬기를 원한다”고 정부 기조에 반기를 드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국방부 "추가적인 검토 필요" 

 

국방부는 벨의 기술협력생산 제안과 관련해 “기술협력의 범위, 지불비용, 기술이전 등 제반 협력 사항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유ㆍ불리를 판단하기 위해선 후속 군수지원의 안정성, 기술이전 수준 및 범위, 관련 비용 등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최근 국회에 밝혔다.

 

한 의원은 “대통령께서 대선 당시 해병대에 약속한 만큼 정부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현 전력화 일정을 맞출 수 있는 기술협력생산 역시 국내개발의 한 방식인 만큼 방사청이 이제라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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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