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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대통령들의 ‘죄와 벌’, 그리고 국가의 미래

鶴山 徐 仁 2022. 8. 5. 11:13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대통령들의 ‘죄와 벌’, 그리고 국가의 미래

 

전성철 변호사,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입력 2022.08.05 03:00

 

 

그림=이철원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관련 청문회가 8번이나 열렸다. 작년 1월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 연루 혐의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북한 어민 강제 북송 건 등 문재인 정부의 과오들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죄와 벌’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대통령중심제는 절대 만만한 제도가 아니다. 다시 말해, 이 제도로 선진국 되기가 정말 어렵다. 소위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된 38국 중 순수 대통령제는 단 3국뿐이다. 세계에 90곳이 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있는데 단 3곳만이 선진국인 것이다. 어디인가? 미국, 한국, 그리고 멕시코다. 이 중 미국과 한국만 확실한 선진국이고 멕시코는 간신히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왜 유독 한국과 미국, 두 나라만이 당당한 선진국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두 나라가 가진 하나의 공통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대통령의 과오(過誤)에 대한 무관용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74년 현직 대통령이 거짓말 한 번 했다고 아예 쫓아내 버렸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관련 보고를 받았었다. 그런데 얼마 후 기자회견에서 보고받은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한 가지 거짓말 때문에 국회에서 탄핵이 발의되었고, 가결이 확실시되자 닉슨은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과오의 무관용 원칙’에 있어 대한민국도 절대 만만치 않다. 역대 대통령 중 실권을 가진 10명 가운데 7명이 다양한 죄목으로 혹독한 징벌을 받았다. 이승만은 사실상 쫒겨났고, 박정희는 암살되었고,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등은 부패, 독직, 쿠데타 등 다양한 죄목으로 옥살이를 했다. 노무현은 극단적 선택으로 처벌을 피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대통령 잔혹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대한민국만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이 나라 상황이 요즘 심히 좋지 않다. 국민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바로 진보와 보수 간의 분열이다. 재작년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각각 열린, 수십 만이 운집한 거대한 군중 집회들이 그 분열을 상징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초유의 현상이었다.

 

어떻게 이 나라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 방법에서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측은지심이 많은 전형적인 진보 정치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문재인의 ‘측은지심’은 지난 5년 동안 심히 오도된 방법으로 발현되었다. 많은 국민은 지난 5년이 ‘국민 챙기기’보다 ‘진보 챙기기’에 바쳐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재임 당시 문 대통령은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입법, 사법, 행정, 기업, 사회 단체 등 모든 분야에서 줄기차게, 과감하게, 그리고 일편단심으로 ‘진보 챙기기’에 매진했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법을 어기고 비틀고, 또 사실을 은폐·왜곡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많은 국민은 느꼈다. 울산 시장 선거 개입, 각종 인사 블랙리스트, 조국(曺國) 감싸기가 상징하는 온갖 종류의 ‘내 편 챙기기’, 사법 및 행정 절차의 위반과 왜곡의 사례들…. 한마디로, 그는 너무 자주 ‘정의롭지’ 못한 지도자였다고 많은 국민이 생각하고 있다.

 

진보는 문 정권이 그렇게 과감하게 챙겨주니 당연히 열광하고 환호했고 고마워했다. 그러고는 똘똘 뭉쳤다. 보수는 당연히 분노했다. 참다 못해 수십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에 반사적으로 진보도 뛰쳐나간 것이다. 만일 코로나가 없었다면 그 거대한 군중 집회는 수십 차례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 결과가 어땠을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진보는 전체적으로 문 정권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지만, 사실 훨씬 많은 것을 잃었다. 즉, 진보 전체의 이미지에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대가를 치렀다. ’정파’라기보다 도리어 ‘떡고물 챙기는’ 데 더 집중하는 집단이라는 인상을 많은 국민에게 남긴 것이다. 해방 후 민주주의와 ‘약자’를 위해 열심히 투쟁해 온 수많은 건강한 진보에 피해를 준 셈이다.

 

나는 진보 정당 후보로 총선에 2번 출마한 경력이 있다. 당연히 진보에 비우호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진보와 중도, 보수, 그리고 타락해버린 진보 등으로 쫙 갈라진 나라를 심하게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 발전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은 본래 건국 후 거의 100년간 보수가 판치는 나라였다. 그러다 20세기 들어 훌륭한 진보 대통령들이 나오면서 바뀌었다. 바로 루스벨트, 케네디, 오바마 대통령 같은 리더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법과 원칙의 준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일관되게 호소했다. 그 호소는 많은 국민의 진정 어린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혜자가 ‘약자’들이었다. 이를 통해 국민은 더 통합되었고 나라는 발전했다. 이런 것이 바로 약자를 사랑하는 바른 방법이다. 문재인 정권의 ‘오염되고 오도된’ 약자 사랑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우선적 과제는 무엇인가. 심하게 쫙 갈라진 국민을 다시 통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 역사가 가르치는 바를 따라야 한다. 바로, 대통령들의 ‘죄와 벌’을 확실히 따지는 것이다. 이것이 나라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 당연히 이 원칙은 전(前) 대통령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자신에게도 똑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