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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서 소금물 식수로 만든다…MIT 한인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

鶴山 徐 仁 2022. 4. 16. 19:52

무인도서 소금물 식수로 만든다…MIT 한인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

 

중앙일보 입력 2022.04.16 12:00 업데이트 2022.04.16 14:35


강찬수 기자 구독

태평양 무인도 파이크롯 섬. [중앙포토]

 

 

소금이 든 바닷물에서 깨끗한 식수를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휴대용 해수 담수화 장치가 개발됐다.
가방에 넣고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장치로 한 시간에 음료수 캔 하나 분량에 해당하는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한종윤 교수와 윤정효 박사 등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체 개발한 휴대용 해수 담수화 장치를 소개했다.

서류 가방(가로 42㎝, 세로 33.5㎝, 두께 19㎝ 크기)에 들어가고, 무게도 배터리까지 포함해 9.4㎏에 불과하다. 1시간에 330mL의 맑은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연구팀은 매사추세츠 카슨 비치에서 이 장비를 가동해 식수를 만드는 현장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제 재난 현장에서 활용 가능 

MIT 연구팀이 개발한 해수담수화 장치를 현장에서 실험하는 모습. [자료: ES&T, 2022]

 

 

종전에도 휴대용 또는 이동식 해수 담수화 장치가 있었지만, 적절한 생산 속도와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실제 재난 현장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역삼투압(RO) 방식의 경우 1시간에 24~32L를 만들 수 있지만, 무게가 24~62㎏으로 너무 무겁고, 소비 전력도 100~400W로 큰 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역삼투 방식은 오염에 취약해 멤브레인(여과막)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최근에 외부 전원 없이 다단계 고정식 태양광 장치로 바닷물에서 음용수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생산 속도가 1시간에 20mL에 그쳐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수 담수화 방식에는 전기 투석 방식(Electrodialysis, ED)도 있다. 이 방식은 음이온 교환막(anion exchange membrane, AEM)과 양이온 교환막(cation exchange membrane, CEM) 등 격막을 통해 전류를 흘려 담수를 만드는 공정이다. 양쪽에는 전극을 놓고 전압을 걸어 액체 속의 양이온은 음극으로, 음이온은 양극으로 향하여 이동하게 하는데, 이온 교환막의 작용에 의해 염류의 농축액과 희석액이 번갈아 생성되면서 염분이 농축되거나 제거된다.


전기 투석은 다양한 염분 농도에서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전기막은 극성을 반전시킬 경우 자체 세척성이 있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걸러진 찌꺼기를 제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 투석과 이온 농도 분극 방식 결합 

MIT 연구팀이 개발한 해수담수화 장치 내부 모습. [자료: ES&T]

 

 

이에 연구팀은 전기 투석 방식에서 양이온 교환막만 채택하고, 이온 농도 분극 (ion concentration polarization, ICP) 방식을 결합했다. 이온 농도 분극 단계에서 추가 에너지 없이 부유 물질을 제거해 깨끗한 물을 만들기 때문에 염분 제거를 담당하는 양이온 교환막이 오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 투석 방식보다 전류 이용률(CU)을 최대 20% 개선할 수 있었고, 물에 녹아있는 염분은 물론 세균·기름방울 같은 찌꺼기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염도 농도(2.5-45g/L)의 물에서 깨끗한 식수(즉, 염도 0.5g/L 미만)를 성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만들어진 물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기준에 적합해 휴대용 해수 담수화 시스템은 재난 상황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붕소 농도는 바닷물 속 농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붕소의 경우 역삼투막을 통해서도 제거가 쉽지 않다.

 

휴대용 태양광 패널에 연결할 수 있어

호주 육군의 부착형 태양광 패널. 전투나 이동하면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장비다. [호주 육군]

 

연구팀은 바닷물을 투입하는 펌프 없이 중력에 의존해 장치를 가동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40L 물탱크를 장비보다 1m 더 높은 곳에 설치하고, 계속 바닷물을 보충해서 지면에서 1.5m 수위를 유지한 결과, 가동에 문제가 없었다.

 

식수 1L 생산에 23.3Wh의 전력을 소비하는 이 장치(총 전력 10W 미만)는 적당한 크기의 태양광 패널(150~200W/㎡)과 충전식 배터리 팩(100~265Wh/㎏의 리튬 이온 배터리)을 통해 가동할 수 있다.

 

연구팀 윤 박사는 "장치에 소형 배터리가 포함돼 있고,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휴대용 태양광 장비를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치는 스마트폰으로 조절하지만, 버튼과 표시창(액정) 등 제어장치가 별도로 부착돼 있어 무인도처럼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스마트 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셈이다.

 

한 교수는 "장치에 들어간 전자막 수명이 5~8년 정도 되는데, 기존 역삼투 방식이나 전기 투석 방식보다 장기간 가동이 가능하다"며 "장치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플랜트와는 목적이 달라

부산시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의 핵심 설비인 역삼투 플랜트 내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반투과막(멤브레인)이 든 대형 원통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마치 거대한 정수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취수한 바닷물의 절반은 담수로 바뀌고 나머지 절반은 바다로 배출된다. 강찬수 기자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조금 더 나아지긴 하겠지만, 한계는 있다는 것이다. 휴대용 장치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여과막 사이즈를 작게 만들면서 동시에 대규모 해수 담수화 플랜트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차피 대규모 플랜트와는 추구하는 목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투입한 바닷물 중에서 식수로 회수하는 비율은 최대 2.5%로 높지는 않은데, 전극 헹굼 용액으로 일부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식수를 걸러내고 바다로 돌려보내는 나머지 소금물 농도는 염도가 원래 바닷물과 큰 차이(2% 미만 증가)가 없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한종윤 교수 [자료:MIT 홈페이지]

 

 

한편, 이번 연구는 한 교수의 지도 아래 윤 박사가 주도했고, 권혁진·강성구 연구원과 미 육군 전투능력개발 사령부(DEVCOM) 솔져 센터 소속의 에릭 브랙 연구원도 참여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 육군의 지원을 받았는데, 미국 측에서는 군사적 목적으로 이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현재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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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