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1분기 무역적자’… 3월 최대수출 찍고도, 고유가 직격탄
입력 2022-04-02 03:00업데이트 2022-04-02 03:00
3월 수출액 18% 늘어 634억달러… 반도체 수출 131억달러 등 ‘최고’
에너지 가격 2배 이상 급등에 수입액도 636억달러 사상 최대
“우크라 사태 장기화땐 무역 흔들… 원자재 등 1차 상품 리스크 관리를”
부산항의 신선대부두 전경.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올해 1분기(1∼3월) 무역수지가 40억 달러(약 4조870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기준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3월 월간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2배 이상으로 급등하며 수입액도 역대 최대로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값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무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2% 증가한 634억8000만 달러였다. 월간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56년 이래 66년 만의 최고 수출 실적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31억2000만 달러 수출돼 역대 최대였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석유화학도 54억2000만 달러 수출돼 사상 최고치였다. 석유제품(90.01%), 디스플레이(48.4%), 무선통신(44.5%), 반도체(38.0%), 철강(26.8%) 등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수입액도 27.9% 증가한 636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에너지원 수입액이 전년 동월 수입액(77억2000만 달러)의 2배 이상인 161억9000만 달러였다. 지난달 원유(72%), 액화천연가스(LNG·200%), 석탄(441%) 등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무역수지는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며 “우리 경제가 무너졌다고 하면 수출에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기업들이 섭섭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주요국 무역수지의 경우 일본은 6697억 엔 적자(2월 기준), 프랑스는 80억3000만 유로 적자(1월 기준), 미국은 840억 달러(2월 기준) 적자였다.
하지만 2월 ‘반짝 흑자’(8억3100만 달러)를 보였던 무역수지는 3월 다시 1억4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기준 무역수지도 지난해 98억100만 달러 흑자였다가, 올해 3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1분기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에너지 가격이 진정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무역의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재값이 계속 뛰면 국내 기업의 수입 비용 부담이 불어나고 이 비용이 가격에 반영돼 해외에서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87.5%에 달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동절기가 끝나가고 미국 중심의 비축유 방출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진정될 여지는 크지만 전쟁 상황 때문에 무역수지는 불투명하다”며 “한국의 수출 자체는 견고한 만큼 에너지, 원자재 등 1차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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