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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한은 총재는 가계빚 관리에 만전 기해야

鶴山 徐 仁 2022. 4. 2. 08:58

[사설] 새 한은 총재는 가계빚 관리에 만전 기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4.02 00:23


이창용 후보자, 전임 총재의 아픈 곳 찔러    

대출완화 등 새 정부 정책과 조율 잘해야  

외환 등 대외 위험엔 과할 정도로 대비를

 

“통화정책은 포커게임처럼 내 패를 감춰야 하는 비협조 게임(non-cooperative game)이 아니라 패를 보여주고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협조게임(cooperative game)입니다.” 지난달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임사에서 통화정책을 이렇게 비유했다.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말을 인용했다.

 

이 전 총재는 2014년부터 8년간 통화정책을 이끌었다.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연임한 첫 총재이자 한은에서 43년 근무해 ‘최장수 한은맨’ 기록도 세웠다. 총재 재임 중 세월호 참사(2014), 메르스 사태(2015), 브렉시트(2016), 코로나19(2020) 등 큰 사건이 있었지만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 등으로 성장률 측면에선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위기 때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까지 가파르게 내렸다. 지난해부터는 ‘통화정책의 정상화’ 기조를 내걸고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세 차례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1.25%로 되돌렸다. 미국 등 주요국보다 한발 빠른 조치였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포브스 기고에서 “연준이 말만 하고 있을 때, 한은은 행동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 상황을 평가하는 센트럴뱅킹(Central Banking)이 지난달 말 ‘올해의 중앙은행’으로 한은을 선정한 것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불안은 아쉬운 대목이다. 가계부채는 2013년 말 960조원에서 지난해 말 1756조원으로 이 전 총재 재임 기간에 거의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빚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추진되던 시기에 가계 빚이 급증했다. 정부의 금리 인하 요구에 한은이 굴복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위기 대응을 위해 돈줄을 풀었다지만 넘치는 유동성은 아파트 가격도 밀어 올렸다.

 

국회 청문회 준비 중인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어제 기자들과 만나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총재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인데, 가계 빚이 지금 최대 현안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을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분명히 시그널(신호)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50조 추경이나 대출 규제 완화가 거시경제와 가계부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부 당국과의 긴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통화정책도 강조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데이터(경제지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저는 어떤 경우엔 매파, 어떤 경우엔 비둘기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자본유출 등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을 지내며 국제금융 전문가로 쌓은 경륜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자신감은 경계해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대외위험에 취약하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경제위기와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닥치는 복합위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을 포함해 뭐든지 과할 정도로 대비해 놓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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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유일한 존립 기반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다. 국민의 신뢰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을 통해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전임 총재가 이임사에서 한 말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자는 달랐으면 한다. 말한 대로 행동하는 언행일치의 기록을 쌓아 국민의 신뢰를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