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애플따라 수만명 짐 쌌다...러시아 덮친 'IT 두뇌 유출' 공포
중앙일보 입력 2022.03.27 06:08 업데이트 2022.03.27 06:30
석경민 기자 구독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러시아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넘어가며, 러시아에서 ‘두뇌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쟁과 경기 침체를 피해 젊은 IT 인재들이 조국을 등지고 인접 국가로 출국하면서 러시아의 성장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플 따라 떠났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과학기술전문잡지 와이어드(WIRED)는 “러시아에서 기술 노동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나고 있다”며 러시아 내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앞다퉈 탈출하고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파이낸셜뉴스(FT)와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의 ‘두뇌 유출’ 현상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러시아에서 모든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달리 본토 공격 우려가 거의 없는 러시아에서 이처럼 ‘엑소더스’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너지는 경제와 징집 우려 때문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서방의 제재로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침체되고, 애플과 인텔 등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며 이들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러시아를 떠난 소프트웨어 개발자 알렉크스는 와이어드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출국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의 기술직 종사자는 출국 이유에 대해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우리의 돈을 건든 적은 없었고 우리도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그들은 우리의 영역에 들어왔다. 우리의 돈과 자산을 평가절하했고, 그동안 투자했던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헐값이 됐다”고 말했다.
와이어드는 “현재 IT 기술자들이 러시아를 떠나는 이유가 단순히 전쟁에 반대하는 정치적 이유만은 아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인텔·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철수하거나 제한하면서 IT 업계는 업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고,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직원들의 경제적 손실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제재 동참한 글로벌 기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밖에도 알자지라 등은 “징집을 두려워하는 러시아 청년들이 인접 국가로 떠나고 있다”며 징병제를 인력 유출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모병제와 징병제를 운용하는 러시아는 오는 4월 대규모 징집을 앞두고 있다.
IT종사자 7만명 탈출… “성장동력 흔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청년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식으로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인이 최소 수십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출신 콘스탄틴 소닌 시카고대 경제학자는 침공 이후 열흘간 최소 20만 명의 러시아인이 출국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러시아 인근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지난주 매일 6000명의 러시아인이 입국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입장에선 IT업계 인력의 탈출이 뼈아픈 상황이다. 러시아 전자통신협회(RAE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IT업계 종사자 5만~7만명이 러시아를 떠났다. 4월에는 추가로 7만~10만 명이 출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콜라이 루사노프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장기적으로 볼 때 두뇌 유출은 러시아의 가장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며 전망했다. 러시아는 자원 강국이지만, 2010년대 들어 IT업계 등에 투자를 강화하며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국 IT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2019년 러시아 IT 산업의 가치는 248억 달러(약 30조 2260억원)이며 종사자는 약 13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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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징집 연기까지 발표
러시아는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23일 더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IT 산업 종사자들에 대해 징집을 연기했고, 부동산 담보대출 특혜까지 내놓았다.
반면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 인접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오는 IT 인재들에 대한 유인책을 내놓았다. 유라시아 전문매체 유라시아넷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다음 달부터 IT 부문 종사를 위한 긴급 취업 비자를 발급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세르게이 플러그타렌코 RAEC 대표는 “IT 업계 근무자들의 탈출을 막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며 “다음 달 대규모 인력 유출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주요국 대 러시아 제재 주요 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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