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우크라 시민들의 저항
입력 2022-02-28 03:00업데이트 2022-02-28 11:23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연인 아리에바(21)와 푸르신(24). 둘은 러시아가 침공해온 24일 공습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키예프 수도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조국을 잃을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은 식이 끝난 뒤 국토방위군에 자원입대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위해 함께 싸우다 죽을 것이다.”
▷당초 1∼4일이면 함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러시아가 고전하는 이유는 시민들이 겁먹고 도망가기는커녕 결사적으로 항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맨몸으로 러시아 탱크 부대를 막아서고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중년 여성이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에게 “내 나라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호통치고, 80세 남성이 속옷과 칫솔을 챙겨들고 “내 손주들을 위해” 자원병 대열에 합류했다. 테니스 스타도 “온몸으로 내 나라 지키겠다”며 라켓을 집어던지고 총을 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징병소에선 20∼50대 남녀 수천 명이 소총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 군복도 군화도 없다. 운동복이나 평상복 차림에 테니스화, 하이킹화를 신은 이들은 노란색 완장으로 자원병임을 표시하고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을 외치며 전장으로 달려 나간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엔지니어, 나이트클럽 댄서 등 직업도 다양하다. 회사원인 올레나 소코란 씨는 “폭격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난 건강한 성인 여성이고 이건 내 의무”라고 했다. 58세의 키예프대 역사학과 교수는 “아내와 딸들이 걱정하면서도 말리진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는 정규군이 90만 명, 우크라이나는 19만 명이다. 무기나 장비도 러시아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3국은 개혁을 단행한 후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은 2000∼2008년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돈벼락을 맞았다. 비슷한 행운에 올라타지 못했던 우크라이나는 사회 인프라는 물론 실제 군사력도 2005년 이후로는 서류상 숫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그래도 우크라이나가 좀 더 버텨준다면 희망이 없지 않다. 러시아는 매일 200억 달러(약 24조 원)를 이 전쟁에 쏟아붓고 있다. 무기도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전쟁 중단” “우크라이나 만세”를 외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만 명이 반전 시위에 나섰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며 러시아군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인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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