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리포트> 전파 대신 빛! 해킹 불가능한 라이파이 軍 도입하나
작성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작성일: 2021-11-10 18:03:19
▲ 지난 10월 열린 ‘서울 ADEX 2021’의 휴니드테크놀러지스 부스에서 해외 방산업체 및 군 관계자들이 라이파이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photo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2021)’ 비즈니스데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0월 22일 오후 늦게 방위사업청 고위 관계자 일행이 휴니드테크놀러지스사 부스를 찾았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는 군 통신·전자장비 등을 전문으로 하는 방산 중견기업이다.
전시회 주요 일정이 끝나는 날 폐장시간인 오후 5시 직전에 방사청 고위 관계자가 대기업도 아닌 중견기업 부스를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휴니드테크놀러지스 관계자로부터 첨단 무선통신 기술인 라이파이(Li-Fi)의 군용 활용 콘셉트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우리 민간이나 군에는 아직 생소한 라이파이는 기존 전파 대신 빛을 사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기존 와이파이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반가정 인터넷보다 100배 빨라
라이파이는 발광다이오드 등 적외선부터 근자외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을 이용한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라이트 피델리티(Light Fidelity)’를 줄인 말로, ‘와이어리스 피델리티(Wireless Fidelity)’를 줄인 Wi-Fi와 어원이 비슷하다. 천장에 설치된 LED 송신기가 빛을 깜빡이며 데이터를 보내는데, 100만분의1초 간격으로 깜빡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는 인식되지 않는다.
빛은 기존 전파 스펙트럼보다 약 1만배나 넓은 대역폭을 가지기 때문에 높은 데이터 전송률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 전파 스펙트럼은 포화상태여서 사용을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할당을 받아야 하지만, 광 스펙트럼은 새로운 영역이어서 아직 ‘할당 경쟁’도 필요 없다. 라이파이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능력과 속도가 뛰어나는 점이다.
와이파이의 전파는 광범위하게 송출되기 때문에 외부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하다. 반면 라이파이는 빛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벽이나 커튼 같은 물리적인 ‘벽’을 넘을 수 없고, 이 ‘벽’ 외부에선 해킹이 불가능하다. 물리적인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기도 하지만 보안 면에선 오히려 장점이 된다는 얘기다. 속도도 이론상 일반가정 보급 인터넷보다 100배가량 빠르고, 최신 LTE-A보다 66배 이상 빠르다.
‘간섭(혼선)’이 없다는 점도 라이파이의 장점이다. 전파를 사용하는 통신·전자장비는 협소한 공간에서 함께 운용될 경우 다른 장치의 전자기 간섭에 취약하다. 항공기나 무기체계, 의료장비 등의 경우 전자기 간섭이 일어날 경우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 관계자는 “라이파이는 전자기 간섭이 없기 때문에 민간 여객기 기내 통신 및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머전리서치에 따르면 라이파이 시장은 2028년 약 1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는 이번 서울 ADEX 2021에서 라이파이의 다양한 육·해·공군용 활용 모델을 제시했다. 우선 육군의 경우 천막 지휘소, 차륜형 지휘소 장갑차량, 지휘통제 벙커, 기갑부대 장비 등에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육군 천막 지휘소는 설치 및 해체가 쉽지 않아 작전반응 시간이 지연되고 기동성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적 공격으로 지휘소가 운용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네트워크 복구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유선 케이블의 단선 및 훼손으로 인해 운용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천막 지휘소 내부 네트워크에 라이파이를 활용한다면 복잡한 유선 케이블을 제거할 수 있고, 보안을 유지한 상태로 와이파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통신을 할 수 있게 된다. 육군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차륜형 장갑차나 전쟁의 두뇌이자 중추신경인 지휘통제 벙커, 전차·장갑차 등 기갑부대 장비의 내부 통신에도 마찬가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해군의 경우 이지스함 등 구축함, 항공모함, 잠수함, 항만시설 등에 적용돼 전술 및 운용 능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현재 함정 내부에서 지휘통제, 명령하달, 긴급조치 등과 관련된 상호 의사소통을 할 때는 대부분 워키토키 등 일방향 음성 정보전달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넓은 함정 내부 공간에서 승조원의 상호 위치파악 및 실시간 소통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 해군은 함정 내에 무선 네트워크체계를 구축하고 승조원들에겐 스마트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시 작전 보안을 위해 무선 침묵, 즉 무선 사용을 중단해야 경우 이런 체계를 가동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라이파이 체계를 함정에 적용하면 보안 문제 걱정 없이 LTE보다 안전하고 빠른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전 측면뿐 아니라 화재, 침수 발생 등의 긴급상황 조치에도 유용할 수 있다.
미 대통령 전용기에 도입 예정
라이파이는 정비 운영지원 시설, 격납고, 생활시설 등과 같은 공군기지 시설에 활용될 경우에도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존 공군기지에선 시설 운용을 위해 전파를 사용하는 통신체계를 사용 중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통신 시스템 사이에 혼선이나 잡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라이파이를 사용하면 혼선 없이 보안을 유지한 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투기 운항관리, 정비, 무장 등 전투지원 체계에도 라이파이가 활용될 수 있다. 대형 항공기 내 승무원들 간 통신에도 라이파이가 강점이 있다. 한 소식통은 “미 대통령 전용기에 라이파이 도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라이파이는 장병들의 병영생활에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장병들이 일과 시간 이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데이터 용량, 느리고 불안정한 네트워크 등이 불만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 라이파이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라이파이는 민간 부문에선 이미 여러 용도로 활용되고 있거나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네덜란드 시그니파이사 한국 지사는 서대문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사무실에 라이파이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사무실 내에서 빠른 무선 통신과 함께 높은 수준의 보안 체계를 구축할 있었고, 건물 내에서 장비를 옮겨다녀도 라이파이로 연결된 조명 덕분에 끊김 없이 통신이 가능하게 됐다. 교통안전 통신 서비스, 해상 통신 서비스 등은 이미 상당한 기술개발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자동차 간 통신, 신호등과 자동차 간 통신 서비스 등도 개발 중이다.
국내 라이파이 선두주자로 꼽히는 휴니드테크놀러지스는 프랑스 라테코에아, 네덜란드 시그니파이 등과 함께 민간 여객기용 기내 통신시스템에 라이파이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객기 내 각 좌석 천장에 라이파이 트랜시버(송수신기)가 설치되고 좌석 등받이에 리시버(수신기)가 설치되면 기내에서 와이파이를 대신한 무선 광통신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기내에 별도 통신 케이블이 없어도 영화 감상, 게임, 비행정보 확인 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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