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큼 팔았나…외국인, 닷새동안 삼전 7800억 쓸어 담아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17:56
팔만큼 다 팔았나.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모처럼 쓸어담고 있다. 지난달에만 6조원 넘게 팔아치우던 데서 180도 태도가 바뀐 것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간 삼성전자를 784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1위다. 외국인이 닷새 연속 삼성전자를 사들인 건 지난 6월 초(5월 31일~6월 4일·8988억원) 이후 3개월 만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딜라이트 모습. 연합뉴스
주가도 바닥 찍고 반등
외국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던졌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20조4403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쐐기를 박은 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였다. 지난달 11일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고점에 이르며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는 부정적 내용이었다. 이에 외국인은 지난달 11~13일 사흘간 삼성전자를 5조원 넘게 팔아치웠고, 500만 국내 개인 주주 사이에선 곡소리가 나왔다.
그러던 외국인이 태세 전환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 데다, 삼성전자 주가도 저평가돼 있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업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란 인식이 생기면서 줄여놨던 삼성전자 주식 비중을 다시 늘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매력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4일 8만2900원에서 20일 7만2700원으로, 보름여 만에 12.3% 하락했다.
외국인 순매수에 주가는 반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7만2700원) 바닥을 찍은 뒤 조금씩 상승해 6일 7만7300원에 마감했다. 이 기간 6.3% 올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현물가격 하락 가능성은 이제 컨센서스(평균 전망치)가 됐다는 점에서 주가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전대미문의 외국인 매도세도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삼성전자를 저렴하게 살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황민성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되려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비메모리 부문에서 희소식이 나와야 한다"며 "주가가 좀 오른 뒤에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코로나19 확산세 등도 변수로 남아 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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