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사설
금리 인상 불가피…실수요자 충격 최소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0:12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8월 정례회의를 열고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연 0.50% 기준금리를 26일 0.75%로 전격 인상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은행에 걸린 대출상품 금리 안내 현수막. [뉴스1]
한은, 기준금리 0.75%로 0.25%p 인상
이자 증가와 자산시장 급등락 대비 필요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첫 금리 인상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1805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초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부작용도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부동산 시장을 생각하면 금리 인상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어 0.25%포인트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는 자산 버블과 물가를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순차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제부터는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가 연착륙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금융 당국의 소위 ‘창구지도’로 금융회사에서 갑작스럽게 대출을 줄이는 바람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식의 규제보다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면서 가계부채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가을철 이사 수요가 걱정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전세금 마련을 위해선 할 수 있는 게 도둑질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코로나로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하게 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올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나 급증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어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심화할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기와 거품을 줄여나가되 실수요자들의 경제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예측 가능하고 정교한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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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참여자들도 한동안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신중하고 보수적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6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72.7%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금리 인상기에는 자산가치가 불안정하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예전처럼 무리하게 돈을 빌려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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