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600조대 수퍼예산…일본 삼킨 '악어 입' 한국도 공포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16:32 업데이트 2021.08.24 17:10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22년도 정부 예산을 6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8% 이상 늘어나는 규모로 사상 최대다.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2년도 예산안 편성 관련 당정 협의회를 마치고 “확장재정 흐름에 의해 8%대(로 늘어난)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604조원 전후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청년 무이자 월세 대출, 군 장병 전역 시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사회복귀 준비금’ 등 청년 대책에 20조원 이상이 포함될 전망이다.
8%대 증가율은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논의되던 기준선 7%나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7.5%보다 높다. 정부는 본예산 증가율이 2019년 9.5%, 2020년 9.1%에 이어 올해 8.9%였던 점을 감안해 속도조절에 나섰으나,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과 경기회복 지원을 위해 내년까지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까지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 기조가 계속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예산은 출범 첫해인 2017년(400조7000억원)에 비해 200조원 늘게 된다. 5년 만에 50%나 불어나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5년간 32.5%, 박근혜 정부 4년간 17.1%와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국가채무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가채무도 내년에는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 국가채무(626조9000억원)와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국가채무 전망치(963조9000억원)의 차이만 337조원에 달하는데, 더 불어나는 것이다. 결국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악어 입' 일본 따라간다
코로나19로 국세 수입 증가는 부진하지만 내년까지도 지출이 역대급으로 늘어 ‘악어의 입’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악어 입은 일본 정부의 1990년대 이후 세수와 정부 지출 흐름을 나타낸 그래프다. 정부의 수입과 지출을 같은 그래프에 그렸을 때 두 선의 거리가 점점 벌어져 악어 입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악어입 벌리는 국가 재정 수입 및 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한국의 총수입과 총지출을 그래프로 표시했을 때의 형태가 악어 입 그래프와 닮아가고 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정부 총수입이 총지출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2019년부터 총수입은 줄어들거나 약간씩 증가한 반면 총지출은 급증하면서 간극이 커졌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3년이 돼서야 본 예산이 600조원을 넘을 전망이었다. 그러나 본 예산 600조원 돌파가 앞당겨지면서 기재부의 계획보다도 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악어 입 문제를 경고해왔다. 일본과 같이 저출산ㆍ고령화가 가속하는 상황서 국가부채가 늘면 벌어진 악어 입을 다시 다물기 어려워서다.
악어 입 닮은 일본 재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과 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한국은 2019년에 악어 입 그래프가 시작됐고, 지금은 더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일본의 재정은 약 13년 동안 악어 입이 벌어지다가 이후에는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국가 채무상황이 심각해졌음을 상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가 지출을 늘리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세수 확대 방안은 없이 지출만 늘어나는 건 미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 등 꼭 필요한 곳에 지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산업 지원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필요하지 않은 곳에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경제위기가 왔을 때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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