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불길한 전화' 뒤 폭탄 떨어졌다…이스라엘·하마스 新전쟁

鶴山 徐 仁 2021. 5. 25. 20:39

'불길한 전화' 뒤 폭탄 떨어졌다…이스라엘·하마스 新전쟁

 

[중앙일보] 입력 2021.05.25 14:00 수정 2021.05.25 14:20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2021년 가자 전쟁’이 5월 21일의 휴전으로 일단 숨을 돌렸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다. 민간인을 포함해 가자에서 248명, 이스라엘에서 13명이 각각 숨지는 유혈극 끝에 상황은 ‘전쟁 전 상태로 원상회복(Status quo ante bellum)’ 됐다. 무력은 아무것도 해결하지도, 보장하지도 못했다. 하마스의 로켓(미사일과 추진 원리는 같지만, 유도가 되지 않는 무기체계) 4360발 발사, 이스라엘 전투기의 수백 회 출격의 결과다.  

정보전에 정치전·홍보전 조합
동정·사이버·종교·이념 무기화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 치러
하마스, 전력격차 커도 선제공격
유도도 되지 않는 로켓으로 위협
무너뜨리진 못해도 피해는 가능
피해·동정심도 무기화하며 여론전
이스라엘, 공포 전술화와 기만작전
참수작전, 20년간 벌여도 헛발질만
아이언 돔으로 로켓 막아 국민안심
한국 안보환경, 이스라엘과 비슷
로켓·지하갱도화·선전전·이념전까지

5월 24일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한 남자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배경으로 서서 달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숫자로 보는 이스라엘-가자 충돌〉 (자료: 하레츠)

작전명 뜨거운여름 2008·2009 가자전쟁 방어의기둥 2014 가자전쟁 검은 벨트 장벽의수호자
개시일 2008년 2월28일 2008년12월27일 2012년11월14일 2014년7월8일 2019년11월14일 2021년5월10일
기간 5일 23일 8일 50일 6일 11일
이스라엘 사망  3  13   6  74  0  13
        부상 43 317 240 2270 50 345
가자 전체 사망 160 1387 223 2203 39 248
  민간인 사망 54 773  68 795 13 122
        부상 350 5380 470 1만298 111 1948
가자 로켓 발사 230 852 1506 4594 450 4360
 일 평균 발사 46  37 188   91 75 396
    요격·저지  0   0 431  735 167 1600(추정)

이스라엘 휴전 반대 여론 많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복구를 떠맡았게 됐다. 하마스는 반유대·반서구의 이념에 이슬람법으로 다스리는 이슬람국가 건국을 지향해 아랍 세계 주류로부터 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지 방송인 채널12가 휴전 뒤 실시한 첫 여론조사를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23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흥미롭다. 이번 전쟁에서 ‘어느 쪽도 이기지 못했다’는 의견이 50%, ‘이스라엘 승리’는 28%, ‘하마스 승리’가 16%였다.  
휴전으로 평화를 얻었다고 믿는 사람도 많지 않다. 휴전이 ‘3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은 9%에 지나지 않았고, ‘1년을 가지 않을 것’으로 본 사람이 43%나 됐다.  

가자지구에서 10km 떨어진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에서 5월 11일 시민들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비해 콘크리트 방호벽 뒤에 피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휴전에 대한 반응도 시큰둥하다. 조사 대상의 35%만 지지했고, 47%는 반대했다. 우파는 58%가 반대하고 28%만 지지했고, 중도좌파는 30%가 반대하고 49%가 지지했다. 좌·우파로 갈려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지만, 휴전에 회의적인 분위기는 분명하다. 엄청난 전력 차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무너뜨리고 ‘체제전환’을 이루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휴전에 대한 의견(조사: 이스라엘 채널12 조사/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

전체 지지 35%
  반대 47%
우파 지지 28%
  반대 58%
중도좌파 지지 49%
  반대 30%

 
누가 이겼다고 보나?

어느 쪽도 아니다 50%
이스라엘 승리 28%
하마스 승리 16%
양쪽 모두 2%

 
휴전이 얼마나 지속할 것으로 보나?

6개월 미만 24%
6개월~1년 19%
1년~2년 12%
2~3년 12%
3년 이상 9%
모름 24%

 

이스라엘, 비상식적 하마스 전술에 당해

전쟁을 복기해보자. 열전의 시작은 지난 10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이었다. 앞서 동예루살렘 세이크 자파 지역의 팔레스타인인 6명의 퇴거를 명령한 이스라엘 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 라마단 기간 중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기도 모임에 대한 현지 경찰의 진압이라는 정체성·종교 관련 갈등이 이번 전쟁의 배경이다. 하지만 피를 흘린 열전이 로켓 발사로 시작한 것만은 분명하다.  
주목되는 것은 기존의 군사·외교 상식을 뛰어넘는 하마스의 독특한 의사결정과 전쟁 수행 방식이다. 통상 전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으면 전쟁을 먼저 시작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하마스는 로켓으로 ‘군사 대국’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했다. 압도적인 군사력이 상대방 무력 사용을 막아주는 억제력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적화 통일을 목표로 삼는 북한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의 전력, 특히 로켓 전력은 하마스와 비교도 할 수 없다. 핵과 미사일은 물론, 사거리도 길고 유도도 되는 미사일급 다연장로켓까지 북한은 다양한 공격용 무기를 개발해왔다.  

 

이스라엘 국방비, 가자지구 GDP 수준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이 재래식 전력과 정보·사이버전 역량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11일간 대대적인 공중 폭격을 하고도 하마스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력은 사실 서로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2019년 국방비 지출은 226억 달러로 세계 14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공식환율 기준 29억3800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GDP의 7.7배를 군사비로 쓰는 이스라엘을 향해 ‘달걀로 바위 치기’식으로 대항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F-15를 83기, F-16을 225기 운용한다. F-15 59기와 F-16 162기를 운용하는 대한민국 공군보다 더 많다. 하마스는 지난 10일 이런 이스라엘에 로켓탄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다. 그렇다면 하마스의 로켓 전력은 어느 정도인가.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스테이티스타는 하마스가 사거리 12~160㎞의 로켓을 9종류 이상 자체 개발·생산한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이란과 시리아에서 지원받은 로켓도 갖추고 있다.  

하마스 로켓 사정권. [자료=BBC 웹사이트 캡쳐]

 

이스라엘 전역이 하마스 로켓 사거리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하마스의 로켓 무기고에는 사거리 100~160㎞짜리 수십 발, 70~80㎞짜리 수백 발, 40~45㎞짜리 5000~6000발을 쌓여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주변의 이스라엘 마을을 공격할 수 있는 박격포도 수천 문을 보유한다.  
가자에서 불과 10㎞ 떨어진 이스라엘 항구도시 아슈켈론은 특히 집중적인 로켓 공격을 받았다. 최대 도시이자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와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75㎞, 의회와 중앙행정기관이 몰린 예루살렘은 80㎞쯤 떨어져 있는데 로켓이 떨어졌다. 최대 항구도시이자 이스라엘 해안선의 사실상 북쪽 끝인 하이파는 160㎞ 거리에 있는데 이번에는 공격받지 않았지만, 과거 로켓탄이 떨어진 적이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 전역이 하마스의 로켓 타격 범위 안이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이 무너지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5월 24일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동정심·공포심도 무기화 하이브리드 전쟁

이번 전쟁은 한반도에도 충격을 안겼다. 중동 전쟁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싸움이 일반적으로 줄 수 있는 교훈은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보편성에선 전쟁 위협이 핵심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과 한반도가 다르지 않다. 전쟁 준비 태세와 신속 대응, 그리고 비이성적인 전쟁 위협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민간인 피해도 들 수 있다. 특수성으로는 하마스가 하듯이 좁은 지역에서 지하 터널을 이용한 보급과 전투, 민간인을 방패로 이용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민간인 방패를 제외하곤 가자 전쟁의 보편성과 특수성 모두가 한반도에 교훈이 될 수 있다.      
도발 위협과 로켓 무기의 위험성도 문제지만, 가장 묵직한 부분은 새로운 전쟁 양상이다. 이번 전쟁에서 전 세계는 아이언 돔 같은 독특하고 효과 큰 방어무기에 주목했지만, 물밑에선 도·감청·사이버전 등 정보 전력 경쟁과 홍보전·이념전·정치전도 치열했다.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5월 24일 이즈알딘알카삼 여단 대원의 아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는 하마스를 나타내는 머리띠를 메고 장난감 자동소총을 들고 있다.이 아니의 아버지는 최근의 전투에서 숨졌다. AFP=연합뉴스

 

하마스는 객관적인 전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국제여론과 인도주의, 아랍민족 대의, 이슬람주의에 호소했다. 전 세계 여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편으로 갈라져서 공방을 벌였다. 이스라엘 국내서도 아랍계의 반발이 컸다. 유대인끼리도 우파와 중도좌파로 의견이 갈렸다. 적과 아군의 구분이 모호하고 재래식 전력보다 다른 요소들이 전쟁 결과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쟁을 새로운 21세기형 하이브리드 전쟁의 양상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1년 가자전쟁은 정규전은 물론 비정규전·사이버전·정보전에 정치전·홍보전까지 조합한 전방위 전쟁이었다. 군사 외에도 종교·사상·심리·문화·사이버역량·정치·경제 등 모든 사회 요소를 무기 삼아 싸운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전쟁이었다.  
하마스는 홍보전술을 앞세웠다. 심지어 인간의 공포심과 동정심도 무기화했다 하마스는 사망자 발표 시 ‘어린이 몇 명, 여성 몇 명 포함’을 꼭 집어넣었다.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의 잔해 사이에 모여 폭격으로 사망한 일가족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은 보는 이의 슬픔을 불렀다. 그들이 누구인지보다 일가족이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데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여론은 들끓었다. 하마스가 인적·물적 피해를 보면 입을수록 국제 여론에선 유리해지는 형국이다. 하마스는 자금과 전력의 절대적인 열세에도 홍보전에선 밀리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스ㅏ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시티의 잘라 타워의 공중 사진. AP통신과 알 자지라 등 글로벌 미디어사가 입주해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 건물을 폭격하기에 앞서 주인에게 전화해 모든 사람을 철수시키도록 했다. AFP=연합뉴스

 

폭격할 건물에 사전 경고 전화…기만작전도 벌여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우세한 전력을 바탕으로 공포 전술을 극대화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특정 목표물을 폭격하기 전에 펠레스타인인 건물주의 휴대전화로 전화해 대피를 요청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이 말하는 ‘불길한 전화’다. 폭격 직전에 한 번 더 전화해 대피는 했는지, 건물 근처의 도로에도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그런 직후 건물은 유도 폭탄이나 미사일에 맞아 무너져 내렸다.  
전화를 받은 건물주는 물론 대피하는 사람까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다. 공포의 극대화다. 폭격도 폭격이지만 건물주의 휴대전화까지 파악하고 있는 정보·통신전·전자전 능력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에 충분하다. 고도의 심리전이자 정보력과 인도주의 부문에서 처절한 우위 경쟁이다. 이스라엘의 감청과 사이버 전술 부대인 8200부대를 비롯한 정보 부대의 전력을 총동원한 결과일 것이다. 일상적인 정보활동과 훈련이 전시에 효과를 본 셈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5월 11일 폭격이 예고된 건물에서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뢰와 기습 기회를 맞바꾸다…기만작전

이스라엘은 기만작전도 벌였다.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들어간다고 발표하고 실제로는 진입하지 않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발표가 나오자 지하에 있는 대전차포 등 전력을 지상으로 이동시키고 전투에 대비했다. 이스라엘은 지상에 나온 하마스 전력을 공습해 무력화한 것은 물론 이를 통해 하마스의 지하터널 입구와 연결 시스템에 대한 추가 정보를 파악해 공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100㎞에 이르는 하마스가 무기 저장고, 병력 대피소, 이동로로 사용해온 지하 터널을 파악해 파괴했다고만 홍보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휴전 직전까지 계속된 것으로 봐서 지하 터널 네트워크의 붕괴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이스라엘은 전 세계 언론의 신뢰를 잃었다. 득실은 분명하지 않다.  

5월 13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고 있는 가지시티. AP=연합뉴스

 

하마스 사령관 데이프 참수 작전, 번번이 실패  

사실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 전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참수 작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부문인 이즈알딘알카삼 여단(IQB)의 지휘부인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과 마르완 이사 부사령관을 ‘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데이프는 2002년 그 자리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20년째 참수 작전을 진행해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CNN에 따르면 2002년 9월 공습에서 데이프가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얼마 뒤 그의 생존을 확인했다. 2004년 10월 공습에선 부관만 숨졌다고 BBC가 보도했다.  
가자발 AP통신에 따르면 2006년엔 하마스 지도부가 회의를 여는 건물을 이스라엘의 F-16기가 공습했다. 거기에 있던 데이프는 목숨을 구했지만, 척추를 다쳐 그 뒤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됐다. 그는 아흐메드 자바리를 부사령관으로 삼아 필요할 때 자신을 대신하게 했다. 자바리는 2012년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숨져 현 부사령관인 마르완 이사가 후임을 맡았다.  
CBS에 따르면 2014년 8월엔 이스라엘 F-16기의 공습으로 부인 중 한 명과 7개월 된 아들 알리, 3살 된 딸 사라를 잃었지만, 본인은 살아남았다. 데이프의 독이 잔뜩 오를 수밖에 없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하마스가 2014년 7월과 8월 이스라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가자지구에서 23명을 즉결 처형하고 수십 명을 체포해 고문했다고 비난했다. 대대적인 처형은 데이프 가족의 사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2015년 4월엔 또 다른 암살 기도에서 살아남았다. 2021년 가자전쟁 기간 중 이스라엘은 집요하게 데이프에 대한 참수 작전을 진행해 두 차례에 걸쳐 공격을 가했지만 둘 다 마지막 순간에 위기를 모면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 빌딩과 주택·상업시설만 파괴해 적지 않은 민간인 사망자를 냈다. 이른바 ‘부수적 피해’로 불리는 무고한 희생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학교에 무기를 숨기고, 병원에 병력을 감추고 미디어 빌딩에서 요원들이 활동했다고 항변했지만, 비난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에서도 참수 작전은 필수로 꼽힌다. 국군이 관련 부대도 창설하고, 동맹군도 관련 전력이 한반도를 오간다. 하지만 이 작전은 참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이 가자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군은 과거 이라크전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참수’하려고 고성능 유도폭탄을 주거지역에 투하했지만, 민간인 피해만 냈을 뿐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로켓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아이언 돔 등 대공무기, 안보에 도움

알려진 대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을 히브리어로 ‘키파트 바르젤’로 부르는 대공무기체계인 ‘아이언 돔’으로 상당히 저지했다. 10년 전인 2011년 실전 배치된 아이언 돔은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으로 분류되는 방어 무기 체계다. 날아오는 로켓탄과 야포 포탄, 박격포탄을 근거리에서 공중 요격하는 대공 방어 시스템이다.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안보환경이 다르다 보니 미국·영국·러시아·중국 중 어느 나라도 이를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스라엘만 기존 대공 무기를 개량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은 3단계다. 사거리 25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은 ‘화살(Arrow)’이라는 요격 미사일로 저지한다. 사거리 70~250㎞의 중·단거리 미사일은 ‘다윗의 무릿매(David’s Sling)’라는 요격 미사일로 잡는다. 로켓포·야포·박격포 등 사거리 4~70㎞의 단거리 추진체 공격은 아이언 돔 시스템의 타미르 요격 미사일로 차단한다.  
기당 5만 달러 정도인 타미르 요격 미사일로 원가 수천 달러짜리인 하마스의 카심 로켓을 막는다. 국민의 목숨과 안전, 그리고 심리까지 지키는 비용이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비싸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공격으로부터의 방어 목적’이라며 미국으로부터 미사일값의 일부를 지원받기까지 한다.  

북한이 지난 2019년 8월 24일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게재된 방사포 발사 모습으로 차륜형 발사대에 발사관 4개가 식별된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한국 안보 환경 비슷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수도나 인구 밀집지역이 적의 로켓이나 야포·박격포 공격 사정권에 고스란히 노출된 나라는 이스라엘과 함께 한국뿐이다. 인구 2000만의 수도권이 북한의 방사포(다연장 로켓)와 장사정포(장거리포) 공격의 사정권이다. 안보환경이 비슷하니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이 벌인 공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안보 환경은 일란성 쌍둥이지만 대비 태세는 극과 극이다. 이스라엘은 적극적·독자적 대비로 국민을 안심시켜 온 데 이어 이번에 그 위력을 다시 증명했는데, 한국은 아직 무방비 상태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분쟁에서 한국이 얻어야 할 교훈이다.  

북한은 201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전해 개발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장)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 참관 하에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 당시 사진을 일부 공개했지만, 선명한 실물을 여러 각도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연합뉴스

가자지구는 365㎢의 면적으로 한국의 거제도만 하다. 인구는 200만 명 정도다. 이즈알딘알카삼 여단은 병력이 2만~4만 정도로 알려졌다. 기초 군사훈련 이상을 이수한 병력의 숫자일 것이다. 지대지 로켓과 대전차 로켓, 그리고 박격포가 주요 전력이다. 전투기·전차·야포·군함은 없다.  
 

북한이 2020년 3월 29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안보에서 자만심이나 방심은 금물

그런데도 막강한 전력의 이스라엘이 주기적으로 국가안보 위기를 겪는다. 2002년부터 하마스의 군사령관을 맡은 무함마드 데이프 참수 작전은 계속 다람쥐 쳇바퀴다. 하마스의 조심성과 정보력, 그리고 방첩 능력도 상당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가 대단하면 적도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보에서 자만심이나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하마스 지휘부는 지중화된 통신선을 쓰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당시 전방 하급부대의 통신선을 지중화해 도·감청을 막고 있다.    
북한은 가자지구와 비교하면 면적은 330배, 인구는 13배나 된다. 북한은 60년대 초반부터 전 인민의 무장화, 전 군의 간부화, 전 지역의 요새화, 전 군의 현대화라는 4대 군사 노선을 추구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한 전술 지하갱도의 길이는 가자지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5월 23일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촛불을 들고 야간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게다가 북한은 하이브리드전이 기본인 비정규전·사이버전·정보전과 정치전·홍보전에 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의 약점인 보급의 부족을 상쇄할 수 있어 보인다. 2021년 5월의 가자 전쟁은 이런 북한을 상대하는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출처: 중앙일보] '불길한 전화' 뒤 폭탄 떨어졌다…이스라엘·하마스 新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