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입 정원 4만명 미달 비상인데, 1조6000억 ‘문재인 공대’는 공사 중
조선일보
입력 2021.05.22 03:22
지난 3월 25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예정 부지인 부영CC에서 학교 건립을 앞두고 사전 준비 공사를 하고 있다. 전날 한전공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건립 공사가 추진된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전국 대학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4만586명(전문대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달 인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신입생 충원율도 작년보다 6%포인트 가까이 내려간 91%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대로 가면 3년 후(2024학년도) 미달 인원이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저출산에 따른 ‘예정된 미래’였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대학이 알아서 하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학령인구가 7만여명 줄어들 때 대학 정원을 5만2040명 줄였는데, 이 정부는 4년간 학령인구가 13만여명 감소하는 동안 1만8902명 줄이는 데 그쳤다. 지난 20일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내년 3월까지 대학이 자율 계획을 내라고 하는 등 본격적인 정원 감축을 다음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고 있다. 인기 없고 골치 아픈 일은 손대지 않고 다음 정부로 넘기는 전형적인 무책임 특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는 내년 3월 전남 나주에 개교하기 위해 입시 요강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신입생 모집에 나섰다. 학교 부지인 옛 부영CC 일대는 둘레에 펜스를 쳐놓고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내에서는 2009년 울산과기원·중원대 이후 12년 만에 처음 신설 대학이 나오는 것이다. 다른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부지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지역 거점 대학 전남대도 올해 심각한 정원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수도권 대학까지 포함해 정원을 감축하고 대거 대학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그 옆에서 새 대학을 짓는 웃지 못할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한전공대 개교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공약이었다는 것 말고는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지역은 물론 나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약이 많은데 하필이면 터무니없는 대학 설립 공약을 내걸어 놓고 그걸 지키겠다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오기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이 대학 설립·운영에 들어갈 1조6000억원을 KAIST·포스텍·광주과학기술원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 지원에 쓰거나 전국 대학의 구조 조정을 돕는 데 쓰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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