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렇게 때마다 北에 엎드리면 김정은이 만나주고 선거에 이기나
조선일보
입력 2021.03.26 03:24 | 수정 2021.03.26 03:24
올 초 북한 열병식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이 등장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왔으니 더 이상 트럼프 때처럼 북한이 미국을 요리할 수는 없게 됐다. 미국이 정상적 외교 정책으로 돌아오면 북한은 도발로 긴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저강도 도발부터 시작해 미국의 반응을 보며 점차 수위를 올려갈 것이다.
이 예상된 도발 시나리오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군은 할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발표해야 한다. 군사 기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와 군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여기가 대책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와 군은 ‘탄도미사일'과 ‘유엔 결의 위반'을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알면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북한 김정은에게 ‘우리는 미국 일본과 다르게 북한 편에 있다'는 것을 이런 방식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북한이 무슨 짓을 해도 감싸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목표에 맞춰져 있다. 올해 도쿄올림픽이든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든 두 번의 기회에서 문재인·김정은 혹은 바이든·김정은 회담을 성사시켜 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 판을 흔들려는 목적이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겐 아예 관심이 없지만 바이든과는 만날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완전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길로 확실히 들어서기 전에는 바이든이 트럼프식 미·북 정상회담에 나설 리 없다. 만에 하나 미측의 양보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이 미국을 겨냥한 ICBM을 포기하는 대신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받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우리에겐 악몽이다.
김정은은 핵을 정권 보존의 최후 보루라고 믿고 있다. 이런 북의 본질은 김일성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금 대북 제재와 코로나로 상당한 궁지에 몰려 있다. 그런데 시진핑은 친서를 보내 “북한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식량 등을 지원해 숨통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중국 공산당 100년이자 북·중 동맹 60년이라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할 것이다. 미·중 충돌이 격화할수록 중국은 북한을 멀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협상 몇 번 하고 핵미사일을 포기하겠나.
다음 주엔 워싱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을 결정하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예정돼 있다. 문 정권은 이 자리에서 다시 미국에 트럼프식 TV 쇼를 설득할 것이다. 이 망상은 정권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머지않아 김정은은 스스로 공언한 전술핵 개발을 위한 핵실험도 감행할지 모른다. 문 정권은 ‘평화가 왔다’는 거짓말로 더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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