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들의 우파 인간 사냥… 진보의 ‘PC함’에 질린 당신에게 [왓칭]
블룸하우스 영화 ‘헌트(The Hunt)’
미국 엘리트들의 인간 납치·사냥 코미디
’정치적 올바름’ 완장 찬 좌파들의 위선 풍자
손호영 기자
입력 2021.02.22 13:47 | 수정 2021.02.22 13:47
영화 '헌트'에서 주인공 크리스탈 크리시 역을 맡은 배우 베티 길핀./Patti Perret_AP
자기네만 절대선(善)이란 진보의 위선에 신물 나는 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닌가 보다. 누구보다 구태에 머물러 있으면서 진보가 사회를 진보하게 한다는 환상을 심는 이들. 겉모습은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로 무장했지만, 속내는 시커먼 이들에 대한 코믹 풍자극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선 조모씨로 대표되는 ‘강남 좌파’, 미국에선 ‘캐비어 좌파’나 ‘리무진 좌파’로 불리는 집단의 모순을 깨부수는 영화, ‘헌트(The Hunt)’다.
/Blumhouse
사회 지도층 엘리트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 인간들을 납치해 총칼과 지뢰, 수류탄으로 재미나게 사냥하며 노는 이야기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사람들은 납치범들이 인심 쓰듯 나눠준 총칼로 자신을 방어해보지만, 결국 동물보다 더 잔인하게 사냥 당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단톡방’이 문제. 영화는 사회 유력인사들의 친목 대화방에서 오간 이야기가 유출되면서 시작된다. “각하새끼가 한 짓 봤어?” “열받네” “사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택에서 ‘개탄스러운 것들(deplorables)’ 쓸어버리는 게 최고”… 이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 ‘저택 게이트’란 음모론이 퍼진다. 진보 엘리트들이 저택으로 사람들을 납치해 스포츠처럼 사냥한다는 것이다. 결국 직장에서 잘리고 사회에서 매장당한 진보주의자들이 ‘진짜 사냥’을 벌인다.
대화 속 ‘Deplorables’란 단어가 이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개탄스럽다’는 너무 점잖은 번역이고, ‘수준 떨어지는 것들’ 정도의 뉘앙스다. 2016년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통칭하며 이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후 우파를 비하하는 말로 굳어졌다.
영화 '헌트' 속 진보주의자들의 대화./blumhouse
영화 전체적으론 좌·우보단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함’에 대한 풍자가 주를 이룬다. ‘출신 지역’ ‘인종’ ‘종교’ ‘성’ ‘성 정체성’ ‘성적 지향’ ‘환경 보호’ ‘동물권 중시’ 등 윤리적 가치를 수호하며 누구에게도 불쾌감을 주지 않는 도덕적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이들. 대체로 진보주의자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시혜의식을 비꼰다. 보수주의자들보다 지적·윤리적으로 우월하다고 굳게 믿지만, 뒤에선 여자를 장식품 취급하고 사람들을 잡아 사냥하는 괴물로 그려진다.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 문화 콘텐츠 산업을 장악한 진보와 PC주의자들의 민낯을 대차게 조롱한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논란이 됐고, 우리나라 넷플릭스에서도 ‘TOP 10’ 순위권에 올랐다.
이 영화의 원제가 ‘레드 스테이트 vs 블루 스테이트(Red State VS Blue State)’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화당 강세인 주(Red State)와 민주당 강세인 주(Blue State)의 대결을 뜻하는 노골적인 제목이다. 영화에선 납치된 이들이 미시시피, 와이오밍, 플로리다 등 ‘레드 스테이트’ 출신들로 그려진다.
영화 '헌트' 속 진보주의자들의 대화./blumhouse
영화 속 진보주의자들의 말과 행동은 자기네들 이상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젠 ‘아프리칸아메리칸’ 대신 흑인이란 말을 써도 된대” “어디서?” “NPR에서” “NPR의 주류가 누구지?” “백인”. 재미삼아 못 배운 우파 인간들을 사냥하겠단 계획을 세우면서, “흑인은 못 죽인다”고 탄식하는 장면이 화룡점정이다.
‘억압당하는 여성’ ‘억압하는 남성’의 이분법적 사고도 조롱한다. 강력한 우파 여성이 무장 해제 상태로 기대 앉은 좌파 여성에게 총을 겨누며 묻는다. “어이 아가씨, 내가 당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자비를 베풀어야 할까?”. 좌파 여성은 “아니”라고 말한 뒤 1초 만에 총 맞아 죽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과도한 PC함’이란 말이 성립하는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국에서 “나를 여성이나 남성 말고 ‘그들(They·Non Binary)’이라 불러달라”는 공인을 본 적 있나? ‘성’과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이 사회의 주류다. ‘흑형’ ‘깜둥이’란 단어가 거리낌 없이 오가는 사회다. 영화·드라마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활약하면 어김없이 PC 논쟁이 붙는다. 이런 사회에선 ‘과도한 PC’라는 셰도우 복싱이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곤 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콘텐츠엔 국경이 따로 없고, 우리나라에도 언젠가 ‘과도한 PC함’이 상륙할지 모르니 “요즘 넷플릭스가 너무 PC해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위플래쉬’ ’23아이덴티티' ‘겟 아웃’ 등을 만든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했다. 호러 영화 전문이란 명성에 걸맞게 잔인하다. 하이힐로 눈알을 뽑아버려 시신경이 덜렁거리거나 산 사람이 절반으로 잘려 내장이 쏟아져나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언뜻 보면 슬래셔(Slasher)물이나 B급 고어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영화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사회풍자 액션 코미디다.
영화 속 좌파대장(왼쪽)과 우파대장(오른쪽)이 싸움을 벌이는 모습./blumhouse
좌파의 위선을 조롱한다고 해서 마냥 한쪽만 편 드는 영화로 봐선 곤란하다. 영화 속 우파는 가난하고 다소 덜떨어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교육을 덜 받았고 논리가 없으며 음모론에 강하게 빠져 있다. 또 이를 마치 사실처럼 팟캐스트에 떠든다. 영화 속에서 우파들이 사냥 당한 이유도 결국엔 이들이 퍼뜨린 루머에 대한 좌파의 복수였다. 미국에선 ‘레드넥(Redneck)’ ‘힐빌리(Hillbilly)’ ‘개탄스러운 집단(deplorable)’으로 묶이는 이들.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을 연상케 하는 풍자도 다수 등장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좌파 우파의 교육 수준에 큰 차이가 없고,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에도 좌우가 따로 없다는 점에서 우파가 특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 하겠다.
개요 영화 l 미국 l 90분
등급 18세 관람가
제작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특징 액션, 유머, 사회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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