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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유광종의 중국 돋보기] 미국, ‘중국의 급소’ 대만을 찔렀다

鶴山 徐 仁 2020. 9. 23. 11:10

美, 정부 관료 잇따라 대만 방문… 국제무대 고립 탈피 지원
전투기·반도체에서 소고기까지… 군사·산업·경제 제휴 활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전… 美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9.23 03:00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22일 펑후섬 마공 공군기지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요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쟁’이라고 해도 좋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정도는 어떨까. 아직은 무기를 동원하지 않는 전쟁이라 소리는 요란하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 국면에서 심각한 징후가 드러난다. 이를 체감할 수 있는 뜨거운 현장이 있다면 바로 대만이다.

공격에 나선 사람은 상대의 가장 취약한 곳을 골라 때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요즘 이 ‘전쟁’에서 공격하는 쪽인 미국이 겨냥한 중국의 급소(急所)는 대만이다. 올해 1월 11일 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이 흐름은 아주 급해졌다.

허물어지는 ‘하나의 중국’

대만 이슈를 논하기 전에 먼저 설명해야 할 점이 있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이라는 틀이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수교할 때 반드시 이를 원칙으로 삼는다. “세계에 중국은 하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중국과 수교하는 나라는 대만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 아울러 통상 등을 제외한 정부 차원의 교류도 동시에 제한을 받는다. 대만은 웬만한 국제기구에도 이름을 올려놓지 못하며, 주요 국가와의 정부 고위급 차원 교류도 할 수 없다.

최근 미국이 대만에 판매한 무기와 군수

이로써 대만은 국제정치 및 외교의 무대에서 철저한 외톨이로 전락했다. 견고한 경제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지금까지 처했던 국제 정치외교적인 환경은 그래서 아주 초라하다. 그런 대만에 급격한 변화의 물결이 몰려들고 있다.

우선 대만에 급히 다가서는 나라는 미국이다. 고위층 상호 방문이 큰 제약에 걸려 있던 상황은 아주 쉽게 깨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여 뒤인 2018년 3월 상·하원을 통과한 ‘대만 여행법’에 사인했다. 고위층 상호 방문의 물꼬를 트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올해 3월에는 ‘타이베이(臺北) 법안’이 미 상하원을 통과했다. 미 행정부가 대만의 국제무대 고립을 탈피하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미국 우방들과 대만의 수교, 아울러 대만의 국제기구 진출, 미국-대만 사이의 경제무역 활성화 등을 두루 촉진하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미국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공식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만났다.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1979년 이후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층이었다. 이어 키스 크라크 미 경제 담당 국무부 차관이 지난 17일 대만을 또 방문했다.

군사 영역에서 드러나는 변화 조짐도 심상찮다. 미국의 무기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대만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년 첨단 레이더를 장착한 F-16V 66대의 대만 판매가 현실화한 데 이어 올해에는 MQ-9B 무인 항공기, 하푼(HARPOON) 대함(對艦) 미사일, 사거리 300㎞에 이르는 M142 다연장로켓, MK-48형 어뢰 등 미국 첨단 무기들이 속속 대만에 판매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대만이 직접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AGM-84H/K SLAM-ER 공대지(空對地) 미사일 판매 소식도 전해졌다.

 

 

산업과 군사의 두 칼날

미국의 의도는 지난해 홍콩의 대규모 자유화 시위와 올해 초에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 이후 매우 분명해지는 추세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존의 금기(禁忌)를 돌파해 대만의 요소를 적극 부활시켜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데 동원한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의도는 크게 두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 우선 중국 중심의 산업 공급망 해체 및 재(再)구성이다. 이는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동남아 등과 연계하는 움직임이다. 대만이 지닌 반도체, 의료·건강 등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적 역량이 먼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대중(對中) 공급을 끊게 한 뒤 미국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 키스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을 통해 양측 경제 교류를 가속화하며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 대만 언론은 지난 8월 28일 대만 총통이 돌연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 장벽을 철폐키로 발표하면서 그 ‘밑그림’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한다.

다른 하나는 군사 영역이다.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가 과거의 수준을 크게 넘어선 점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만을 적극 끌어들인다는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이 서(西)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버티고 선 매우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서의 대만을 미국이 새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현실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미국의 대만 요소 인입(引入)과 활용의 의도는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전환 뒤 국제정치의 질서에서 지켜져 온 ‘하나의 중국’ 원칙과 토대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그러나 미국의 조야(朝野)에는 그에 관한 큰 공감대가 이미 만들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 흐름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향후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산업적·군사적 틀의 재편(再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존의 동아시아 역학관계를 뒤바꾸는 ‘지각변동’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산업적이며, 군사적이기도 한 인도·태평양이라는 대형 전략 판의 현실화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빚고 있는 인도,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호주와 일본은 이에 적극 호응했다. 특히 일본은 새 변수로 등장한 대만을 반기며 군사적·산업적 협력을 크게 모색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이끄는 이런 큰 변환의 흐름 속에 새로운 질서를 위한 격렬한 합종연횡(合從連橫)이 벌어질 분위기다. 국내 이슈에만 눈길을 꽂았다간 우리가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인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