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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같은 세상, 뻥 뚫어줬다" 시무 7조 신드롬

鶴山 徐 仁 2020. 8. 30. 21:47

조선일보

 


입력 2020.08.29 01:30

 

 

"나라가 폐하의 것 아니듯, 헌법도 폐하의 것 아니옵니다"

"메마른 대지에 단비 같은 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했다."

정부의 실정을 풍자한 30대 가장(家長)의 청와대 청원 글이 민초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청원은 필명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39세 가장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무(時務) 7조'라는 상소문 형식으로 올렸다. "나라가 폐하의 것이 아니듯, 헌법은 폐하의 것이 아니옵니다"라는 내용이다. 27일 공개된 지 하루 만에 30만명 넘게 공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답변 요건(20만 동의)을 단번에 넘어버린 것이다. 애초 청와대는 이 글을 보름 동안 비공개했다. 비판이 일자 27일에야 뒤늦게 공식 게재했다.

 

'시무 7조'에 대한 반응은 청와대도 놀랄 정도로 뜨거웠다. 지난 12일 이후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던 이 글은 공식 게재된 후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하게 퍼졌다. 정부의 부동산·경제 정책 실패에 분노하면서도 표출하지 못했던 국민의 갑갑한 마음을 '시무 7조'가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조씨의 블로그 등에는 "답답하고 좌절한 마음을 대변해 줬다" "공감 가는 글"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여당이 밀어붙인 임대차 관련법을 비판했던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국회 연설처럼 '시무 7조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무 7조' 현상은 부동산 폭등과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일방 독주 등에 대한 분노와 피로감이 쌓이고 쌓였다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 시대 상소문 형식의 이 청원은 예리한 비유와 풍자를 담아 대중의 지지와 공감을 끌어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양 극단의 목소리에 짓눌렸던 중도층이 '저 말이 내가 하고 싶었던 그 말'이라며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대규모 집회나 정치인들의 거친 말에 반응했던 국민이 지금은 본질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작은 목소리'에 더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무기력한 야당과 어용 지식인, '친여 언론'의 득세도 국민이 '시무 7조'에 공감하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땜질식 부동산 정책으로 집을 가진 사람이나 없는 사람 모두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시무 7조'는 국민 저항권 행사의 전조(前兆)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은산 한 사람의 비판이 아닌 국민적 분노의 표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시무 7조'에 대한 답변 시한을 당겨 다음 달 초에 수석급 참모가 직접 답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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