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0.07.06 03:12 | 수정 2020.07.06 05:55
[최보식이 만난 사람]
종편 채널의 '스타' 논평가 출신…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수사가 오리무중. 검찰에 사건 배당된 지 5개월 지났지만 수사 진전 있다는 뉴스가 전혀 없다.'
조수진(48)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올렸다. 2017년 당시 카투사 사병인 추 장관 아들이 휴가를 나가 복귀하지 않았으나 외압으로 무마됐다는 의혹을 소환해낸 것이다.
"기자 출신은 누구를 비판해도 '팩트'로 해야 힘이 있다는 걸 압니다. 지난 1월에 고발장이 접수됐고 참고인 두세 명만 조사하면 '엄마 찬스' 여부가 드러날 사안인데 진행이 안 됐던 겁니다. 다음 날 우리 당 의원들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자, 검찰로서는 수사 재개의 명분을 얻은 겁니다."
조수진 의원은 "국민에게서 '저놈에게 주는 월급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추 장관은 '아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지요?
"현 정권의 문제는 이중 잣대에서 비롯됩니다. 추미애나 조국은 자기 자녀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의혹이 적어 보이는 나경원 자녀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공격해왔습니다."
채널A 기자의 문제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그녀는 종편 채널A에서 가장 인기있는 논평가였다. 그녀의 논리 정연하고 막힘없는 발언에 속 시원해하는 보수 성향 시청자들이 많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의 대결은 얼마 전까지 당신의 소속 언론사인 채널A의 기자 문제에서 비롯됐는데요?
"해당 기자의 취재 윤리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차장·부장 데스크가 후배 기자의 취재 방식이나 통화 내용까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법적 책임을 따지고 있습니다. 채널A 보도국은 압수 수색까지 당했습니다. 당초에 그럴 사안이 아니었는데, 채널A가 책임 소재에서 분명하게 선을 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MBC와 여권이 이번 사안에 '검언(檢言) 유착' 낙인을 찍어 크게 만들었습니다. 법적 책임은 없다 해도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도의적 책임은 져야겠지요?
"도의적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적 연대 책임을 지우겠다면 'n번방'에 가입한 MBC 기자 관련 건도 똑같이 해야 합니다. '당시 모르고 들어갔다'고 주장한 MBC 기자는 법적 처벌이 안 됐고, 데스크 징계도 없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이번 수사는 무리하고 짜맞춘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도 자신의 최측근(한동훈 검사장)이 얽힌 사안에서는 이해 충돌 소지가 있으니 거리를 뒀어야 했습니다. 수사자문단을 구성하려 한 것은 현명한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극단적 상황을 불러온 셈이지요.
"추 장관이 지난 2월 조국 사건을 염두에 두고 '주요 사건에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수사 자문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장관이 지금은 같은 입으로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지 한 달 남짓인데, 민주화 이후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지요?
"여당 의원 대다수가 1988년 민주화 이전에 독재 타도를 외쳤던 사람들입니다. 그 대가로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사람이 가장 해서는 안 될 짓이 자기가 하지 말자고 했던 일을 하는 것입니다. 법률 용어로 '금반언(禁反言) 원칙' 위반이지요. 과거에 했던 말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여당은 '비례위성정당은 안 된다'고 했다가 만들었고, '독재는 안 된다'고 했다가 하는 겁니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환멸을 느끼는 것은 이처럼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여야 똑같은 정치인의 언행인데요.
"그게 바로 뜯어고쳐야 할 적폐입니다. 명색이 앞으로 나가겠다는 '진보'가 더 심합니다."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나요?
"차라리 여당에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들 생각했습니다."
―과거 선례에 비춰 여당이 양보해줄 것으로 낙관하지 않았나요?
"원 구성 협상 때 당내에는 '법사위원장을 관철 못 하면 다른 상임위원장을 구차하게 받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몇몇 중진 의원도 자신이 맡게 될 상임위원장을 내려놓겠다고 했어요. 물론 여당의 양보로 타협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상임위원장을 안 받겠다고 해놓고 상대가 정말 독식할 경우에 대비한 전략은 없지 않았나요?
"민주당이 모두 가져갔을 때의 대응 전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왕좌왕했습니다. 지도부가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며 길을 제시해야 하는데, '여당이 저렇게 나오니 막을 힘이 없다. 어떻게 하면 될까'하는 식입니다. 매일 의총에서 전략과 행동 방식을 토론해도 시원찮을 판에, 의총도 안 열리고 있습니다."
―여당은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뒤 35조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통과시켰고, 연이어 쟁점 법안도 통과시킬 겁니다. 여당의 독주도 문제이지만, 국민 상당수는 야당의 무능과 무대책, 전력 부재에 한심해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여당인 줄 착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당 지도부는 '추경안 심사는 막을 방법이 없고 다음 주에 들어간다'고 뜬금없이 선언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왜 지금 안 들어가고 다음 주냐'하고 묻지 않겠습니까. 야당이 열심히 했지만 수적으로 불리해 당하고 있다는 모습을 전혀 못 보여준 겁니다."
'기자는 비판하는 직업…'
―현 정권이 일당독재처럼 저렇게 나오면 국민은 견제 심리가 발동해 야당에 지지를 몰아주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통합당의 지지율은 지지부진합니다. 제 주위 사람들은 '통합당으로는 안 되겠다'고들 합니다. 통합당 구성원은 현실 인식에 문제가 많고 현 상황에서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멋있게 비치는 말만 잘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만약 제가 방송에서 여전히 논평을 하고 있었으면 '팩트 폭격'을 가했을 겁니다. 선거에서 질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통합당은 비대위원장 뽑는 걸로 두 달 끌었습니다. 헌정사에 이런 정당은 처음입니다."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하지 않고 비대위원장에게 의존하려는 태도 자체가 한심스럽지요. 야당은 의석수에서 여당에 절대적으로 밀리지만 1:1 인물 경쟁력에서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픈 지적입니다. 우리가 엄혹한 시절에 야당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에 열린우리당은 회의를 한번 시작하면 50명 이상이 발언했습니다. 시쳇말로 '뽕'을 뽑았습니다. 지금의 여당 의원들은 야당 시절 정말 지독했습니다. 그런 자세는 배워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차기 대선 주자와 관련한 발언을 툭툭 던지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당 밖에 꿈틀꿈틀 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는데?
"야당 지지율은 괜찮은 대선 주자가 있어야 올라갑니다. 나름대로 우리 당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여당을 혼란스럽게 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상왕(上王)처럼 낙점을 해야 대선 후보군이 되는 걸까요?
"이게 당의 현실입니다. 당 중진이라면 '정치는 내가 한다'며 김 위원장에게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가 자기 경쟁력을 스스로 만드는 것처럼 정치인도 그래야 합니다. 당내에서 아직 그럴 인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이 전면에 있음으로써 당 내외 후보들의 등판 기회를 막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대로 가면 통합당에서는 김종인 한 명만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될 겁니다.
"저는 몇몇 중진에게 '야당 의총은 공개해야 한다'고 사적으로 건의했습니다. 여당은 당정 협의 등 민감한 문제가 있어 비공개를 해왔지만, 과거에 야당 의총은 공개 원칙이었습니다. 국민에게 공개된 경연장이 되면 저마다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분발할 겁니다. 명연설을 통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자 시절 김 위원장과는 인연이 있었나요?
"4년 전 방송 프로를 진행하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인 그를 세게 비판했습니다. 그쪽 참모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한다고 했어요. 그러자 이분이 '기자는 비판하는 직업인데 왜 그러느냐'며 야단쳤다고 합니다. 공사(公私)를 구분 못 하는 사람들 속에서 돋보였습니다."
―같은 당에서 만나니 어떻던가요?
"첫 자리에서 솔직히 위축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기대가 크다. 열심히 해달라'고 했어요. 이분이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은 이런 장점 때문일 겁니다."
―방송에서 똑 부러진 말을 하던 당신이 정치권에 들어가자 섭섭해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언론사 내부 사정이 있었습니다. 사표 쓰는 날에 처음으로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와 만났습니다. 그때까지 공천심사위원장인 공병호 박사와도 일면식이 없었습니다. 저는 정치부 기자 동안 민주당 쪽을 담당했습니다. 김태년·송영길·이상민 등 민주당 의원들을 더 많이 압니다. 제가 의원이 되자, 우리 방에 민주당 쪽 화분이 더 많이 배달됐습니다."
―김대중 동교동계를 오래 담당했고 노무현 청와대를 출입했으니, 진작에 정치로 갔으면 지금의 여당에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제 가치는 문재인 진영과 맞을 수 없습니다. 저쪽은 거짓과 위선, 과잉 이념의 집단입니다. 김대중 쪽 참모나 지지자들도 문 정권을 모두 떠났습니다."
월급 값
―요즘 주요 현안마다 입장을 내면 곧잘 언론에 보도되더군요. 실제적인 당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마이크 잡고 발표하는 시절이 아니라, 의원 누구나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해야 합니다. 야당이 가진 것은 말과 글밖에 없습니다. 언론 환경을 탓하지 말고 여론을 주도해야 합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요?
"직장에서 '월급 값을 한다'는 것은 무서운 말입니다. 거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된 뒤로 아침 7시 반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합니다. 국민으로부터 '저놈에게 주는 월급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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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6/20200706000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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