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배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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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스텔스 전투기 F-35A는 이달 29일 한국에 도착한다. 지난해 3월부터 미국 현지에서 인수한 F-35A 6대 중 2대를 우선 들여온다. F-35A는 최대 속력 마하 1.8(시속 2200km)에 전투행동반경 1093㎞ㆍ최대상승 고도는 15㎞(5만ft) 수준이다. 여기에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성능을 비롯한 최첨단 기술도 담겨있다.
음속 2배 속도, 몸무게 9배 압박
눈동자 피가 빠져 안보이고 기절도
언제라도 위급상황 비상탈출 훈련
고도 10㎞ 산소 끊어지는 위기도
최신예 전투기는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조종사가 탑승해 직접 임무를 수행한다. 전투기 성능은 좋아졌지만, 조종사는 여전히 몸으로 고생하는 건 피할 도리가 없다. 때로는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도 있다.
한국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와 KF-16은 고도 6㎞(2만ft)까지 올라가 미사일을 발사한다. 마하 2(시속 2448㎞)를 넘어서며 빠르게 비행한다. 급상승 또는 급선회할 때는 몸을 누르는 압박(중력 9배 이상)도 견뎌야 한다.
이런 악조건에 투입되는 조종사가 임무 수행 중 겪는 비행 환경이 어떠한지 확인해 보기 위해 지난 5일 청주 항공우주의료원(항의원)에서 이뤄진 ‘비행환경 적응 교육 훈련(APT)’에 참여했다.
APT는 예전에 ‘항공생리훈련’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기엔 ‘가속도 내성훈련(G-test)’ ‘비상탈출훈련’ ‘공간감각상실훈련(SD)’ ‘저압실비행훈련’이 포함된다. 공군 조종사는 4년마다 APT를 받으며, 조종 과실을 방지하고 유사시 대처 능력을 키운다.
훈련 입과 전날 긴장감에 잠을 설쳤다. 가속도 내성 훈련 중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영상을 보며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항의원에 도착한 뒤 군의관을 만나 신체검사와 안전교육을 받고 훈련에 들어갔다.
‘가속도 내성 훈련’은 순간적으로 높아진 중력(9Gㆍ몸무게 9배 무게) 상황을 이겨내는 훈련이다. 훈련장비(ATFS-400)가 빠른 속도록 360도 회전하면 중력이 올라간다.
훈련장비는 쇠막대기 끝에 매달린 캡슐로 돼 있는데 이 캡슐 속에 훈련생을 태운다. KF-16 전투기 조종사 이상철 대위는 “대부분 임무는 6G 상황, 공대공 임무는 9G 상황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훈련장비 회전속도가 올라가면 압력이 커지고 피는 다리로 쏠린다. 보통 4~5G를 넘어서면 눈동자에서 피가 빠져나가면서 시야가 좁아지거나 앞이 안 보이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뇌에 머물던 피가 아래로 내려가면 기절한다. 훈련 중에 순간 입을 벌린 채 허망하게 정신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비 탑승 전 조종사 호흡법(L-1 호흡)을 배웠다. 배에 힘을 주고 3초간 성문(기관지 양쪽 성대 사이 좁은 틈)을 닫았다가 1초 사이에 "흡 흡"하면서 숨을 쉬면 흉강이 넓혀지고 복압이 생겨 내려가는 피를 막는다. 조종석에 앉아 어깨 넓이로 벌린 허벅지ㆍ종아리와 발뒤꿈치 근육도 강하게 힘을 줘 수축한다. “훈련 뒤 살펴보니 허벅지 실핏줄이 터졌다”는 경험담이 많다.
훈련 장비가 움직이자 자동차가 급출발할 때와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일반인은 6G 상황을 버텨야 공군 전투기 탑승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질 모습을 상상해보니 창피하기도 하지만, 겁도 났다. 혹시라도 6G 기준을 넘기더라도 바로 조종간을 놓고 포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작은 키 덕을 봤다. "키 작고 목이 굵으면 유리하다"는 조종사 조언은 사실로 확인됐다. 6G에 도달했지만, 신체적 변화는 별로 없었다. 선명하게 잘 보였다. 허벅지 피를 머리로 끌어 올리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주며 "흡 흡"하면서 극심한 심호흡은 계속했다. “이쯤 되면 계속해도 괜찮겠다”는 고민에 빠졌다.
과감하게 조종간을 놨다. 가속도가 6.4G까지 오른 뒤였다. 시야협소 현상이 없더라도 단번에 기절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감속할 때도 호흡법을 유지해야 한다. 뒤늦게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훈련생도 있다. 막상 중간에 관두고 나온 뒤 "끝까지 해볼 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조종간을 당겨” 통제관은 여러 번 소리쳤다. 그러나 말리나 인턴기자는 조종간을 놓았고, 6.6G에서 훈련은 끝났다. 그는 “시야가 어두워졌다. 조종간을 놓았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의식을 잃어 가면서 조종간을 잡으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져 조종간을 놓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실제 사고로 발생한다. 2007년 F-15K 전투기가 동해에 추락했다. 조종사는 낮아진 고도를 높이기 위해 급상승했는데 이때 과다한 중력이 걸려 의식상실(G-LOC)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다리에 압박을 가해 피를 머리로 끌어올리는 중력복(G-슈트)를 입지만, 공중에서 작전 중일 때는 정신을 잃지 않게 심호흡한다. 이들이 작전 중 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거의 신음하듯이 목소리는 낸다.
지난달 27일 서해에서 KF-16 전투기 조종사 2명은 비상 탈출한 뒤 무사 귀환했다. 전투기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조종사는 비상탈출을 시도한다. 전투기는 새로 구매할 수 있지만, 고도로 훈련받은 조종사는 당장 구할 수 없다. 조종사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KF-16 전투기 조종사 송민석 대위는 “조종사들은 지상에서부터 평소 위기에 대처하는 생각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2016년 KF-16에서 비상탈출한 조종사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다. 2차 부상 방지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머리를 고정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비상탈출할 때 순간적으로 높은 압력(10G)을 받는다. 머리가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양손 손목 힘으로만 레버를 당겨야 한다. 2016년 사고 조종사는 한 손으로 레버를 당기면서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 의식을 잃었다. 그래서 비상탈출 훈련장비는 고개가 조금만 기울어져도 레버가 당기지 않게 돼 있다.
전투기 조종사 사고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은 감각 상실에 있다. 2006년 KF-16 전투기는 바다에 추락했다. 알고 보니 조종사는 바다를 하늘로 착각했다. 실제 공중에선 하늘과 바다가 비슷하게 보일 때가 많다. 또한 몸에는 강한 중력이 걸려 있어 전투기가 뒤집혀 있어도 정상적인 자세로 느껴진다. ‘공간감각상실 훈련’은 상하좌우 돌아가는 전투기에서 발생하는 감각 상실에 대비한다.
훈련에 참여해 보니 어지러웠다. 고개를 돌리면 몸 전체가 옆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훈련통제관은 “훈련 중 구토를 하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있다. 눈동자만 좌우로 돌리면서 주변을 살피면 어지러움을 덜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모든 두통과 멀미를 한 번에 느꼈다. 훈련 장비에서 내려온 뒤에도 한동안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조종사들도 “가장 어려운 훈련”이라고 입을 모은다.
‘빨간 마후라’는 전투기 조종사 상징이다. 조종사 헬멧과 산소 호흡기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엔 멋진 모습이지만 정작 호흡기를 써보니 불편했다.
질식할 수 있다는 공포가 느껴졌다. 평소 무의식적으로 하던 호흡이 어려웠다. 답답했다. 호흡기 안에서 코로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강하게 뱉어야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죽음의 고도’로 불린다. 해발고도 8848m 높이를 무산소 등정하기 어렵다. 조종사는 2만 5000ft(7620m)~3만 5000ft(10㎞) 높이에서 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높은 고도에서는 몸에 쌓인 가스가 부풀어 오른다. 산소가 줄어들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판단 능력도 낮아진다.
2017년 F-15K 전투기는 고도 13000ft에서 산소 공급이 끊어졌다. 조종사는 앞이 잘 안 보이는 현상을 느꼈다. 2017년 미 공군 A-10 공격기는 고도 22000ft에서 산소공급 장치가 오작동해 조종사는 착륙 이후에도 두통을 호소했다. 고고도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와 저산소 상황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비상산소 연결과 같은 대처 방안을 숙달해야 한다.
‘저압실비행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챔버에 들어가면 고고도 환경을 느껴볼 수 있다. 고도가 올라가고 압력이 내려가자 벽에 달린 고무풍선이 부풀어 올랐다. 저산소 상황에선 간단한 덧셈과 곱셈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철 대위는 “실제 비행 중에 비슷한 경험이 종종 있다. 신체 증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어야 대처할 수 있다”며 훈련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소가 줄어든 변화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손끝에 산소 포화도를 보여주는 장치를 달았다. 호흡기를 벗고 2분이 지나자 혈중 산소 포화도는 57%로 떨어졌다. 조금만 지나면 곧 의식을 잃게 된다. 저압실 훈련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자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조차 상쾌하게 느껴졌다.
전투기를 첨단 기능으로 갖추더라도 정작 전투기 조종사는 이런 신체적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 송민석 대위는 “비행 중 신체적으로 피곤하다. (이겨내는 방법은) 익숙해지는 방법뿐이다”라고 말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비좁은 조종석에 오르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남들이 모르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영상 = 강대석·공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