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읽고 해설을 해 드리겠습니다. 이 내용은 2007년에 발표됐던 노무현-김정일 회담에서 나온 10·4선언과 60%가 겹칩니다. 다만 차이는 그때는 정권이 이명박 정부로 바뀌는 바람에 실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이게 실천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이게 실천되면 어떻게 되느냐? 한국의 안보는 위태롭게 되고 국론 분열은 심해질 것이고 한미동맹은 균열될 것이고 더구나 북한의 핵 폐기는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 선언문을 읽어보면 ‘감정적 민족주의’ 또는 ‘원초적 민족주의’, 이것도 좋은 말이고 사실은 가짜 민족주의, 인종주의에 기반한 이른바 ‘우리민족끼리’ 이것을 앞세운 선동이라는 것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전체가, 국가가 할 수 있는 말을 넘어 서서 일종의 운동권 선언문입니다. 상당 부분은 관념적이고 환상적이고 정확하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합니다.
가장 중요한 게 가짜 민족주의를 앞세워 대한민국의 반공·자유·민주·법치 체제를 유지해왔던 안보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문서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반공 의식을 부인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對北제재에 구멍을 내고 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따라서 5000만 국민들의 안보가 위태롭게 되는 방향의 합의문입니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이렇게 말로 할 수가 있습니까? 이런 선언 과거에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전쟁행위를 한 자는 바로 북한 노동당 정권, 김정은의 아버지·할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이며’라고 어떻게 선언합니까? 이 선언이 일종의 속임수죠. 전쟁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전쟁이 없을 것이다’ 미래의 일을 어떻게 이렇게 점칠 수 있습니까? 더구나 전쟁 범죄자와 함께. 피해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가해자인 김정은과 함께, 핵 폐기도 하지 않았는데.
핵을 폐기한 다음에 이런 선언이 나와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핵 폐기의 제 일보도 내디디기 전에 어떻게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미리 선언합니까? 더구나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다’(?),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이런 말로 평화가 이뤄지고 말로 전쟁이 끝난다면 이 세계는 벌써 파라다이스가 되었을 것입니다.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 역사의 땅 판문점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이거 따져봐야 됩니다.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 틀렸습니다. ‘냉전의 산물’이 아닙니다. 냉전(冷戰)은 이미 끝났습니다. 그러면 분단과 대결이 없어져야죠. 이것은 북한 노동당 정권의 전쟁범죄자들이 계속 한국에 도발하고 국제법을 지키기 않고 핵무장을 지속하면서 수시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하고 외국까지 쫓아가서 (아웅산), 테러하고 비행기 폭파하고 천안함 공격하고 연평도 포격한 그 결과로써 지금 분단과 대결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냉전의 산물'이라고 하여 북한의 책임을 흐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엽니까? 원인 진단이 틀려먹었는데. 분단과 대결의 원흉이 김정은인데, 김정은이 말하는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은 사기 아닙니까?
선언문에는 ‘민족’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여러분, 북한이 말하는 ‘민족’은 ‘김일성 민족’입니다. 韓民族이 아닙니다. 그런데 ‘민족’ ‘민족’ ‘민족’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선언문에) ‘민족’이 나올 때마다 한국의 안보를 하나씩 해체해가는 그런 구조입니다. ‘민족’이 완전히 독약이 되고 있습니다. 또는 마취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
이거 얼마나 거창하고 관념적이고, 읽어보면 실천은 불가능한… 뭐라고 해야 할까요 설교문 같기도 하고. 하나하나 따져보면 여기서도 말이 안되는 게 나옵니다.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 참 골치 아픈 표현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죠? 휴전선을 없애겠다는 이야기겠죠. 민족이 하나가 되자는 이야기기도 하겠죠. 하나가 될 수 있습니까? 하나가 되려면 북한 노동당 정권이 없어져 줘야죠. 그렇게 해야 자유민으로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북한 노동당 정권이 2500만 한민족을 난쟁이로, 로봇으로, 영양실조자로 만들고 (북한 주민을) 남한사람보다 키가 12cm 작게 만들고, 평균수명은 12년이나 적게 살게 만들어 놓고 민족의 혈맥을 이으면 어떻게 됩니까? 이을 수가 있습니까? 체제가 다르고 이념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데 어떻게 잇습니까? 유일한 방법은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남북한이 통일하는 것이죠. 그게 자유통일입니다. 그런 노력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놓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한국의 안보를 집중적으로 해치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죽 나옵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절박한 요구이다.>
여기서 ‘온 겨레’가 누굽니까? 김정은이 여기 우리 겨레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은 민족 반역자입니다. 민족 도살자입니다. 이 세 사람이 죽인 사람의 숫자는 수백만을 헤아립니다. 거의 전부 다가 同族을 죽였습니다. 어떤 외국인보다도 더 많이 同族을 죽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겨레를 이야기할 수 있고 민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가짜 민족주의를 앞세워서 한국인들을 들뜨게 만들어서 눈을 멀게 한 다음에 한국의 안보 구조를 하나씩 해체해 나가겠다는 합의입니다.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느냐, 이게 문제입니다.
<ⓛ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 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이것도 좋은 말은 다 모아놨는데, 다 북한이 깨어버린 약속을 또 한 번 이행하겠다고 거짓 약속하는 것이죠.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여기서 또 민족이 나왔습니다. ‘민족’이 나올 때마다 한국인들은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말은 좋죠. 그런데 ‘민족’이 누구냐? 북한은 대한민국의 애국자를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우리는 김정은 집단을 민족으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민족’이라는 개념규정을 더 정확하게 해야죠. 최소한 동족 학살범은, 동족을 친 전쟁범죄자는 민족에서 제외해야죠. 그러지 않고 ‘민족’ ‘민족’하면 ‘우리 민족 반역자끼리’ 뭘 하겠다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보통 북한에서 말하는 ‘자주’는 ‘한미동맹 해체’를 이야기합니다.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남북 사이에서 이뤄진 모든 합의는 다 북한이 깼습니다. 가장 좋은 1991년의 남북 기본 합의서도 북한이 깼어요. 거기에 대한 사과, 개선 방향은 이야기하지 않고 또 그것을 이행한다고 약속하였는데, 누가 보장합니까? 누가 강제를 합니까? 이행하지 않으면 벌을 준다는 조항이 여기에 있어야 될 것 아닙니까?
<④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이거 과거에 많이 나온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민족적 화해’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민족적 화해’를 하려면 ‘민족적 화해’를 제일 깨트린 6·25 전범(戰犯) 행위에 대해서 사과하고 배상하고 아직 억류하고 있는 국군 포로 돌려주고 납북자 20만 명 중 살아있는 사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걸 할 리가 없죠, 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러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앞세워 놓고 ‘민족적 화해’에 방해가 되는 반공 체제를 폐기한다, 국가보안법 폐기한다, ‘단합’을 막는 한미동맹을 해체한다, 등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 ‘각계각층’이라고 하지만 한국 내 좌파·친북·종북 단체와 북한 노동당 정권이 서로 교류를 하는 그것이 활성화됨을 의미하는 거죠. 이런 교류 왕래에 한국의 애국세력·우파세력·자유진영이 누가 참여하겠습니까?
또 민족 이야기가 나옵니다.
<안으로는 6·15를 비롯하여 남과 북에 다 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여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밖으로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하였다.>
‘민족 공동행사’라고 했는데 이것은 북한이 항상 써먹는 남한의 애국세력, 대한민국 주류세력을 포위하고 고립시키기 위한 통일전선 전략이죠. 태극기를 없애버리고 한반도기를 올리겠다는 것, 즉 대한민국의 국가 정통성과 정체성을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무너뜨리겠다는 고전적인 전략을 또 펴고 있습니다.
또 ‘민족’ 나옵니다.
<⑤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민족 분단으로 발생’한 게 아니고 북한의 전쟁범죄 행위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죠. 그게 바로 납북자 20만 명, 국군포로 6만 명 그리고 이산가족이죠. 이걸 왜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라고 흐려버립니까? 여기에 왜 피해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도장을 찍습니까? 여기 왜 국군포로, 납북자 이야기가 안 나옵니까? ‘이산가족·친척상봉’은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는 모든 이산가족이 만나려면 5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과거 좌파정권 시절에 이산가족 한 가족이 만날 때마다 10억 원씩의 각종 지원을 북한에 했다는 주장이 이산가족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동물원식 상봉으로 그친 것 아닙니까?
또 ‘민족’ 나옵니다.
<⑥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이거는 완전히 ‘민족’의 이름으로 대북(對北) 제재를 허물겠다는 겁니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하려면 대한민국 경제가 스스로 내려앉아야 됩니다. 그렇게 해야 북한과 균형적 발전이 되는 것 아닙니까? 10·4선언에 나오는 ‘유무상통(有無相通),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이 서로 나눠 갖자’ 강도 심보죠. 이런 것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이것은 ‘대한민국 경제를 망가뜨리는 게 북한과 키를 맞추는 것이다’ 이런 쪽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은 대부분 다 우리가 북한에 뭐 해주고, 뭐 해준다는 돈 쓰는 겁니다. 몇십 조가 들어간다는 계산이 그때 나왔습니다. 이것은 對北 제재를 허물겠다는 겁니다. 더구나 비핵화를 하기도 전에 이 이야기부터 꺼내면 비핵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죠. 이게 실천되는 과정에서는 아마 한미(韓美) 관계라든지 한국과 국제사회의 갈등이 예상됩니다.
<③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왜 개성에 설치합니까? 판문점에 설치하든지 중립지대에 설치해야죠.
일단 여기까지 설명 드렸습니다. 요약하면 가짜 민족주의를 앞세운 민족반역자 김일성 세력을 민족의 챔피언으로 추어올리면서 한국의 반공체제, 한미동맹 그리고 핵문제, 對北 제재를 허물어서 한국의 안보를 해체하겠다는데. 김정은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도장을 찍었습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