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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본색' 드러낸 김명수 사법부

鶴山 徐 仁 2018. 2. 3. 10:14

[태평로] '본색' 드러낸 김명수 사법부


입력 : 2018.02.03 03:15

  

법원행정처·서울중앙지법 요직… 특정 성향 판사들로 채워져
'코드 판사'들 사법권력 장악…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 나와

정권현 논설위원
정권현 논설위원

법원 내 특정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전신(前身)인 우리법연구회 회원 5명이 지난 1일 법원행정처 요직에 임명된 데 이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되자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코드 인사" "코드 사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고 있다. "재판은 정치"라고 주장하는 부류의 판사들이 드디어 사법 권력의 중추를 장악한 것이다. 대통령과 이념 성향이 비슷한 대법원장이 임명되고, 그 대법원장이 정권 코드에 맞게 대법관을 제청하고, 법원 행정처에 '코드 판사'들을 배치해 판사 3000명의 인사권을 행사하면 사법부 전체가 정권과 비슷한 색깔을 띠게 마련이다.

'코드 사법'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이 대법원장은 두 차례 대법관 제청과 몇 차례 인사를 통해 '코드 사법'을 기획하고 주도했다. 박시환 전 대법관 등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사법 행정의 주도권을 잡았다. 개혁을 하겠다더니 오히려 판사 통제가 강화됐다.

이 대법원장은 2006년 3월 전국 일선 법원에 공보담당판사를, 서울 등 5개 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경력 10~15년의 기획법관을 배치했다. 법원 정책과 판결 취지를 국민에게 잘 납득시키고 권위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판사 통제 수단으로 변질됐다. 법원행정처의 지침이 이 판사들을 통해 일선 법원으로 내려가고, 이들 중에서 법원행정처 근무자를 뽑았다. 이번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과정에서 특정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했다고 의심받는 이른바 '거점 법관'의 면면을 보면 거의 공보판사, 기획법관 출신들이다.

2006년 8월 초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에게서 금품을 받고 구속되는 사건이 터지자 통제 장치가 더 늘었다. 대법원 예규에는 정치인·법조인·언론인 등 주요 인사들이 관련된 구속, 압수 수색, 구속 적부심, 보석, 구속 집행 정지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하게 돼 있다. 이전에는 구속영장 청구 때만 보고하도록 돼 있었으나, 이를 개정해 압수 수색 영장의 접수 단계부터 보고 의무를 지웠다.

개별 사건에 대해 법원행정처에 일일이 보고하도록 하면 판사들이 재판을 감시받는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사법권 독립과 법관의 재판권이 침해받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법관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에도 위반된다는 의견이 대세다. "수사 상황 파악을 위한 꼼수" "판사들에 대한 통제 수단"이라는 비판에 밀려 압수 영장의 경우 결과만 보고받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OECD에 속한 나라의 사법부에서 이런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도 법원행정처에 해당하는 사무총국이 개별 사건은 보고받지 않는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후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잘못은 '코드 사법에서 벗어나라'는 여망을 저버리고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안주해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는 것이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상고법원을 밀어붙이느라 6년 임기의 절반을 허비하다 가 지금은 '코드 사법'의 칼날 위에 서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후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에 이어 3차 조사를 밀어붙이고 자신과 같은 이념 성향의 판사들만 중용하는 독선적인 모습에 김명수 사법부도 '코드'에서 시작해 '코드'로 마감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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