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청와대, 코드 대사만으론
북핵 위기 돌파 어렵지 않겠나
노태우 정권 때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던 노재봉 총리는 물렁한 구석을 찾기 힘든 강골이었다. 정권이 바뀌자 ‘김영삼 정권의 정체성을 알 수 없다’며 집권 민자당의 전국구 의원직을 내던진 소신파였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의 노신영 총리는 달랐다. ‘외무부는 내 인생 자체였다’는 신사 외교관이다. ‘권위적 지도자의 저돌적이고 무모한 지시도 충실하게 따르되 충격 완화에 애썼다’는 게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 미 대사의 평가다.
두 총리 모두 5공과 6공의 간판 총리였다. 만약 두 사람이 강한 지도자 전두환, 귀가 컸던 노태우 대통령을 바꿔 모셨더라면 많이 달랐을 게다. 정치학에선 이런 상황 적합성을 따져 보는 연구를 컨틴전시(contingency) 이론이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적용되는 성공의 일반 방정식이 아니라 환경 조건에 맞는 최적화를 찾아보려는 노력이다.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이 동시에 명(名)재상 소리를 들었던 건 통치자와 궁합이 맞아서다.
그런데 그 궁합이란 게 통치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총리를 발탁한 건 집권 후 불안해하는 보수층과 호남 홀대 분위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몽돌을 잘 받쳐 줘야 짝이 맞는다’고 표현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 한승주 주미 대사를 기용한 게 다르지 않다. 그런 코드 궁합이 지지층 반발에도 한·미 FTA를 체결하고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내는 데 배경이 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2기란 소리를 듣는 문재인 정부는 노 정부와 확 다르다. ‘역대 가장 균형 있는 탕평인사’라고 자평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건 숫자로 나와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관장하는 비서관급 중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은 절반 이상이다. 이들이 사실상 문 대통령을 둘러싼 정부의 핵심 그룹이다. 방향이건 속도건 모든 걸 코드가 결정한다. 주무 부처에선 “우린 청와대 심부름꾼”이란 얘기가 일상이다.
물론 청와대에 비슷한 사고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발탁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든 끼리끼리만 모이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비판에 귀를 닫고 지지층 목소리엔 백기를 드는 자기들끼리만의 집단 사고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드가 됐든, 한·일 위안부 합의든, UAE와의 외교 갈등이든 지금까지 국정의 모든 방향이 대체로 그래 왔다. 거기에다 코드 인사는 각국 대사로, 심지어 사법부로 확산 일로다.
평창올림픽이 코앞이다.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뜻이야 좋다. 하지만 ‘올림픽 평화’가 북핵 착시를 만든다면 안 될 일이다. 평양이 도무지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변할 것이란 희망만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 갈 순 없다. 그렇다면 더 치열하게 평창 이후를 묻고 챙기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게 궁합이 맞는 드림팀이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할까 한·미 연합훈련 일정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정부다. 코드만큼은 요지부동인 ‘단일팀’이다.
문 대통령은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게 참모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참모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바보 노무현’은 안 그랬다. 게다가 지금은 그때와 환경과 조건도 다르다. 북한 핵은 임박한 위협이다. 다음주 북한군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낼 거란 소문까지 나돈다.
‘그래서 북핵은 어떻게 됩니까’라고 쉴 새 없이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한반도에 핵 있는 평화란 있을 수 없다. 북핵과 주변 강국의 도전을 코드와 색깔만으로 이겨낼 수도 없다. 주한 미 대사가 바뀐 건 꽤 오래전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정부가 그런 것조차 귀띔을 못 받았을까.
최상연 논설위원
두 총리 모두 5공과 6공의 간판 총리였다. 만약 두 사람이 강한 지도자 전두환, 귀가 컸던 노태우 대통령을 바꿔 모셨더라면 많이 달랐을 게다. 정치학에선 이런 상황 적합성을 따져 보는 연구를 컨틴전시(contingency) 이론이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적용되는 성공의 일반 방정식이 아니라 환경 조건에 맞는 최적화를 찾아보려는 노력이다.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이 동시에 명(名)재상 소리를 들었던 건 통치자와 궁합이 맞아서다.
그런데 그 궁합이란 게 통치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총리를 발탁한 건 집권 후 불안해하는 보수층과 호남 홀대 분위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몽돌을 잘 받쳐 줘야 짝이 맞는다’고 표현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 한승주 주미 대사를 기용한 게 다르지 않다. 그런 코드 궁합이 지지층 반발에도 한·미 FTA를 체결하고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내는 데 배경이 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2기란 소리를 듣는 문재인 정부는 노 정부와 확 다르다. ‘역대 가장 균형 있는 탕평인사’라고 자평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건 숫자로 나와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관장하는 비서관급 중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은 절반 이상이다. 이들이 사실상 문 대통령을 둘러싼 정부의 핵심 그룹이다. 방향이건 속도건 모든 걸 코드가 결정한다. 주무 부처에선 “우린 청와대 심부름꾼”이란 얘기가 일상이다.
물론 청와대에 비슷한 사고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발탁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든 끼리끼리만 모이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비판에 귀를 닫고 지지층 목소리엔 백기를 드는 자기들끼리만의 집단 사고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드가 됐든, 한·일 위안부 합의든, UAE와의 외교 갈등이든 지금까지 국정의 모든 방향이 대체로 그래 왔다. 거기에다 코드 인사는 각국 대사로, 심지어 사법부로 확산 일로다.
평창올림픽이 코앞이다.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뜻이야 좋다. 하지만 ‘올림픽 평화’가 북핵 착시를 만든다면 안 될 일이다. 평양이 도무지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변할 것이란 희망만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 갈 순 없다. 그렇다면 더 치열하게 평창 이후를 묻고 챙기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게 궁합이 맞는 드림팀이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할까 한·미 연합훈련 일정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정부다. 코드만큼은 요지부동인 ‘단일팀’이다.
문 대통령은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게 참모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참모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바보 노무현’은 안 그랬다. 게다가 지금은 그때와 환경과 조건도 다르다. 북한 핵은 임박한 위협이다. 다음주 북한군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낼 거란 소문까지 나돈다.
‘그래서 북핵은 어떻게 됩니까’라고 쉴 새 없이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한반도에 핵 있는 평화란 있을 수 없다. 북핵과 주변 강국의 도전을 코드와 색깔만으로 이겨낼 수도 없다. 주한 미 대사가 바뀐 건 꽤 오래전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정부가 그런 것조차 귀띔을 못 받았을까.
최상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