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아무도 못 막는 '쇼' 행정관
입력 : 2017.08.23 03:16
2012년 5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사회를 맡은 탁현민씨가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다. 부산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문화제에서다. 문 이사장은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탁씨는 "저는 출마 선언으로 들린다"고 했다. 한 달 뒤 문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해 12월 대선 나흘 전 문재인 후보 광화문 유세 때도 탁씨가 사회를 봤다. 그가 "비밀이 있다"고 말한 잠시 후 안철수 전 후보가 나와 문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안 전 후보의 깜짝 등장에 청중은 놀랐다. 지난 몇년 정치인 문재인의 중요한 현장에는 탁현민이 있었다.
▶20일 저녁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기념 대국민 보고 역시 탁씨가 기획·주도한 '쇼' 무대였다고 한다. 그런데 황금시간대인데도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은 모두 합해 10.8%에 그쳤다. 다른 두 방송을 더해도 12.9%였다. 같은 시간 방송된 KBS 2TV 주말 드라마 시청률은 36.5%였다. 대국민 보고의 내용이 없어선지, 국민에게 '탁현민 쇼'가 지겨워진 건지 모르겠다.
▶탁씨는 지금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보여주는 각종 이벤트가 대부분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기업 총수들과의 호프 미팅, 무선 마이크를 차고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 100대 국정 과제 발표 행사, 대중음악이 흘러나온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이다.
▶탁 행정관의 무대 기획 능력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데다 감각 있고 일 잘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탁 행정관에 대해 벌써 '왕(王)행정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멋진 쇼는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본질이 될 수는 없다. 계속 이대로면 앞으로 문 대통령의 모든 행보가 연출이자 연기로 보이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그제 국회에 나와 탁 행정관 거취에 대해 "청와대에 고언을 전했지만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했다"고 말했다. 여성을 모욕하고 비하해 논란을 빚은 탁 행정관에 대해 사퇴를 건의했지만 소용없
었다는 얘기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국회 답변에서 "(탁 행정관 문제는) 대통령 인사권이 존중되는 것이 옳다"고 했다. 2급 행정관을 두고 장관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대통령이 무대 연출하는 사람을 이토록 애지중지하는 것은 이 정부에선 무대 연출이 그만큼 중요한 때문인가. 탁 행정관은 "적당한 때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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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2/20170822036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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