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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돋보기] 넷플릭스로 곧장 가는 영화

鶴山 徐 仁 2017. 4. 5. 09:31

[트렌드 돋보기] 넷플릭스로 곧장 가는 영화



입력 : 2017.04.05 03:07   

김성현 문화부 차장
김성현 문화부 차장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6월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 '살인의 추억''괴물' 같은 작품들로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호평을 받은 봉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옥자'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 570억원을 투자받아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는 섹스 스캔들과 음모 등 미국 정치의 추악한 이면을 다뤘던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든 회사다.

20세기폭스코리아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같은 외국 직배사들이 최근 한국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밀정''곡성', 올해 '싱글라이더'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해외 직배사의 투자와는 또 다르다. 해외 직배사들의 투자가 영화계 내부에서의 '샅바 싸움'과 힘겨루기에 가깝다면, 넷플릭스의 경우는 영화의 경기 규칙 자체가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화계 안팎에서 나온다.

아직 뚜껑도 열지 않은 영화 한 편을 둘러싸고 근심 걱정이 쏟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옥자'의 개봉 방식 때문이다. '옥자'는 국내 영화관에서 우선 개봉한 뒤 넷플릭스를 통해서 독점적으로 서비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개봉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영화관 개봉이 끝난 뒤 이 작품을 보려면 넷플릭스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 경우 '옥자'는 넷플릭스의 강력하고 매력적인 '미끼 상품'이 된다.

넷플릭스가 오는 6월 선보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중 한 장면.
문제는 '옥자'가 일시적 예외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은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를 통해 넷플릭스 회원 유입을 늘리려는 '입질' 수준에 가깝다. 하지만 향후에도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서 한국 영화를 지속적으로 '입도선매'할 경우 영화계는 그야말로 평지풍파에 가까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곳이 대형 복합 상영관인 멀티플렉스다. '신작(新作)은 영화관에서 즐기고, 옛 영화는 인터넷 TVDVD로 본다'는 통념이 자리 잡은 지금은 영화관이 상대적 비교 우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영화관 개봉 자체를 상정하지 않는다면 이 비교 우위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 이후 동네 서점이 급감한 것처럼 최악의 경우에는 영화관 자체가 줄어드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영화관으로서는 TV와 비디오테이프의 등장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영화만 잘 만들면 평가는 관객의 몫'이라 는 장인 정신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은 영화관과 인터넷 서비스 등 영화 관람 방식을 둘러싸고 기존 영화계와 새로운 도전자 사이에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솔직한 진단에 가깝다. 영화가 영화관을 떠나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그 콘텐츠를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거대한 콘텐츠 산업의 전환기에 들어선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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