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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박정훈 칼럼] 모두가 미쳐가고 있다

鶴山 徐 仁 2017. 1. 27. 12:41

[박정훈 칼럼] 모두가 미쳐가고 있다





    입력 : 2017.01.27 03:17

    非이성과 대중 영합, 근시안적 이기주의가 우리를 망가뜨린다
    걱정할 것은 나라 밖 아닌 내부… 우리 자신이 문제다

    박정훈 논설위원
    박정훈 논설위원






    대통령 '누드 풍자' 사건은 예술 이슈일 수가 없다. 그것은 정치판 현실을 보여주는 정치 스캔들이다. 문제의 작품은 예술이라 하기 멋쩍을 만큼 조악하다. 풍자와 해학 대신 여성성(性)을 찔러 대는 적개심에 가득 차 있다. 그것을 국회라는 공적(公的) 무대로 끌어올린 것이 정치였다. 투쟁심에 불타는 한 의원이 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저질 풍자도, 난장판 정치도, 제정신이 아니다.

    지난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전화 테러가 쏟아졌다. SNS엔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이 쏟아졌다. 대중의 폭주(暴走)가 공격성을 띠고 폭력화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얼마 전 개헌 보고서를 비판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문자 테러가 벌어졌다. 수천 통의 욕설 문자와 '18원 후원금'이 쇄도해 전화번호를 바꾼 의원이 속출했다. 공격을 주도한 것은 문재인 전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홍위병 노릇 하던 '노빠' 부대가 부활한 듯했다.

    놀라운 것은 문 전 대표의 대응이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는 대신 문자 테러를 싸고돌았다. "정치 공인이라면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피해 의원들을 훈계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문 전 대표는 반대자들이 자기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도 그럴까. 수천 명이 전화 걸어 욕설을 퍼부어도 웃고 넘길 텐가.

    현 시점에서 문 전 대표는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자리의 무게에 비추어 보면 아찔하다 싶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무원 일자리를 80만개 만든다는 공약이 그렇다. 이 구상엔 원조(元祖)가 있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던 그리스다.

    그리스의 비극은 30여년 전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관제(官製) 일자리' 정책이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다. 수십년 동안 그리스는 정부가 빚 내 공무원 월급 주느라 허덕였다. 그 결과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인구 1100만명인 그리스의 국영 방송 직원 수는 미국 CNN보다 많았다. 철도청 적자가 워낙 커 차라리 승객을 택시로 실어 나르는 게 싸게 먹힌다고 할 정도였다. 애초 지속 불가능한 정책이었다.

    똑같이 미친 짓을 한국에서도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차기 대통령 가능성 1위 후보가 공약으로 걸었으니 말 다했다. 공무원 80만명을 고용하려면 아무리 적어도 1년에 30조원 이상 든다. 돈을 댈 기적 같은 방법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지금 우리는 나라가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들이 권력욕에 눈이 멀었다. 정치인은 선동하고 대중은 집단 광기(狂氣)를 내뿜는다. 이성이 실종되고 분노와 감정, 비정상이 판치는 나라가 됐다. 모두가 망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 정점엔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온 나라가 이 난리통을 겪는 것은 대통령이 벌인 일 때문이다. 하루빨리 혼란이 수습되도록 할 가장 큰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의혹의 실체에 대해 침묵한 채 국가 혼란을 방조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대신 여론전을 펼치며 시간을 끌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 농단 의혹이 '거짓말의 산(山)'이라 했다. 그러나 명백한 거짓말이 드러난 것은 대통령 쪽이다. 미르·K재단의 설립 경위에 대해 거짓말하고 참모들과 조작을 모의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런 대통령이 정상인가. 우리가 보는 대통령이 국가와 결혼했다던 그 대통령 맞나.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과거'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 대통령'들이다. 대권 경쟁에 끼어든 수많은 후보가 너도나도 무책임을 치닫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을 줄이고, 서울대를 없애겠다 한다. 전 국민에게 130만원씩 나눠 주겠다는 후보도 있다. 다들 이성을 잃었다. 제정신이 아니다.

    문제는 온 나라가 비정상에 익숙해진 나머지 무감각해졌다는 점이다. 무책임한 공약들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다. 도리어 자극적이고 선정적일수록 대중 인기도는 올라간다. 대중은 근시안적 이기주의를 치닫고 정치인들은 영합한다. 누구도 냉정하게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는 '타살(他殺)'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적(外敵)이 오기 전에 내부적 모순 때문에 스스로 자멸한다는 뜻이다. 동서고금 인류사에서 국가의 '자살' 원인은 공통적이다.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이다. 대중이 눈앞의 이익에 휩쓸리고 지배 엘리트가 영합할 때 나라가 쇠망한다. 우리가 지금 그런 꼴이다.

    트럼프 태풍이며 중국의 위협이며, 나라 밖의 걱정거리가 많다. 하지만 진짜 걱정할 것은 밖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다. 비(非)이성과 대중의 폭주, 근시안적 이기주의와 영혼 없는 엘리트가 우리를 쇠락의 길로 이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재 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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