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식의 세상읽기] 언론의 亂
입력 : 2017.01.21 03:04
국정 농단 밝힌 특종도 있지만 숱한 오보와 가짜 뉴스도 횡행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와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 등으로 언론의 신뢰 위기 초래해
국정 마비시킨 이들 밉다고 자기들은 국가 흔들어도 되나
언론인의 숙명이 특종과 낙종이다. 특종이 역사를 바꾼다면 낙종은 기자의 삶을 바꾼다. 자성과 분발의 계기가 된다면 낙종에도 순(順)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종·낙종보다 중요한 언론의 본령(本領)이 사실 보도이며 그 대척점이 오보(誤報)다. 오보는 확인이 허술했거나 낙종을 만회하려고 무리할 때 나온다.
동업자 의식 때문인지, 다른 매체의 오보를 못 본 척해왔던 게 언론계 관행이었다. 그렇지만 오보가 나라 망칠 지경인데도 침묵한다면 그것은 직무 유기다. 숱한 오보로 '언론의 난(亂)'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 말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떨어진 적이 없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밝힌 특종은 두 개였다. TV조선이 K스포츠, 미르재단의 이면을 파헤친 보도와 한겨레신문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 등장시킨 보도였다. 이후로도 소소한 특종이나, 특종을 가장한 오보가 나왔지만 흑막(黑幕) 속 진실의 문(門)을 연 것은 두 보도였다. 이것은 국민도 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예를 들어 한 매체는 '최순실 아들이 청와대에서 5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특혜 근무 논란이 일어났다'고 했다. 최순실은 아들은커녕 '숨겨놓은 아들'도 드러난 바가 없다. 숨겨놓은 아들마저 없으니 5급 공무원이 있을 리 없고 '특혜 논란'은 더더욱 있을 리 없다.
동업자 의식 때문인지, 다른 매체의 오보를 못 본 척해왔던 게 언론계 관행이었다. 그렇지만 오보가 나라 망칠 지경인데도 침묵한다면 그것은 직무 유기다. 숱한 오보로 '언론의 난(亂)'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 말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떨어진 적이 없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밝힌 특종은 두 개였다. TV조선이 K스포츠, 미르재단의 이면을 파헤친 보도와 한겨레신문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 등장시킨 보도였다. 이후로도 소소한 특종이나, 특종을 가장한 오보가 나왔지만 흑막(黑幕) 속 진실의 문(門)을 연 것은 두 보도였다. 이것은 국민도 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예를 들어 한 매체는 '최순실 아들이 청와대에서 5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특혜 근무 논란이 일어났다'고 했다. 최순실은 아들은커녕 '숨겨놓은 아들'도 드러난 바가 없다. 숨겨놓은 아들마저 없으니 5급 공무원이 있을 리 없고 '특혜 논란'은 더더욱 있을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면도칼 피습을 당했을 때 최순득 집에 머물렀다'는 보도도 비슷한 범주다. 대통령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겉에만 70바늘, 피부 밑으로 200바늘을 꿰맸다. 부모를 흉탄(凶彈)에 잃은 기억 때문에 마취를 싫어해 기절한 채 수술받았다.
국정을 마비시킨 장본인에 대한 증오는 이해가 가지만 어떤 보도들에는 앞서 열거한 오보가 순진해 보일 만큼 섬뜩한 악의(惡意)가 엿보인다. 이것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설(說)'에 기대고 있다. '설'에 의존한 보도는 기자 스스로 "저는 제대로 팩트 확인을 못 해 부실한 기사를 내놓았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숱한 오보의 행렬 중 백미(白眉)가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 보도다. 이 보도에 대한 팩트 체크는 포털 사이트에서 몇 가지 단어만 입력해봐도 확인 가능하다. 우리 해군은 209급(1300t) 9척, 214급 6척(1800t) 등 잠수함 15척을 갖고 있다. 209급이 길이 56m, 높이 5.5m이며 214급은 길이 65m, 높이가 6.3m다.
이런 덩치의 잠수함이 평균 수심 37m에, 조류가 한반도에서 가장 센 맹골수도를 잠항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우리 해군이 '서커스'를 하다 망가져도 상관없을 만큼 충분한 잠수함을 갖고있는 것도 아니다. 이 음모론은 2년 전에도 나왔는데 '최순실 국정 농단'의 혼란을 틈타 인터넷상에서 일약 종편 채널 화면에까지 등장했다.
문제의 주장을 한 이는 비판이 거세지자 "잠수함이라 단정한 적 없다"고 발을 뺐지만 국민 뇌리에 '나쁜 국군(國軍)' '거짓말하는 국군'의 이미지가 뿌리내린 뒤였다. 6개월 가까운 오보 행진을 보며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기자들이 '혁명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심정으로 오보의 해악을 방관하는 게 아닐까?"
지금은 사라진 옛 국민교육헌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한 국제정치학자로부터 '처지(處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듣고 우리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지형학적으로 최악의 흉지에 있습니다. 속되게 말해 세계 최강의 4대 깡패에 에워싸인 채 개망나니 형제마저 깽판 치는 처지에 놓인 게 우리나라입니다." 이것만 알아도 언론의 정도(正道)가 보일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국군을 농탕질쳐도 될 만큼 강하기는커녕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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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0/20170120026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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