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 정신분석학의 핵심사상은 무엇인가
정소성(소설가,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20세기 인간 정신 탐구로 가장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람이라면 아마도 프로이드일 것이다.여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는 1856년에 태어나서 1939년에 죽었으니 83년간을 살았다. 비교적 장수한 편인 그는, 끊임없이 인간 정신 탐구에 정진하였으며, 그가 이룩해 놓은 갖가지 이론들로 말미암아 인간의 정신세계는 한결 뚜렷한 구조와 생리를 가지게 되었음은 사실이다.
그는 빈 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일생 연구실과 실험실을 지킨 교수 출신이 아니다. 슬하에 아이를 여섯이나 두었던 그는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했고, 자신 유태인이라 공적인 출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정신병원을 개업한 개업의였다. 그는 모든 인간정신 연구를 자신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전진시켰다.
그의 정신질환 탐구는 결국 자신의 환자들을 치료함을 목적으로 했다.
그의 관심은 그를 찾아오는 수많은 환자들의 정신질환의 근원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가에 모아져 있었다.
이미 상식화한 이야기지만, 프로이드가 20세기 정신 신경의학계의 태두로서 존경받는 이유는 분명 그가 인간 정신세계에서 무의식의 존재를 주장하고 그것의 존재를 증명해낸 탓일 것이다.
프로이드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 신경 병원을 개업하여 활동하던 시기, 유럽의 정신의학계는 뛰어난 기계론자들이 군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프랑스의 정신의학자들 중에는, 기계론만으로는 인간이 겪고 있는 심각한 정신질환인 히스테리를 치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빠리 대표적인 정신병원장이던 샤르코 였다.
여기서 기계론이란, 인간의 생명 현상을 물리 화학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일부 견해를 말한다.
히스테리란 병은, 마비, 경련, 몽유병, 환각, 실어증, 감각상실, 기억상실등의 증세를 나타내는 질환을 말한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질환은 주로 여성들에게 나타나며 그럴 경우 그 여자를 마녀로 몰았다.
히스테리란 말은 여자의 자궁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스테리아에서 온 것이다. 여자 성기의 부자연스런 압박으로 이 병이 발병한다고 일반에는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음핵을 제거하는 등으로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속설이 퍼져 있었다.
이런 증세의 환자들을 숱하게 접한 프로이드는, 이 병의 실체를 나름대로 터득하였고 상당한 효과가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그의 이런 체험을 정리한 책이 그의 첫 번째 성공적인 신경병리학 저서인 <히스테리연구>(1895)이다.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요지는, 히스테리 환자는 과거 속의 불유쾌한 기억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거 속의 불유쾌한 기억을 트로마(정신적 외상)라고 한다.
이 트로마의 특징은, 인간 기억의 일반적인 경향처럼 서서히 인간의식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인간의 병적인 증세를 촉발하는 무의식적인 에너지로 남아 정신 속에 잠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격앙된 감정으로 뭉쳐있는 고통스런 기억을 의식의 세계에서 사라지게 하려면 무의식 세계에서 작용하는 억압의 기능이 작동하여야 한다.
이 억눌린 감정은 무의식의 작용을 받아, 히스테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 히스테리 반응은 해체작용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거기에 필수적인 것은 이 반응의 유발요인이었던 트로마를 환자로 하여금 깊이 인식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증세들은 쉽게 치유된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전시킨 프로이드는, 이런 억압된 기억들은 대부분 부모나 친척 성인들에 의한 성적희롱이나 유혹에 의해 야기되었으며, 무의식의 세계로 오랜 세월 동안 억압되어 침잠했다가, 주로 사춘기 이후에나 히스테리 증상으로 재현된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그러므로 환자의 신경증상에 대한 열쇠는 그의 무의식의 세계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이 저작물의 큰 공로는, 인간의 정신 세계 속에서 트로마(심각한 정신적인 상처)의 존재를 부각시킨 것이다. 이러한 사실의 적시는 프로이드가 남같지 않는 비범한 인간 통찰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단번에 입증하는 것이었다.
프로이드가 그의 다음번 주요 저작물인 <꿈의 해석>을 간행한 것은 그의 나이 마흔 살이던 1896년이었다. 프로이드는 인간정신 세계를 탐구하는 대상으로는 언제나 자신의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이 일차적이었고, 무엇보다 가장 직접적이고 틀림없는 대상은 바로 프로이드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이 꾼 꿈이라고 제시한 한 가지 꿈이 있다.
그것은, 맹인 용 검은 썬그라스를 쓴 노인이 자기의 남성 성기를 내놓고 길거리에 서 있는데, 프로이드 자신이 이동용 소변기를 들고 성기를 외면하면서 한 손으로 맹인의 성기 앞으로 내밀고 있는 장면이다.
이 꿈을 프로이드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맹인용 썬그라스를 쓴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눈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맹인이 남성 성기를 꺼내놓고 있는 것은,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창피를 주고자 하는 프로이드 자신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며,
그리고 그가 포타블소변기를 아버지의 성기 앞으로 내밀고 있는 것은, 그가 조금이라도 아버지로 하여금 쓰일 데가 있는 자식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꿈은 어린 시절 프로이드가 아버지로부터 저 녀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모욕을 듣고서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그것이 꿈으로 재현된 것이다.
프로이드는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는 꿈을 많이 꾸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에서 꿈에 대해 아주 획기적인 두 가지 사실을 포착해 낸다.
첫 번째가 바로 꿈은, 꿈을 꾸는 사람의 어떤 소망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그것은 대부분 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소망은 철저하게 왜곡되어 있거나 위장되어 있으며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형된 소망은 성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하도 위장되어 있어서 그 진실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얼굴을 한 어머니를 새의 얼굴을 한 세 사나이가 포대에 담아 침대로 운반하고 있었다. 그는 성경책에서 이집트 사람들의 장례식 장면에서 이 세 사나이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죽음을 인도하는 신들이었다. 어머니의 평온한 표정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그가 본 적이 있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혹시나 죽은 것이나 아닐까 하는 우려의 표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의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이 해석은 어린 시절 누구나 갖는 감추어진 소망, 즉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독차지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표현된 것이었다.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은, 나름대로의 이론과 예리한 관찰을 가지고 있어서 상당한 설득력을 획득하고 있다. 꿈으로 나타나 인간의 흐릿한 의식에 남아 있는 꿈은 결국 극도로 위장되거나 변형되어 그것의 진정성을 점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프로이드는 오이디프스 콤플렉스 등 자신의 정신분석의 이론을 이용하여 절묘하게 그것의 해석의 길을 열었다.
환자 중에 한스 라는 이름의 소년이 있었는데, 말이 무서워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는 것이었다. 프로이드는 면밀한 관찰 결과 이 소년은 자기의 성기를 짜를지도 모르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말로 전치시키고 있음을 간파해 냈다. 오이디프스 콤플렉스에 의해 어머니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 아버지가 자기의 성기를 짜를 것같은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거대한 성기를 가지고 있는 말이 아버지로 전치되고 자신의 작고 가느다란 성기와 비교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그의 가장 독창적이고 설득력을 가진 오이디프스 컴플렉스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 이론은 프로이드 무의식 이론의 핵심으로서, 지금은 이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인간정신분석학의 가장 중심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로이드의 이런 생각은 고대 그리스의 신화의 조명을 받고 있다.
신들의 왕인 새턴은, 자기의 자식인 여러 신들을 잡아 먹었다. 그들이 작당하여 아버지인 자기를 몰아낼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과연 제우스는 아비인 새턴을 잡아죽이고 제왕의 자리를 차지 하였다.
프로이드의 환자 중에 자기가 사람을 만나는 족족 잡아죽이게 될까봐 겁이 나서 거리로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알리바이를 만드느라 하루해를 꼬박 새우고 있었다.
프로이드는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거리를 쏘다니는 불특정의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아버지이고 마음 속으로는 이미 그를 죽였기 때문에 알리바이를 꾸미고 있다고 설파하였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이런 가능성이 설정될 수 있는 것은 어머니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이드는 고대 그리스의 오이디프스 왕의 전설을 접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한 왕국인 테배의 왕 라이우스와 왕비 이오카스테는 예언자로부터 아들을 얻으면 그가 아비인 왕을 죽이고 어미인 왕비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 날 것이다 라는 말을 듣게 된다.
과연 아들을 얻게 된 왕 부부는 아기의 발다닥에 큰 구멍을 내어 멀리 갖다 버렸다. 오이디프스란 말 자체가 발바닥이 붓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린 오이디프스는 죽지 않고 살아 이웃 나라 왕의 아들로 받아들여 졌다.
그는 훌륭한 청년이 되었다. 그는 어느날 길을 걷다가 어떤 힘센 사람을 만나 싸우게 되었고 그를 이겨 죽이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알고 봤더니 먼 나라의 왕이었다. 그는 그 나라로 가서 왕이 되었고, 죽은 왕의 아내와 결혼하여 나라를 잘 다스렸다.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생부이고, 자신의 아내가 바로 어머니인 이오카스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오카스테는 자살을 하였고, 오이디프스 왕은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스스로 맹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이디프스 콤플렉스는, 프로이드가 추구하는 인간 무의식의 세계 그리고 꿈의 세계 아울러 히스테리까지를 지배하는 중요한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므로 무의식의 세계는 성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프로이드는 인간 성 심리의 발전 단계를 네 가지고 분류하고 있다.
구강기...어머니의 젖을 독차지하여 빨 때
항문기...어머니의 젖을 떼고 나서 변을 가리기 시작할 때, 변은 인간을 만든 진흙에 비유한다.
남근기...자신의 성기의 존재를 의식할 때 대략 4, 5세 정도, 아버지가 자기의 성기를 짤라 버리면 어쩌나 하는 거세 콤플렉스를 가지는 시기다.
잠복기...대략 6세부터 사춘기까지 인간의 성심리는 긴 잠복기에 접어든다.
프로이드는 45세 되던 해인 1904년 <일상생활의 정신병리>와 이듬해에 <성에 대한 세 가지 이론>을 발표하여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프로이드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엽에 유럽 정신 신경 병리학계의 중심인물로 부상하였다. 드디어 프로이드 학설을 따르는 사람들로 빈 정신분석학회가 결성되었다. 이 모임의 주동 인물은 프로이드가 가장 신임하는 칼 융이었다.
그러나 유럽정신분석학회의 분위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프로이드의 이론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무의식의 이론에 치우져 있고, 그리고 무의식을 지배하는 원리로 과도하게 성(sex) 의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세계의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콤플렉스라는 이론을 주장하는 칼 융은 드디어 스승인 프로이드에게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인간 정신세계의 지배원리로 무의식의 존재를 지지하고, 무의식의 가장 중요한 원리로 성의식을 지지하지만 프로이드의 경우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프로이드 이론의 독창성과 실제성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노련하고 민감하며 놀랄만큼 심층적인 프로이드의 학설을 거부하기에는 그것에 대항할만한 다른 학설의 성립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칼 융을 비롯한 학자들의 관심은 인간의 정신은 언제나 성의식의 지배를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의 핵심은 인간은 어느면, 성 보다가는 자아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자아의식이란 배고픔과 목마름 등을 비롯한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프로이드의 관심이 무의식을 중심으로 한 성의식에서 다소 벗어나, 자의식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 자아의 문제로 넘어가는 1920년대가 오기 전에 그는 두 권의 중요한 저서를 편찬해낸다. 1913년의 <토템과 타부>와 1917년 <정신분석입문>이 그것들이다.
토템이란, 한 부족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자연물을 숭배하는 것을 말하며, 그들은 이 자연물을 신령이나 조상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나의 토템을 숭배하는 부족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운 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하는 첫걸음이 되었다고 프로이드는 생각했다.
이런 토템사상은, 인간의 의식이 얼마나 성의식과 근친상간의 본능에 지배를 받고 있나를 설명하는 역설이 된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프로이드가 65세 되는 해 발표한 <쾌락 원칙을 넘어서>와 68세 때 발표한 <자아와 이드>는 그의 관심이 성의식을 중심으로 한 무의식에서 벗어나 있음을 말해주는 저작물이다.
그래서 흔히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1920년을 중심으로 해서 크게 양분하고 있다. 1920년 이전을 무의식 시대, 이후를 자아 시대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대로 오면서 프로이드는 나르시시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성의식을 중심으로 하는 무의식으로만으로는 환자의 각종 질환을 제대로 치유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각한 정신분열증, 감시받고 있다는 편집광적인 피해망상증, 우울증, 환청, 과대망상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사실상 오이디프스 콤플렉스를 중심으로 하는 무의식으로 설명하기는 부적절함을 프로이드는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심각한 정신질환은 성의식을 중심으로 하는 무의식의 세계와는 다른 차원의 정신질환임을 프로이드는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프로이드는 이 문제를 역시 그리스신화인 나르시스의 신화를 이용하여 해결하려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타나는 나르시스라는 청년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것을 잡으려 하다가 그만 물에 빠져 죽어 수선화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사실상 무의식을 이용한 정신분석학의 현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전이가 가장 주요한 단계로 보고 있다. 이 전이과정을 통해 환자는 질환의 근원적인 사실을 들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이란 곧바로 환자의 질환이 담당의사와 교감을 가지고 의사의 의식세계로 전해지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 전이 과정을 통해 정신질환은 치료의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전이과정에 들어가면 곧바로 질환은 해체의 단계로 들어간다.
그런데,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전이 단계가 성립되지 않는 질환이 있다. 즉 정신분석학으로는 질환이 치료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프로이드는 나르시시즘이라고 부른다. 즉 과잉자아애라고 부를 수 있는 질환이다.
이런 질환자의 경우, 겉으로 들어나는 성적인 감정을 통해 환자의 정신세계에 접근할 수 없다. 즉 무의식으로 억압된 감정이 질환으로 표출되는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이 사실을,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 정신질환은 본질적으로 성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결론으로 유도한다. 즉 성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지 않는 정신질환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자아의 본질 조차도, 자아의 리비도 본능(성적본능)에 포함된다고 믿고 있다.
프로이드를 찾아오는 처녀 환자 중에, 자기가 너무나 더러운 처녀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기보고 자꾸만 죽으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있다는 처녀가 있었다. 이 처녀환자는 입원 중 몇 번이나 자살을 기도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날카로운 칼 등으로, 자신의 팔에 난 흉터를 파내려고 하였다.
프로이드는, 이 환자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이 처녀는 어머니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얼마 전에 치정으로 어느 군인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녀의 시체가 너무나 부패하여, 팔에 난 흉터를 보고 그녀임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처녀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여(정신분석학 용어로 내사), 자신을 철저하게 타락시켰다.그녀는 사랑의 대상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럴 경우, 자아에 의해 대체되는 나르시시즘에 빠지거나, 반대로 증오에 휩싸인다.
그녀는 거대한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깨버림으로써, 그녀 자신과 어머니를 동일시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결국 의사와의 전이과정을 회복하고 그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경우의 나르시시즘을 성적인 것에서 벗어난 자아의 문제만으로 볼 수는 없다.
프로이드는 마흔 살이 넘어서면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을 생각하고 있었다.
쾌락원칙은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소망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무의식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현실원칙은 소망의 실현을 사고하고 지연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생각과 인내에 중요성을 인정하는 기능을 말한다. 그러므로 쾌락원칙은 성적인 무의식으로부터 조금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행동은 결과적으로 긴장의 완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불수 있다.
프로이드는 65세 되는 해에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를 간행했다.
이 책에서 프로이드는, 인간은 불쾌한 일을 겪고, 놀라운 상황과 맞부딪치면, 틀림없이 그런 상황을 되풀이하고자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반복강박의 비밀이다. 즉 인간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그 일을 겪고 난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를 동안 반복하여 재발한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
인간의 쾌락추구의 행동 원칙 너머에는 그것의 지속적인 추구를 가능하게 위하여, 정신적인 충격으로부터 기인하는 신경증을 방지하고자 일종의 불안증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불안증은 반복적인 것이며, 인간의 정신적인 신경증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전선에 갓 투입된 병사가 전신에 심각한 총격을 받은 환상에 빠지는 것은, 전선의 공포에서 야기될 수 있는 신경증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함이라는 것이다.
말기의 프로이드는 인간의 자아의 문제와 죽음의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인간의 의식은 이드(무의식), 자아, 초자아(집단자아)로 구분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유일한 삶의 목적은 죽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어의 죽음처럼 인간의 삶은 죽음을 향한 조용한 진행이라고 말한다.
모든 정신활동의 목적은, 본능과 흥분으로 인해 불시에 당하는 충격으로 야기되는 정신의 고앙상태를 완화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신경계는 항상성을 견지하려는 조절작용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무기물로 이룩되어 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이 무기물로 돌아가려는 작용을 스스로 포함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의 삶이란 곧바로 죽음을 향한 행진이라는 뜻이다. 프로이드는 36차례나 구강암 수술을 받은 끝에 83세를 일기로 영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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